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내 앞에서 빈 잔에 소주를 채우며 그분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친구야
상심이 얼마나 클지, 마음이 얼마나 무너질지 너무 잘 알기에 덩달아 나도 힘들구나. 그분의 이야기할 때 너의 표정이 너무 밝고 기대에 찼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너를 위로해주고 싶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구도 그 마음을 대신하거나 위로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아 그저 네 앞에서 술을 따라 주고 있다.
사랑을 잃었을 때 혼자 있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지 알기에 내가 앞에 앉아있는 것이 너를 더 깊은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위로가 얼마나 될진 모르겠지만 나도 얼마 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너에게 몇 가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별의 슬픔으로 자존감을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까지 사랑하는 그분과 함께한 일상과 대화에서 너의 가치를 찾고 삶의 의미를 얻었을 거야. 그렇기에 이별을 하는 순간 모든 것이 한순간에 없어진 기분이 테지. 세상은 무의미하며 무의미한 세상에 혼자 있는 고독함을 느꼈겠지. 다시는 이런 사랑을 받을 수도 할 수도 없을 것 같을 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그분이 아니더라도 너의 존재를 빛나게 하는 사람은 많이 있다. 네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모습이든 너를 있는 그대로 신뢰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주변의 그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그 관계에서 너의 가치를 찾도록 하자. 그러다 보면 지금의 사랑보다 더 크고 의미 있는 사랑은 찾아올 거야.
두 번째로 하고 싶은 말은 헤어짐의 이유를 찾지 말도록 하자. 이별의 안타까움과 속상함으로 헤어짐의 이유를 찾게 되더라.
‘내가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때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이유를 찾으면 이별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고 아무 일 없던 듯 다시 지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일까?
하지만 헤어짐의 이유를 찾는 것은 후회만 쌓는 일이더라. 돌아올 수 없는 과거에 후회를 덧입히다 보면 그 사람과의 추억은 모두 슬픈 일이 될 거야. 한참 뒤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슬프기보다 행복할 수 있게 이유를 찾지 말자. 그래도 만일 무엇이라도 찾고 싶다면 사람을 더 사랑하는 방법을 찾도록 하자. 지금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누군가를 더욱 사랑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지금 있는 힘껏 슬퍼하도록 하자. 너는 나한테 밑바닥까지 보여준다고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했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너이고, 너의 감정이다. 그 감정을 억지로 막지 말고 마음껏 표현하고 힘껏 슬퍼하도록 하자. 네가 힘껏 슬퍼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분을 네가 사랑했다는 것이고, 그것이 그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헤어짐까지 진심을 다하자. 그렇게 마음껏 슬퍼하고 마음을 비워내면 다시 채워질 날이 반드시 올 거다.
친구야 시작은 너를 위함이었지만
어쩌면 나를 위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힘들지만, 시간이 흐르면 너도, 나도 웃으면서 지금을 떠올리겠지.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가사 한 구절을 띄우고 마무리한다.
Lights will guide you home
And ignite your bones
And I will try to fix you
-Coldplay ‘Fix you’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