시간이 좀 남아 기내에서 승무원이랑 셀카를 찍고 있었다. 왔다 갔다 하시던 정비사님이 보기에 흐뭇했는지 자기 딸도 승무원이라며 말을 걸었다.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인데 결혼은 대한항공 기장이랑 했다고도 덧붙였다. 우리는 너무 좋으시겠다며 으레 나오는 승무원용 호들갑을 떨었다. 입이 열린 정비사님께선 아들은 7급 공무원이라며 얼마 전에 7억짜리 아파트도 사줬다고 말했다. "7억이요오오오~?" 아드님이 너무 좋겠다고 부럽다며 역시 자동으로 나오는 리액션을 취했다. 정비사님은 쑥스럽단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자주 못 봐. 비행기 고치느라고..."
어색한 공기에 멋쩍어진 나는 가족사진이나 보여달라고 했다. 정비사님은 사진이 없다고 하더니 한참을 찾으셨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나는 승객 맞이할 준비를 하러 비행기 문 앞으로 갔다. 이윽고 정비사님이 가족사진을 찾았다고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그 사진은 너무 오래전이었다. 지금 정비사님은 어림잡아도 환갑을 훌쩍 넘긴 것처럼 보이는데, 사진 속 정비사님은 주름도 없이 젊고 늠름한 모습이었다. 자식들은 앳되기만 한 얼굴이었다.
"따님이 정말 예쁘네요. 아드님도 듬직하게... 잘생겼고요."
미처 말을 끝맺기도 전에 무전기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무장님, 승객 탑승 곧 시작하겠습니다." 앞에서 무전을 들은 정비사님은 허둥지둥 비행기에서 내리셨다. 잘 다녀오라는 말씀도 빼놓지 않았다.
정비사님이 의기양양하게 내민 오래된 가족사진이 왜 슬프게 느껴졌을까. 우리 집 또한 가족사진을 스튜디오에서 찍은 건 10년도 더 전인데. 가족사진 말고는 자식과 찍은 셀카 한 장이 없어 사진첩 스크롤을 한참이나 내리던 모습이 시렸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7억짜리 아파트를 사준 아들과도 비행기 고치느라 자주 못 본다는 말이 안타까웠던 걸까. 자주 못 본 게 진짜 비행기 때문일까. 그저 나는 정비사님이 비행기에서 내린 뒤 내게 잘 다녀오라고 웃으며 말할 때, 왜인지 모르게 슬픈 마음이 들었다는 것만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