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친 박대리의 직딩생활백서#2_출근길 지하철 타는법

출근길 2호선 지하철에 대한 짧은 단상

by 우주인

난 정말 여름이 싫다.

그 보다 더 싫은 건 여름날 출근길의 지하철 2호선을 탈 때이다.

그 보다 더 더 최악인 건 비 오는 날 출근길의 지하철 2호선을 탈 때이다.


나는 자랑은 아니지만 몇 년째 여자 친구도 없이 매일 밤 도를 닦으며 궁상맞게 원룸에 살고 있는 평범한 직딩이다. 그래도 나름 강남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남들은 나를 박대리라 부른다. 어쨌든 나는 매일 아침 샤워를 하고, 특별한 약속이 있든 없든 간에 한껏 멋을 부린 후 집을 나선다. 로또에 당첨될 가능성만큼이겠지만 혹시모를 우연이라는게 나에게도 다가와 출근길 꿈에 그래던 인연을 언젠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를 아직까지도 차마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실은? 뭐...우연은 무슨 개뿔의 인연!


벌써 3년 정도 이 지옥 같은 출근길을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실으면서 내가 상상하던 그러한 아름다운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특히나 무더운 여름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출근을 하는 사람에게는 CF에서 본 지하철에서의 인연은 커녕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최악이자 지옥이다. 태생적으로 땀이 많은 편인 나는 여름에는 자취방을 나서자마다 5분도 안되어 쏟아지는 육수에 등골까지 흥건히 젖어버린다. 새벽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꽃단장하고 나왔던 내 몰골은 이내 목욕탕 사우나에 한참은 앉아 있다 나온 듯 퉁퉁 풀어터진 오징어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반오징어가 된 몸을 이끌고 낙성대 산 중턱에 있는 자취방에서 늦었어도 경사가 너무 심해 넘어질까 불안해 뛰지도 못하고 조심조심 내려와 지하철 2호선 2번 출구를 향해 매일 나는 출근을 하러간다. 오늘은 가는 길에 잠시 편의점에 들려 떨어진 데오도란트를 하나 사서 가방 속에 챙겨넣는다. 매너남이 아니아 나 같은 사람에게 데오도란트는 여름철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나와 2번 출구 계단으로 내려가자 역시나 늘 그렇듯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어린이날 놀이동산 바이킹 기다리듯 길게도 줄지어 늘어져있다. 이 놈의 동네는 뭔 놈의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이 사는지 매일매일 아침마다 지하철 한 번 타려면 소개팅녀 앞에서 눈치 없이 튀어나온 뱃살을 억지로 꾸겨넣듯 온몸을 꾸겨넣어야 가까스로 탈 수 있다. 오늘도 나는 맨 앞 칸에 타기위해 저기 통로 끝까지 걸어가 지하철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늘 그렇듯 아침이면 나의 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인 우리팀 팀장을 괴롭히는 상상을 시작한다.


오늘은 또 이 놈을 어떻게 보내버릴까?


오늘 처럼 사람이 꽉꽉 들어 찬 지하철에 팀장는 올라타는 것을 본 나는 준비했던 작전을 시작한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 없너 은근슬쩍 모른 척 접근해 나의 쓸데없이 무겁기만 한 나의 어마무시한 흉기인 백팩으로 팀장의 얼굴을 몇 대 좌우로 후려갈긴다.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않고, 다음 역 정지 후 문이 열리기 직전 재빠르게 어제 밤부터 참고 참아 숙성시켜놓은 잘익은 방귀 한 방을 날리고 유유히 내려서 사라져 버린다. 물론 나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크크크크크크. 오늘은 어제보다 뭔가 좀 약한듯 하지만 더 강력한 내일이 있기에 그렇게 아쉽거나 하진 않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은 낙성대역 근처의 원룸촌이다. 만년 대리인 나는 직장생활 내내 몇 년간 죽어라 아껴가며 돈을 모아봤지만 내 월급으로는 도저히 강남에서는 10평 자리 원룸도 하나 살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나마 몸이라도 편하게 조금은 넓은 곳을 찾아 강남과 가까운 이 곳 낙성대에 자리를 잡고 자취를 시작했다.


이 곳 낙성대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면 낙성대는 대학생 또는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들이 아마도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이 아닐까한다. 가리 대한민국 사회초년생들의 인큐베이터라 할만하다 생각한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결혼 전 잠시 머물러가는 기에는 정말 최적의 동네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강남과도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고, 교통 또한 편해서 동서남북 어디든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동네는 서울 내에서 그나마 집값이 가장 저렴한 동네 중 하나로 자취생이 혼자 살기에는 정말 천년의 요새 같은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의 젊은이들은 주말에는 다들 집에 가거나, 데이트들 하느라 한없이 한적한 동네일 수가 없다. 하지만, 평일 출근길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면 어디서 또 그렇게 나타났는지 순식간에 어마무시한 사람들이 엄청난 속도로 몰려든다. 그래서 여기는 출근길에 멍청히 어리버리 있다가는 바람 나 떠나는 여친 보내듯 눈 뜬 채 아무것도 못하고 지하철 두서너대는 그냥 타지도 못한 채 떠나보내기 십상이다. 다행히 나는 여기서 회사가까지 딱 5정거장만 가면 되는 거리에 있는 운좋은 놈이다. 그 정도의 거리는 사실 서울에 사는 회사원이라면 출퇴근 거리로는 매우 훌륭한 거리이다. 그래도 여름철 비까지 오는 날은 이 짧은 시간 또한 은근 분노와 짜증을 유발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매일매일 이 짧은 거리를 처음엔 그냥 밀려오는 짜증을 얼굴 가득 담아 아무 생각 없이 다녔었는데, 이제 2~3년 다니다 보니 나도 어느 정도 답없이 올라오는 분노를 조절하는 요령도 생기고, 나아가 짜증나게 올라오는 짜증을 없애는 몇 가지 기술까지 터득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박대리만의 빡친 회사생활만큼이나 빡친 여름철 지하철 출근길 관련하여 실전에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몇 가지 기술을 알려줄까 한다.


첫 째, 무조건 맨 앞 또는 맨 뒤에서 기다려라!


지하철 계단을 내려간 근처의 문은 아무래도 내리려는 사람들과 바로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 붐빌 수밖에 없는 위치이다. 살짝 좀 번거롭더라도 맨 앞이나 뒤로 이동을 해서 기다리면 그나마 좀 더 수월하게 탈 수 있다.


둘째, 목적지까지 열리는 문을 꼼꼼히 외워둬라!


문이 열리고 닫히는 근처에 있으면,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의 이동으로 부딪히고, 걸리적거리기 십상이다. 자기가 가는 목적지까지의 문이 열리는 곳을 외우고 있으면, 정거장 마다 미리미리 약간의 이동을 통해서 그 혼돈의 핵에서 빗겨설 수 있다.


셋째, 앉을 생각이 없다면 출입문 양끝을 사수하라!


다섯 정거장 정도야 뭐 서서 가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기에 나는 출근길에는 앉을 생각조차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평소에 운동할 시간도 서있을 시간도 거의 없는 직장인들이 유일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지하철이라 생각라기에 그렇게 앉으려 눈치보며 아둥바둥 하지마라. 앉을 생각이 없다면 가장 좋은 위치는 출입문 양끝의 길다란 철봉 근처이다. 문 바로 옆이라 사람들이 오갈 때도 재빨리 피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있으며, 지하철이 흔들릴 시에도 기둥을 잡아 자긴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는 지하철을 타면 이 곳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은근 치열하다.


넷째, 땀냄새, 술냄새, 향수 냄새가 올라올 땐 적절한 호흡법을 사용하라!


여름철 출근길 지하철 속에서 쏟아지는 육수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게 사람들의 냄새이다. 땀에 찌든 찌린 내, 어제 먹은 술냄새, 여자들의 역한 향수 냄새에 며칠 째 안감은 듯한 아줌마, 아저씨들의 머리냄새까지 모든 냄새의 만남의 광장이 바로 여름철 지하철 안이다. 비오는 날은 특히나 심해 견디기 힘들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이럴 때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호흡법이다. 어차피 2~3분 정도의 거리마다 멈추는 지하철의 특성상 약간의 숨만 조금 참는 수고로도 충분히 이 냄새의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다. 일단 냄새가 들어오기 전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다음 정류장의 문이 열릴 때까지 가능한 참아라. 그리고 문이 열리고, 외부의 그나마 상쾌한 공기가 들어올 때 재빨리 내쉬고, 다시 깊은숨을 재빨리 들이마신다. 이 방법은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의 폐활량을 늘리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섯째, 백팩은 가능한 상단에 올려두라! (단, 우산은 절대예외)


노트북을 많이 쓰는 요새는 집에 가서도 업무를 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의외로 회사원들 중에도 뉴욕커도 아닌디 백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이 붐비는 출근글 지하철에서 백팩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문제는 그걸로 얼굴을 맞아보거나, 긁혀본 사람들의 분노 또한 상상을 초월하기에 백팩은 살짝 앞으로 돌려 아래로 내려놓거나, 머리 위 짐칸에 살짝 올려놓는 게 기본 매너이자 의무이다. 단, 우산은 절대로 짐칸에 놓지 마라. 비 오는 날 아차 하고 놓고 내린 우산이 몇 개인지 모르겠다.


여섯째, 출근길 회사 사람은 반드시 먼저 보고, 꼭 못 본척해라!


출근길은 어차피 목적지가 회사인 만큼 지하철 안에서 회사 사람이나 직장 상사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그때는 일단 무조건 눈을 마주치지 마라. 오직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나만의 소중한 출근시간을 어색한 인사 한 번으로 애써 망치려 들지마라. 헐...양반은 못되는지 때마침 저 멀리 얄밉기로 소문난 우과장이 보인다. 자연스레 빠른 걸음으로 뒤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출구쪽으러 향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휴우~다행이 나를 못본듯하다.


일곱째, 끝으로 내리는 문과 나가는 출구의 최단거리 루트를 파악해라!


출근길 나가는 통로는 설날 귀경길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톨게이트처럼 하나의 통로로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들 먼저 빠져나가려 미친 듯이 달려든다. 방법은 오직 하나다. '빠른 자만이 살아남는다!' 기분 좋게 출근해서 지하철 출구에서 내 아까운 출근 시간을 낭비해 팀장에게 아침부터 늦었다고 잔소리를 들을 이유가 전혀 없지 않겠냐?


여기까지가 내가 터득한 여름철 출근길 지하철 짜증 안 내고 탈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럼 또 다음 시간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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