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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드크래커 Feb 01. 2019

전문번역에 기계번역을 활용해도 괜찮을까?

전문번역에서 기계번역 이용과 관련된 위험성

구글번역을 위시한 기계번역(Machine Translation)의 발전은 번역계의 지형을 바꾸어놓을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면 전문번역가들은 기계번역(자동번역, AI 번역과 동의어)을 활용해도 좋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기술번역 분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기계번역 vs. 인간번역

아마 IMF 전후라 생각된다. 당시 여러 기계번역(MT) 프로그램이 시중에 나와서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번역 품질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부 기계번역 소프트웨어가 1~2만원대로 판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기계번역은 유의미한 발전을 이루는 성과를 거두었다. 더구나 구글번역은 공짜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기계번역의 품질은 전문번역가가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MS 사이트의 경우 이미 자체 개발한 기계번역으로 자사 사이트를 번역하고 있다. 아마 번역 수준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듯하다.


https://www.microsoft.com/ko-kr/translator/business/machine-translation/ 문서에서 기계번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서는 MS의 기계번역기로 번역된 것이다. 문서를 읽어보면 대강 이해는 되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문장마다 어색하게 번역되어 있다.


MS의 자체 기계번역으로 번역된 MS 사이트의 일부


그러나 MS의 기계번역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몇 달 전에는 매우 어색한 부분이 많았지만, 지금은 약간 개선되었다. 몇 년 후에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번역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참고: 기계번역이 번역계에 미치는 영향 - 마이크로소프트 사이트)


기술번역계에서는 기계번역 대신 인간이 번역한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DB)하여 이용하는 번역 메모리(Translation Memory) 툴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대표적인 툴이 SDL Trados이다. TM 툴은 번역의 재사용(Reuse)이 핵심이며, 기술을 활용하되 기본적으로 번역은 인간이 한다.


기계번역이 이전과는 달리 유의미한 발전을 이루게 됨에 따라 일부 업체에서는 이러한 TM 툴과 기계번역을 접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전문번역에 기계번역을 활용해도 될까?


MT를 번역에 활용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일부 번역가는 기계번역 활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구글번역에 입력하는 모든 문장은 구글의 DB에 저장되고, 구글에서 그러한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때문에 다국적 로컬라이제이션 업체들은 번역에서 기계번역의 사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법적인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 


번역가들은 업체와 비밀유지약정서(NDA)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구글번역을 비롯한 기계번역을 이용할 경우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필자가 거래하는 한 업체는 기계번역 금지 조항을 담도록 NDA를 수정했다. 전문 번역가가 아니더라도 계약서나 사내 자료 등 민감한 문서는 구글번역기에 입력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구글번역에 의지하는 것은 자신의 번역 실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계번역을 간헐적으로 참고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번역 실력 발전을 위해서는 한 단어를 가지고도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구글번역에 넣어서 쉽게 얻은 결과를 조금씩 수정하는 방법은 당장은 번역 과정을 수월하게 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번역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일부 가짜 번역가들은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고서 구글번역기를 돌려서 번역한 결과를 수정 작업 없이 그대로 납품하기도 하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다음 글을 참고해보기 바란다.

황당한 구글 번역, 황당한 번역가

가짜 번역가를 양산해내는 구글번역 II


기계번역이 미칠 파급 효과

기계번역이 인간번역을 대체할 것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그 시점이 언제인가 하는 점이다. 수년 후일지, 아니면 10년 후일지. 


기계번역 발전으로 인해 기계번역기로 번역된 문서를 교정하는 포스트 에디팅(Post-editing) 작업이 IT, 컴퓨터 분야 번역을 중심으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포스트 에디팅의 단가는 표준 번역료의 절반 수준으로 낮다. 결국 번역료가 그만큼 삭감되는 효과가 있다. 일거리가 두 배로 늘어나면 상쇄되어 이전 수준의 수익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MS 사이트에서도 보듯이 기계번역의 발전은 파이의 크기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고민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기계번역된 문서를 교정하는 포스트 에디팅 작업에 만족하는 번역가들도 있을 것이다. 혹은 기계번역이 대체할 수 없는 분야를 개척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다. 하지만 기술번역 분야의 번역료가 하락하고 물량이 줄어들면 일부 번역가는 문학번역 등 기계번역으로 대체할 수 없는 분야로 몰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월등한 번역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기계번역이 발전하더라도 실력이 탁월한 소수의 번역가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남보다 탁월한 번역 실력을 갖춘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번역계는 분명 레드오션이고 실력 있는 소수 외에는 포스트 에디팅 작업으로 연명하게 될 시기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다. 몇 년 후가 되면 필자는 번역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모를 일이다. 


마치며

구글번역 등 기계번역을 활용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위험이 따를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기계번역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자신의 번역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몇 년 후가 되면 포스트 에디팅 작업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기술번역을 하는 번역가는 기계번역이 미치는 영향력을 잘 분석하여 지금부터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필자는 번역에만 올인하지 않고 다른 분야를 개척하고 있고, 지난 몇 년 동안의 실험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참고:

해외 번역업체와 거래를 시작하는 방법




* 위의 내용 중에서 구글번역 활용 시 리스트가 따른다는 점은 사실에 기반한 내용입니다. 기술번역이 미칠 영향에 대한 것은 제가 거래하고 있는 몇몇 해외 로컬라이제이션 업체들과의 관계에서 경험한 내용에 기반하였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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