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드크래커 Feb 01. 2019

지금 번역을 시작해도 될까? - 번역가 전망

번역 지망생들을 위한 팁

시작하며

필자는 20년간 전문번역가로 일해왔다. 간혹 번역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러면 예전에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 실력을 키우는 방법과 고객과 거래를 트는 방법 등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다른 식으로 답변을 해줄 것 같다.


* 이 글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며, 번역가에 따라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내용은 주로 기술번역 분야에 국한됩니다.


번역계 전망


지난 몇 년 사이에 번역계에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번역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기계번역(Machine Translation)은 10년 전만 해도 번역가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알파고의 등장 이후 구글번역에 신경망번역 기능이 탑재되면서 기계번역의 품질이 이전과는 다르게 크게 개선되었다.


이러한 기계번역의 발전은 번역업체(이하 "에이전시")와 번역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가진다. 기계번역에 대해 에이전시와 번역가들은 조금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먼저 번역가들에게 있어 기계번역의 발전은 그리 달갑지 않다. 현재로서는 기계번역의 수준이 전문번역가를 대체할 정도로 높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품질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그 파급 효과는 파괴적일 것이다. 최근 필자는 한 에이전시로부터 번역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메일을 받았다.


If you have Translation with MT set up as a skill, and your rate is 75% of your standard translation rate, you’re all set.


MT 즉 기계번역으로 번역된 문서를 번역할 경우 표준 번역비의 75%를 지급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에이전시에서 지난 1년 간 기계번역으로 번역된 문서를 번역가에게 맡겨서 번역을 시켰을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를 비교하여 기계번역을 활용했을 때 25% 정도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이는 번역료가 사실상 25% 인하되는 것과 다름 없다. MT의 번역 품질이 더욱 향상되어 기계번역된 문서로 번역할 경우 생산성이 50%까지 향상된다면 번역료는 반토막 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번역계는 치열한 경쟁 때문에 번역료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계번역의 발전은 번역료 하락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번역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이다.


MT에 대한 에이전시의 입장은 어떨까?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기계번역을 이윤 극대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에이전시가 늘고 있다. 앞으로 기계번역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가 에이전시들의 생사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기계번역의 발전은 번역가에는 치명적이지만 에이전시에게 그리 불리하지만은 않다. 기계번역을 잘 활용하는 에이전시는 고객들에게 보다 경쟁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에이전시는 번역가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대형업체들에게 현재의 상황은 더욱 유리하게 돌아갈 것 같다.


결론


그러면 지금 번역을 시작해도 될까? 개인적으로는 적극적으로 번역을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현재 번역계의 전망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번역을 할 정도의 외국어 실력이라면 다른 일을 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번역을 하고 싶다면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 고객은 비용에 민감하지만,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고품질의 번역을 얻기를 원하는 고객들도 있다. 그리고 소설과 같은 창의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기계번역으로 대체될 수 없다. 한 동안은 그럴 것이다. 기계번역으로 대체될 수 없는 분야를 공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앞으로 점점 더 번역가로 입지를 굳히기가 이전보다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노력과 실력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참고


번역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고정 거래처가 부족한 경우 블로그 등의 채널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번역 실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꾸준히 하면서 이력서를 보내는 일도 계속해야 합니다. 이력서는 계속 업데이트하도록 하고 이력서를 보낸 후에는 (전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인 경우, 가령 국내업체) 확인 전화를 하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기술분야의 번역을 시작하고 싶다면 다음 글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번역,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해외 번역업체와 일하기

작가의 이전글 워드프레스는 보안에 취약한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