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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an 08. 2022

서른한 살, 전역 전, 인생 프로젝트

Intro

22년 1월 8일 토요일이다.


아주 오랜만에 악몽을 꿨다. 악몽을 꾼 이유는 잘 모르겠다. 평소에 꿈 자체를 안꾸는데.. 최근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나 보다. 덕분에 새벽 5시에 소스라치듯이 잠에 깬다.

악몽 때문인지 다시 잠을 청하기가 싫다. 일어난다. 일어나서 늘 먹던 비타민 두 알을 입에 털어 넣는다. 비염 덕분인지 건조한 방 때문인지 오늘도 코와 목이 따갑다. 물을 한 껏 마신다. 예전에는 찬 물을 벌컥벌컥 마셨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미지근한 물만 마신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로 정신을 차린다. 어깨를 몇 번 돌리고서는 책상에 앉는다. 그래도 새벽 5시 8분이다. 뭘 할까 생각한다. 그저 시간을 죽이고 싶지는 않다. 일기장을 편다.


늘 아침에 일기를 썼다. 글을 쓰는 것도 좋아했지만 공책에 한 땀 한 땀 손으로 쓰는 그 느낌이 좋았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침에 출근 전에 일기를 쓴다.

오늘 해야 할 일, 어제 특별한 일, 앞으로의 목표도 한 번 적어본다. 요즘은 감사한 일을 한 가지 적으려고 노력한다. 확실히 감사한 일을 적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창원에 부동산 하나 질렀다(부모님도 모른다)


부동산을 하나 사고 나니 불안하다.


‘왜 더 가보지 않았을까’

‘왜 더 꼼꼼하게 알아보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었다. 


내가 한 선택에 확신이 없으니 정말 불안했다. 한 2주는 고생했다. 그래도 이제는 괜찮다. 여러 데이터들을 보고 안심을 얻었다. 창원은 조정은 있을지언정 절대 폭락은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강의를 듣는 중이다. 강사분께서 이런 말을 하신다. 

임장은 세 번을 가야 한다.


 첫 번째는 부동산 안 들어가도 되니까 한번 분위기를 보고 온다. 

두 번째는 사전조사 내용을 들고 간다. 이때는 부동산도 들린다.

마지막으로 매수하기 전에 한 번 다시 간다(매수할 여력이 있을 때)     


사실 임장은 가기 전에 완벽하게 준비하고, 부동산도 미리 섭외하고 나서 큰마음먹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힘을 너무 많이 준 탓인지 그냥 안갔다. 

‘그래 아직 준비가 덜 되었어. 컴퓨터 조사도 못했잖아’ 스스로를 위로하고 결국 가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부동산 강사 말대로 세 번 간다고 생각하면 첫 번째 시작이 어렵지 않다. 정말 분위기만 보고 오면 되는 것이다.


 잘 돌아다니다가 시간이 남으면 부동산에 들어가서 지역 브리핑만 받아도 될 것 같다. 다행히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들어가는 것이 이제는 어렵지 않다.

어차피 ‘모 아니면 도'이기 때문이다. 

친절하게 가르쳐주시거나 홀대한다. 홀대하면 나오면 되고, 반겨주시면 가만히 앉아서 들으면 된다. 친절한 공인중개사는 체크해뒀다가 두 번째 임장 올 때 여기부터 오면 된다. 내편으로 만들면 된다.      


일기를 다 쓰고 나서 올해 목표를 생각해본다. 나는 사실 지금 군생활 중이다. 간부로 군생활을 한 덕분에 사회생활처럼 출퇴근을 한다. 그리고 퇴근 시간 이후는 자유다. 간단하게 말해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전역은 5월이다. 지금은 1월이고....



전역까지 뭘 할지 고민이 된다. 그냥 놀까? 여행을 갈까?



먼저 전역한 선배들에게 묻는다.

‘선배, 전역하기 전에 뭘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요?’ 많은 표본을 모으기 위해 여러 명에게 묻는다. 



차라리 묻지 말걸 그랬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지금 아니면 놀 수 없으니 원 없이 놀라는 선배, 영어 준비하라는 선배, 책 읽으라는 선배, 운동해서 몸 만들라는 선배... 정답을 밖에서 찾으니 또 혼란스러워졌다. 차라리 묻지 말걸 그랬다...


결국 정답은 없으니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련다. 대신 밖에서 찾기보다는 내 안에서 답을 찾으려 노력해본다. 스스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한다. 술 먹고 놀자니 시간이 아깝다. 그리고 서른한 살이 되니 이제 술 먹고 노는 것에 미련이 없다. 다음날 숙취로 머리만 아프고 술 먹는데 쓴 돈도 아깝다. 술 먹고 노는 선택지는 지운다.     

술 먹고 원 없이 놀기     




그러고 보니 오랜 숙원이 떠오른다. 바로 부동산 공부다. 부동산 공부 중에도 지역 정리 파트를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다. 지역에 대해서 알아보고, 한글이나 엑셀로 그 지역의 아파트들을 정리한 자료를 만들고 싶었다. 꿈만 꾸고 있었지 도저히 실행할 엄두가 안 났다. 그런데 기회가 온 것 같다.      

일기장을 다시 펼쳐 든다.


1,2,3,4,5월을 쓰고 주말이 며칠 있는지 세어본다.

약 20번 정도 있는데 한, 두 번은 결혼식이나 사정이 생길 테니 2개 정도 뺀다. 18번의 주말이 남았다.      

그리고선 서울, 경기, 인천 빼고 전국의 인구수 30만 이상의 도시들을 써본다.

    



부산, 대구, 울산, 광주, 세종, 대전     

경상남도 : 창원, 김해, 양산, 진주

경상북도 : 포항, 구미

전라남도 : 여수, 순천, 목포

전라북도 : 전주, 군산

충청북도 : 청주, 충주

충청남도 : 천안, 아산, 서산과 당진     




생각보다 많다. 주말에 한 번씩이라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일대일 대응을 해본다. 얼추 맞아떨어진다. 대신 한 번의 주말에 한 개의 도시밖에 가지 못한다.


'그냥 하지 말까..'


'한 번 놀러 간다고 해서 임장이 될까?'



아니다. 토, 일로 간다고 생각하고 하룻밤 자고 오면 어떨까. 그럼 공인중개사 사무소도 들리고, 지역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더 좋은 생각이 든다. 어차피 말년이라 휴가 쓰는 것에 크게 제약은 없다. 금요일에 휴가를 쓰면 된다. 금, 토를 지역 둘러보는데 다 쓰면 된다.      


해야 되는 단 한 가지 이유가, 할 수 없는 백 가지 이유를 이긴다.

 

차분히 계획을 세워본다. 오늘은 일기를 쓰는 시간이 길다. 시계는 아침 6시를 가리킨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안 지나서 놀랍다.      


1월   셋째 주 : 대구(경산)

       넷째 주 : 집안행사

다섯 번째 주 :  울산


2월  첫째 주 : 부산

      둘째 주 : 포항

      셋째 주 : 구미

      넷째 주 : 예비일

다섯 번째 주 : 양산     


3월  첫째 주 : 김해, 진주

      둘째 주 : 광주

      셋째 주 : 전주

      넷째 주 : 군산

다섯 번째 주 : 여수, 순천  

    

4월  첫째 주 : 목포

       둘째 주 : 예비일

       셋째 주 : 청주

       넷째 주 : 충주

 다섯 번째 주 : 대전    

 

5월  첫째 주 : 천안과 아산

       둘째 주 : 세종

       셋째 주 : 서산과 당진

       넷째 주 : 예비일

다섯 번째 주 : 휴가 마지막 주       


   

얼추 계획은 세워졌다. 이제 실행만 하면 된다. 주말에는 임장을 가고 평일에는 임장을 준비한다. 미리 손품을 파는 것이다. 시도별 도시계획도 읽고, 지역 간 시세도 비교한다. 그리고 랜드마크 아파트를 찾아서 가격 변화를 엑셀로 정리한다. 그리고 주변 아파트를 엑셀로 가격 정리를 한다. 대강 가격을 머리에 넣기 위해서다. 그리고 맛있게 보이는 투자물건을 찾아본다. 임장 동선을 미리 짠다. 중간중간 부동산도 끼워 넣는다. 시간이 되면 가볼 생각이다.      



계획을 다 썼다. 이제 아침 7시다. 오늘은 다행히 토요일이다. 출근을 안 해서 너무 좋다. 이제 남은 일은 남은 부동산 인강 다 보고 나서 1월 셋째 주인 대구부터 지역분석에 들어가는 것이다. 무슨 일이 생겨도 1월 셋째 주, 15일에는 대구에 간다. 일단 간다. 가서 아파트가 어떻게 생겼는지 만이라도 보고 오자. 요새 또 대구가 떨어지니 마니 말이 많다. 다음 주부터 무식하게 현장을 보고 오자.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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