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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Apr 10. 2022

남을 실망시키는 연습하기

남을 자주 실망시켜보자.

우리나라 사람은 너무 착하다. 그래서 본인이 힘들 때가 많다.


최근에 후배와 술자리를 가졌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였다. 싫은 소리를 하기 힘들고, 남들이 놀리거나 선을 넘는 말을 해도 기분 나쁘다는 표현을 잘하기 힘들다 하였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군대에서 많이 연습해보았다. 이런 이야기는 좀 그렇지만 군대 사람들은 사회에 나와서 잘 보지 않는다. 거기서 인연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개중에 한 두 명과는 사회에서도 연락을 하긴 한다. 그래서 군대에 있을 때 나는 의도적으로 연습했다. 남을 실망시키는 연습 말이다. 


나도 많이 힘들었다. 어딜 가나 웃는 상을 하고,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랐다. 무리에서 이탈되지 않고, 좋은 평판에 목을 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호구 잡히는 일이 늘어났다. 이래선 안된다고 결심했다. 싫으면 싫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어려웠다. 

그런데 거절의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면 상대방도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참 신기했다. 오히려 공과 사를 구분한다며 평판은 좋아졌다. 아이러니했다. 


우리나라 사람, 특히 젊은이들은 권위 있는 사람들이 무섭다. 뉴스에서 MZ 세대라 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지만 대다수는 아니다. 아직도 권위나 지위 있는 사람들 앞에서는 작아진다. 남을 실망시키는 것을 힘들어한다. 차라리 내가 힘들고 말지라고 넘어간다. 그러다 자기 마음속만 문들어진다.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연습해야 된다. 인생에 굴곡을 만들고 리듬을 줘야 한다.

그래야 관계에서도 변화가 있고, 삶의 주도권을 뺏어올 수 있다.


아마 남을 실망시키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어릴 때 경험으로부터 파생되었을 것이다. 아주 어릴 적 부모에게 실망감을 주는 것은 무섭다. 버림받을까 봐 무섭다. 본능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착한 어린아이가 되기로 노력한다.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고, 선생님께 대들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며 산다. 


부모를 첫 실망시킬 때는 대게 학교에서 원하는 만큼 성적이 안 나왔을 때 일 것이다. 이는 유년시절 중요한 경험이다. 내가 실망시키고자 하지 않았는데 부모를 실망시키는 첫 경험이다. 인생에서 내 마음애도 안 되는 것이 있구나를 직감적으로 느끼게 된다. 제대로 느끼지는 못해도, 어렴풋이 알게 된다.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를 실망시킬 때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다가 사춘기를 겪는다. 이때 사춘기가 제대로 오지 않으면 결국 20대나 30대에 온다. 자아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부모, 선생님과 나를 분리하기 시작한다. 오롯이 나로 존재하기 위해 애쓴다. 나를 키워주신 부모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기 시작하면 사춘기인 것이다. 이때 부모님께서 다름을 인정해주시면 괜찮지만, 엄하게 다스리려 하면 어긋날 수도 있다. 



평소에 착한 사람에게는 기준이 높아진다. 그가 실망을 시킬 때면 더 큰 미움을 받는다. 희한하다. 반면에, 평소에 자주 실망감을 선사해주는 사람은 조금만 잘해도 칭찬을 받는다. 그는 더 좋아질 일만 남은 것이다. 가끔의 선행이 그의 평소 실망감을 덮을 때도 많다. 물론, 평소에도 실망만 시키는 망나니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남을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워 나의 욕구와 원하는 바를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서비스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도 알바를 많이 해봐서 안다. 까다로운 손님에게 더 잘해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신고를 받는다거나, 더 큰 골칫거리가 생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까다롭게 요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손님에게 더 잘해주기 마련이다. 아픈 손가락을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욕구와 욕망이 더 중요하다. 


나는 남을 실망시킬까, 귀찮게 할까 두려워 반찬도 더 못 먹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직업적인 측면에서도 비슷하다. 퇴사를 생각하거나 이직을 할 때 부모님을 신경 쓴다. 물론, 가족이기에 중요한 결정들을 같이 논의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부모님이 좋아하니까 다니는 대기업을 때려치우는 것은 쉽지 않다. 본인의 만족도 있겠지만,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시니 실망시키가 쉽지 않다.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더 어렵다. 부모님이 월급쟁이의 삶을 사셨다면, 무조건 사업은 말리고 보신다. 주변에 필시 사업으로 집안을 말아먹은 사람들이 꼭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면 3대가 힘들어진다. 돈 빌려달랄 때 없으면 가족에게 빌리고, 가족들이 전부 가난에 빠지더라' 등 다양한 이유와 근거를 말씀하신다. 



왜 우리는 실망시키는 것을 두려워할까? 남들을 실망시키는 것은 상대방을 괴롭게 만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고역이다. 그러니 내가 참는다. 


문제는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내 욕구와 욕망을 외면하면서까지 참는 것은 결국 언젠가 터지게 된다. 잘 안됬을 때 남 탓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걸 남들이 몰라주면 서러움과 섭섭함으로 다가오게 된다. 


결국 피해자는 없고, 피의자만 있다.


무리에서 왕따를 당한다거나, 남들에게 거절당하거나, 버림받는 것은 모두가 싫어한다. 당연한 본능이다. 그래서 실망시키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계속 반복해봐야 한다. 


베스트는 남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나의 욕구대로 사는 것이다. 쉽지 않다. 우리는 서로 원하는 것들이 너무 다르다. 생각도 다르다. 결국 남을 실망시켜야 한다. 남의 기대와 욕구에 부응하는 삶은 오래가지 못한다.


본인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존중받는 지도 못한다. 사람의 심리상 거절하지 못하거나 호구처럼 보이게 될 경우 그 사람에게는 절대 존중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착하게만 살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가끔씩 무서운 사람들이 있다. 판을 흔들려하고, 권위와 지위를 앞세워 나를 굴복시키려 한다. 그럴 때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 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휘둘리지 않는다. 그래야 집에 가서 후회하지 않는다. 내 삶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해도 나다. 내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남을 자주 실망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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