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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환자다

by 까마귀의발

치과에 정기검진 받으러갔는데 충치가 생겼다며 치료를 해야한다고 했다. 잇몸에 주사를 놓아 마취시킨뒤 신경치료까진 아니지만 이 겉부분을 갈아내고 덮어씌워야 한다고 했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주사다.

주사를 놓는다는 소리에 간호사분께 물어봤다.

"그거 아픈가요?"

젊은 간호사(?)분이 쳐다보더니 답변해줬다. "약간 따끔할거에요"

하지만 마취없이 치료할수는 없다는걸 알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잇몸 마취주사를 맞고 치료를 받기로했다

치료하러 간 소도시에서본 바닷물

다시씀


이어서..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얼마 주지않고 잠시뒤 의사선생님이 마취주사를 들고오셨다. 심호흡을 한뒤 병원에 들어가 군대에서 훈련하다 총을 맞는 심정으로 혹은 주사를 맞는 개와같은 심정으로 입을 벌리고 마취주사를 맞았다. 여의사선생님은 나의 두려움을 아셨는지 마치 내가 반려견에게 예방접종주사를 놓을때처럼 아주 차분하고 섬세하게 주사를 놓아주셨다.

다음은 마취가 진행되는동안 스케일링을 한다고 하셨다. 젊은 간호사(?)분이 날보고 다시 누워서 입을 벌리라고 했다. 역시나 죽음을 각오한 동물의 심정으로 누워서 입을 벌렸다. "자, 아- 해보세요. 아-"

이 간호사분도 반려견이나 아이를 대하듯 아주 자상하게 스케일링을 해주셨다. 내 입안에 섬섬옥수의 손가락과 스케일링 도구를 집어넣고 스케일링을 하는걸 느끼며 반려견이 하는대로 한번 물어볼까 생각이 들기도했지만 잘못물었다가 어떤 후환이있을지 몰라서 얌전하게 가만히 시키는대로 했다.

"입 좀더 크게벌려보세요. 아-"

"입술에 힘 빼세요"

얌전한 강아지 처럼 간호사분 말씀에 순응하여 스케일링을 마치고 다음은 다시 아까 그 여의사분이 다른기구를 사용해서 충치가있는 어금니를 가셨다.

죽을것같은 두려움과는 달리 섬세하고 자상한 의사분과 간호사분 덕분인지 별로 아프지 않았다. 본을 뜨고 갈아낸 치아를 임시로 땜방한뒤 다음주에 다시 오기로 하고 인사하고 나왔다.

이제 다시 살아났다는 기분이 들어 두번째 삶을 얻은것마냥 감사하고 안도의 느낌이 들었다. 나오면서 날 살려준것만 같은 간호사분이 보여서 여성분들께 할수있는 최고의 인사를 해드렸다. "고생하셨습니다. 예쁘십니다"


이 뱀 아니라 다른뱀

그러나 치료는 마쳤어도 본뜬 치아씌울때까지 나는 환자다. 어딘가 더 겸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는길에 도로에서 뱀을 만나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에서 내려서 확인하니 다행히 뱀은 차에 안치이고 길을 무사히 건너가 사라져있었다.


나는 아직 환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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