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오니 커피를 내려마셨다. 사실 비가안와도 커피를 마시지만 매일 마시는 커피를 오늘도 마시니 뭔가 동기가 될만한 다른 이유를찾다가 마침 오랜만에 오는 비를 생각해낸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엔 이렇게 핑계와 구실을 갖다붙일수 있는 것이다.
몇해전까지 종종 보고는 했던 내 지인도 나와 거의 비슷한시기에 지방 시골에 땅과 오두막을 마련했다. 도시의 회색과 번잡함에 지쳐 작가였던 본인의 심성에 걸맞는 녹색의 시골에서 주말 오두막살이를 시작했던것 같다. 그런데 지인의 남편과 대학생 아이는 시골에서의 주말오두막 생활에는 관심이 없는것같았다. 여러번 주로 일거리가 있다고 연락이와서 갔지만 가족들을 본적이 없고 늘 혼자일하고 있어서 나무베기 등 여자혼자 하기어려운 일들을 도와주었다. 땅이야 돈만있으면 일주일안에 소유권 등기이전이 끝나고 요샌 집도 오두막 만들어진걸로 주문하면 다음날 트럭에 싣고와서 정화조랑 연결하고 전기연결하고 일주일안에 집이 완성되지만 200~300여평에 달하는 마당은 그렇지않다. 내 경험상 오두막을 만들려면 1인당 50평미만이 좋다. 그 이상되면 1년내내 살지 않는한 관리가 어렵다. 너무 도시만 살아서 풀을 만만하게본 지인처럼 200평넘게 사버리면 풀하고 전쟁하다 결국 지치게되는것이다. 남편 아내 혹은 아이라도 땅을 샀을때 관리에 참여할 인원을 생각해보고 그 인원에맞추어 땅을 구하는게 낫다. 관리를 안해주면 여름엔 한달만 비워놔도 마당이 정글이 되어 그 안에 뱀뿐 아니라 쥐 말벌 새집 들고양이 두더지 개구리떼 어쩌면 오소리나 너구리가 보금자리를 틀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나다를까 몇해전 의견차로 싸우고(주로 정치문제 등) 연락이 끊기기전 시골땅을 산지 몇년만에 다시 내놓았다는 얘기를 했다. 몇년동안 주말 오두막살이를 했지만 갈때마다 풀뽑은 기억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볼땐 그건 다른 핑계고 사실은 아마 마당에 출몰하는 뱀을 보고 몇번 기겁을 해서 정이 떨어졌을것이다. 나에겐 귀여운 뱀들을 지인은 극도로 무서워했는데 시골에 살면 뱀은 수시로 마당으로 들어와 놀다가 가기때문이다.
밤에 도로에 움크리고 있는 어린 능사
그저께 밤에 마트등 볼일이있어 외출하고 오는길에 인적이 드문 강변길로 운전해서 오는데 도로바닥에서 뭔가를 보았다. 이 시골지역 도로는 밤에 가로등이 몇개 없어서 제작년인가 갑자기 도로로 달려든 오소리새끼를 피하지못하고 로드킬한후 밤에 운전할땐 동물이 갑자기 달려들어도 브레이크로 멈출수있도록 60킬로밑으로 서행을 하는데 그저께본건 작고 웅크리고 있어서 아미 1초미만으로 본것같은데 살아있는 뱀이 웅크리고 있는 것 같았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핸드폰후레시를 켜서 지나쳐온 도로로 다시 보았더니 어린 능사가 겁먹고 잔뜩 웅크리고 꼼짝안하고 있었다. 데려가서 키울까 하는 생각도 잠깐 스쳤지만 그건 구속에 해당하고 나뭇가지를 꺾어서 도로밖 풀위에 놔주었더니 안심했는지 또아리를 풀고 움직였다. 실수로 도로로 나왔다가 차가 자기위로 지나가는걸 보고 겁먹었지만 다행히 차 바퀴가 닿지않는 도로 가운데라서 살아있던 것이었다. 능사는 얼핏보면 문양이 독사같지만 독이없고 아주 순해서 키워도 키울수 있을것 같았다. 시골에서 오래오래 서바이벌 하려면 내 지인처럼 뱀을 무서워하면 안되고 나처럼 뱀도 귀여워할줄 알아야하는 것이다. 문득 생활력이 그렇게 강한 여성지인은 결국 실패했지만 나는 잘 버티고있는 시골오두막생활을 자랑하고 싶은 심리가 들어 자랑해본다.
요새의 강수형태는 과거와는 좀 달라서 비가 내리면 폭우인경우가 많다. 원래 뽕나무 밭이었다던 서울의 강남지역처럼 주변에 강이나 하천이있으면 앞으로 시대에는 마당까지 물이 차오르고 침수되는 경우도 생길수 있는것이다. 그런데 서울과 지방시골의 차이점이 이럴때 좀 뚜렷이드러난다. 서울은 사람이많아서 굳이 민원을 안넣어도 재해지역이 길어도 며칠내로 복구되고는 하지만 지방시골은 사람이 없어서 잘 다니던 도로가 범람한 하천에 휩쓸려 사라져서 민원을 넣어도 차가계속 다니는 주요도로가 아닌이상 수개월동안 태풍과 폭우가 물어뜯어 끊어진 허리를 드러내고 있다가 내년 봄이 되어서야 예산안에 통과되고 집행되어 비로소 복구에 들어가는 것이다. 왜 복구를 빨리 안해주냐고 항의전화를 해보면 그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둥 시골지역의 예산과 행정은 매우 열악한 것이다.
그리고 일기예보가 거의 안맞는다. 어제도 3시간앞까지만 맞았고 3시간뒤에 비가 그친다더니 오늘 오전까지 비가왔다. 관측소가 소도시 중심부쯤에 하나있고 사실상 시골인 외곽쪽에는 관측소자체가 없는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강이나 산들이 많으면 난류가 형성돼서 바람의 방향이 오락가락이라 이 지역에 기상관측소를 세우지 않는한 기상청의 컴퓨터나 외국기상업체의 슈퍼컴퓨터도 우리 마당 나무에 몇년째 살고있는 청개구리의 예보를 전혀 따라오지못하고 이 지역 예보에 번번히 실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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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비가 일시적으로 그친것 같아서 해지기전에 마당에 풀뽑으러 가야해서 이만 줄여야겠다. 비가온뒤에 땅이 촉촉할때 풀작업하는게 편하다는걸 아는걸 보니 어느덧 나도 마당에 살고있는 땅강아지나 두더지의 경지에 가까워지고 있는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