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세화에서 할머니와 손녀의 손맛이 결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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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나이스는 전통과 현재가 만나는 세화 떡집이다. 40년간 세화제분소라는 떡방앗간을 운영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가업을 이어받은 손녀 강이란 대표가 2019년 문을 열었다. 떡이나 쌀베이킹을 한 ‘라이스’ 제품만이 아니라 제주농산물을 활용한 제주보리개역, 청귤청, 한라봉잼 또는 상애떡, 제주식 한과 과즐 등 ‘나이스’한 제주 제품이 함께하는 제주를 담은 방앗간이다.
어릴 적 방앗간의 기억이 지금 일을 하는 데 영향을 주었어요?
수능 점수에 맞춰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했고 졸업해서 영양사로 근무했어요. 그런데 영양사 일이 나와 맞지 않았죠. 사실 방앗간 일은 안 하고 싶었어요. 되게 힘들거든요. 다른 일 하면서 창업하려고 사업 아이템을 고민했어요. 그러다 할머니의 떡방앗간 풍경이 떠올랐어요. 명절 때 방앗간 일을 도왔던 기억, 내가 좋아하는 가래떡이 만들어지는 모습, 떡 냄새… 그 모든 것이 내게 낯익은 시간이었단 걸 깨달았죠. 제주를 대표하는 떡이 오메기떡인데요. 다른 떡을 만들면 어떨까 하고 고민했어요. 라이스나이스는 떡을 기반으로 한 관광 상품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예비 창업 패키지 통해서 창업자 자금을 지원받고 대출도 받아서 나만의 브랜드로 키워가고 있어요.
처음부터 세화리에 자리 잡은 것은 아니었죠?
제주시에서 시작해 1년간 과도기를 겪었고요. 할머니가 허리 수술을 받으셔서 옆에 같이 일하게 되었어요. 변화가 생겼죠. 할머니 곁에 있으니 전통 떡을 보게 됐고요. 할머니가 떡에 대한 조언을 해 주기도 했어요. 원래 퓨전 떡만 만들었는데 지금은 전통 떡 레시피를 접목해서 만들어요.
라이스나이스의 시그니처 떡은 어떤 건가요?
콩팥앙금떡이라고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옛날 제주도에 잔떡이라는 떡이 있어요. 반달 모양이랑 동그란 해 모양인데요. 할머니가 하는 잔떡 반죽 레시피에 제가 하는 콩팥 앙금 레시피를 결합한 떡이에요. 손으로 만들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성이 필요한 떡인데요. 그만큼 이 떡을 찾는 분이 많아요. 할머니가 제주 쑥 인절미를 만들고요. 저랑 이모는 찹쌀 인절미에 카스테라 가루를 묻혀보기도 하고, 속에 바나나 엑기스를 섞어서 바나나 인절미를 만들어보기도 하고요. 3대가 모여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상품을 만들고 싶어요?
한라봉을 바탕으로 설기나 찰떡을 만들고 싶고요. 세화를 대표하는 구좌당근을 이용한 당근 설기도 만들고 싶어요. 꾸준히 개발 중이에요.
날마다 떡을 만들려면 오래 준비해야 할 텐데 일과가 궁금해요.
할머니가 아침 일찍 제분소를 열고 떡 만드는 일을 준비하세요. 저랑 이모는 8시쯤 와서 떡을 만들고요. 보통 떡집은 떡만 만들거나 택배만 전문으로 하는데 저희는 소매도 하고 택배도 보내서 저는 오전에 택배 나가는 분량을 챙겨요. 최대한 점심까지 소매 떡 준비를 마치고요. 점심 이후부터 떡을 판매하고 다음 날을 위한 준비도 하면서 하루를 보내요.
어릴 땐 방앗간 일이 힘들어서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 곁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커서 바라본 방앗간 일은 어떤가요?
요즘도 기름 짜러 오는 분이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커서 보니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정말 필요한 일을 하고 계셨던 거더라고요. 방앗간이 없어지고 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끝까지 지켜내서 한 분이라도 헛걸음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하세요. 그런 모습 보면 생산직이 힘들지만 보람이 큰 직업이구나 느껴요. 오랜 단골이 오면 할머니가 되게 자랑하세요. 손녀가 여기서 지금 떡 만들고 있다고요. 할머니는 이제 나이 들어서 넘겨줘야 하는데, 앞으로 가게를 더 키워서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도와줄 거라고도 하세요. 할머니가 좋아하시니까 저도 기쁘고 재밌어요.
어떤 사람에게 가는지 알고 만드는 제품은 마트에서 파는 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손님들도 자기가 갖고 온 깨를 여기서 기름으로 가져가니까 좋아하세요. 할머니한테 그런 곳이 별로 없는데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하세요. 저는 할머니가 만들어오신 그 맛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현대식으로 병을 예쁘게 만들까 많이 고민해요.
라이스나이스는 어떤 철칙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인가요?
저희 가게에 오셨을 때 소비자들이 기분이 좋았으면 해요. 그래서 저희도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서비스를 드리려고 노력하거든요. 친근감의 표시이고요. 또 친근한 가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이라서 오신 고객을 기억하고 반갑게 인사해드리면 엄청 좋아하세요. 사람 냄새가 나는 가게를 만드는 것이 라이스나이스의 철칙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제게 영양사랑 위생사 면허증이 있는데요. 대표가 가진 역량을 맘껏 발휘하기 위해서 위생에 더 많이 신경 쓰는 가게를 만들려고요.
업계 선배이자 동료가 된 할머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할머니의 옛날 마인드와 지금 저의 마인드가 안 맞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짜증 낸 것이 죄송해요. 제가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잘 받아주시고 실현해주시고 또 역으로 할머니가 이건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말씀해주셔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할머니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도와주고, 또 제가 쑥고물이 만들고 싶다 그럴 때 할머니의 예전 손맛으로 상품이 만들어졌는데요. 지금 되게 잘 나가고 있어요.
왠지 대표님 소울 푸드도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무엇일 것 같아요.
저는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몸이 지치고 힘들 때 닭발이나 떡볶이가 먹고 싶어요. 떡볶이는 제가 가래떡을 좋아해서 생각나는 건데요. 가래떡을 좋아하는 건 어릴 때 방앗간에서 늘 먹었던 거니까요. 할머니가 쓰던 쌀이 가래떡에 적합한 쌀이에요. 그래서 가래떡이 맛있다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있었어요. 그런 거 보면 방앗간이 제게 큰 영향을 끼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