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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의밥 Oct 28. 2024

개의선물

캠핑창고

붕대감다가 물려서 몇대 때렸더니 엄청 오버하며 죽는 소리를 내고 그뒤로 며칠간 만질때마다 으르렁 거리던 나의 개는 지금은 다시 평정을 되찾아 만져도 순순히 응해준다. 사고로 앞을못보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되었지만 성격과 청각과 주인에게 응대하는 습관은 남아있는 것이다.


동물에게 잘해주면 동물도 뭔가 선물을 주곤 하는데 전에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줬더니 어디선가 오래된 칼을 주워다준적이있다. 그 칼로 여러가지를 할수 있으니 너 가지라는 선물이었다. 선물받은 칼은 아직도 어딘가 보관중이다.

나의 귀여운 강아지도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얼마뒤 겨울에 바빠질동안 맡아줄 사람을 주변에서 아무도 찾지못하게되자 강원도 지인네 빈집을 빌리게된 것이다. 개덕분에 세컨창고가 생긴것이다. 빈집은 세탁기쓸때만 들어가고 난 창고를 쓰겠다고 하였다. 개 사료를 살때 개가 안에서 키우는개인지 밖에서 사는 개인지 물어보곤 하는데 개로치면 나는 밖에서 사는 개에 해당한다. 칭고안에 모닥불 피울수있는 장작난로를 설치하고 넓은 유리문으로 앞산의 풍광이 보이도록했다. 초기에 연통설치를 어설프게해서 한쪽창문이 새까맣게 탔지만 어차피 지인은 바빠서 빈집에 거의오지않는다. 극도로 깔끔한 여성지인이 저 창고 창문이 왜 까맣게 되었냐고 어쩌다 방문해서 물어보면(그녀의 남편분은 이해할것이다 남자들은 창문같은건 깨지지만 않으면 색깔같은건 크게 신경안쓰는것이다 문제는 여자다) '앞못보는 이 개가 보는 세상이 마치 저 까만 창문과 같기때문에 까맣게 변한것같다'는 답변준비도 완료한것이다.

창고안의 흙은 고무카페트로 덮었다. 나를 위한 거의 완벽에가까운 캠핑장이 탄생하였고 이렇게 된데에는 개의 공이 크다. 때려서 미안하다 말하고 쓰다듬어주고 개 간식을 주었다.


그러나 삶의 고난은 개에게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곧 이어 바빠질 구해주고 먹이는 주지만 때리기도하는 두얼굴을 가진 야누스나 지킬박사와하이드 처럼 이중성을 가진 이 인간은 자길 고작 며칠에한번 방문해줄뿐이다. 강원도의 혹독한 추위와 찾아오는 손님이라고는 가끔씩지나가는 새들과 겨울바람뿐인 비닐하우스안에서 식량과 물만으로 추위와 외로움, 앞못보고 제대로 걷지못하는데서 오는 심리적 우울증과 고통을 견디며 봄까지 서바이벌 할수 있을지 미지수인 것이다.


수의사분이 처음 발견후 수술전에 안락사 소견을 제시하며 개주인과 짧지만 팽팽히 대치하였다. 여러 사고견들을 보아왔을 수의사 입장에선 살아남는과정이 쉽지않을뿐 아니라 살아남아도 대략 이렇게 앞못보고 못걷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에 이렇게사느니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게 좋다고 생각하셨던것 같다. 그러나 나는 뭔가 인위적 안락사에 거부감이있었다. 동물이긴해도 동물의 의사를 모르는데 죽일수 있는 권한이 나에게 없다고 보았고 그리고 저 개도 불편하긴해도 살기를 원할거라 보았다. 빈 강원도 캠핑장의 혹독한 겨울추위와 싸우며 작은하우스안에서 외롭게 누워있으면서 '자길 그때 왜 길에러 죽게놔두지않고 살렸느냐'고 이중적 인간을 원망하는 마음을 낼지도 모른다. 나는 십수년전 대학로극장에서 보았던 연극 '신의 딸'의 마리아 수녀같은 입장이 된것이다.

(연극에서 오설은 배우가 역을맡았던 마리아수녀는 자살하려던 장애인의 자살을 막는 조건으로 그와 결혼하여 애도낳아주었지만 비이상적 사회에서 그리되기쉬운대로 꼬여서 매우어려워진 현실에서 마지막에 '자길 그때 왜 죽게내버려두지않았냐'는 장애인남편의 환영앞에 번민하면서 연극이 끝난다)


가을밤 기러기 슬피울며 날아가고 앞 개울엔 밤안개 피어오르네

슬피우는 기러기야 동하러 떠나는길 힘들울지마라

인적 빈창고앞 하우스안에 로 던져진 나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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