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시장 개척하기
저는 우연한 기회에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일간지에 실린 초벌번역가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갔다가 번역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작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번역을 체계적으로 6개월 정도 배운 후에 번역을 맡아서 했지만 번역료를 지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후에 인터넷에 올라온 번역업체들을 상대로 이력서를 돌려서 몇 군데와 거래를 했지만 번역료가 얼마인지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는 분 소개로 국내 번역업체에 취직하면서 제대로 된 번역가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약 10년 전에 독립하여 번역 프리랜서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는 출판번역으로 시작했다가 기술번역 분야 번역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독립한 후에는 해외업체들하고만 거래해왔습니다.
지금은 조금만 검색해보면 해외업체들과 거래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그런 정보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번역업체에서 주로 해외업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번역 교정일을 맡았습니다. 업무 과정에서 해외업체들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거래를 하는지에 대해 자연히 익힐 수 있었습니다.
해외 고객은 주로 로컬라이제이션 업체들입니다. 직접 최종 고객으로부터 작업을 받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해외 번역업체들을 거쳐서 일을 받게 됩니다. 그러므로 해외 업체들과 거래하고 싶은 경우 해외 번역업체들을 상대로 자신을 홍보하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국내 번역업체들과 비교하여 해외 번역업체들과 거래 시 특징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보면...
번역료가 국내보다 높다.
번역 품질관리(QA)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다.
번역료 지급 기간이 1~2개월로 늦은 편이다.
번역료를 지급받을 때 수수료가 제법 나간다.
번역료 때문에 해외업체들과 거래하기를 원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일부 국내업체들은 해외 번역업체들로부터 일을 받아오므로 번역가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번역료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국내시장에서 형성된 번역료가 대체로 해외보다 낮은 편이므로 국내에서의 번역료는 해외보다 낮습니다. 물론 실력 있는 일부 번역가는 국내에서도 높은 번역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던 번역가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져서 해외 번역업체들의 번역료가 하락하는 추세 같습니다. 그리고 조선족들도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물을 흐리고 있고, 기계번역(예: 구글번역)의 발전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번역료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든 해외 번역업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규모가 있는 대형 로컬라이제이션 업체들은 품질관리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번역을 완료한 후에 Editor가 검토를 한 후에 수정본을 보내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모든 수정 사항에 대하여 Accept/Reject를 선택하고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번역가를 힘들게 하지만 잘 활용하면 번역 실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엄격한 QA 시스템에 따라 번역을 진행하는 경우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므로 번역료가 보통의 경우보다 높게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해외업체들과 거래 시 번역료는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형 업체들의 경우 인보이스를 보낸 후 30일 혹은 익월 말까지 지급받는 것이 관행입니다. 그러므로 번역 완료 후 1~2개월 정도 있다가 번역료를 지급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입니다. 작업이 2~3개월 진행되면 몇 달간 소득이 없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작업을 진행하기 전에 프로젝트를 여러 개로 분할하여 인보이스를 보내도록 협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번역료를 지급받을 때 수수료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페이팔로 번역료를 지급하는 업체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페이팔은 수수료가 4% 내외이고 적용 환율도 낮기 때문에 손해가 많습니다. 가령 1000만 원을 지급받는다면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수수료만 40만 원이나 되고, 적용 환율이 낮기 때문에 더욱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일부 업체에서는 소액은 페이팔, 일정 금액(예: 500달러) 이상은 전신환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번역료 규모가 커지면 전신환으로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해외업체와 거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력서를 보내야 합니다. 그러면 제대로 된 업체에서는 번역 테스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번역 테스트에 합격을 하게 되면 몇 가지 서류(요구하는 경우)를 작성하여 보낸 후 본격적으로 거래를 시작하게 됩니다. 프로세스를 정리해보면...
해외 번역업체 검색
이력서 송부
번역업체에서 연락
번역 테스트 실시
합격 후 몇 가지 서류 작성(예: 기밀유지계약서) 후 팩스 또는 이메일로 송부
업체의 Portal에 가입하여 정보 입력(일부 업체에서는 번역 요청, 납품, 송장 제출 등 모든 과정을 자체 포털에서 진행함)
본격적인 거래 시작
먼저는 해외업체들을 검색하여 이력서를 보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처음 시작하는 경우 Proz.com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Proz.com에서 제법 괜찮은 업체들과 연결되곤 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저가 프로젝트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서 매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Proz.com 유료 회원을 유지하다가 몇 년 전부터는 갱신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간혹 괜찮은 업체에서 급하게 번역가를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기회를 잘 활용하면 좋은 업체들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Proz.com 회원에 가입하면 번역업체들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Blue Board에서 업체의 평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업체의 평판이 안 좋은 곳과 번역료를 낮게 제시하는 업체와는 거래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번역가협회(ATA)도 활용해볼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ATA에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면 ATA 회원 리스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메일 마케팅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ATA 멤버임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외에도 검색해보면 홍보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이 제법 길어졌네요. 번역 테스트를 비롯한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2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