ㅓ얼마전 십수년만에 보는 연차가 많이나는 선배에게 인사차 갈일이 있어서 아는 누나한테 과일좀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소위 가방모찌다. 옛날에는 가방이었지만 요새는 과일이다. 시간이 마침 되었는지 허락하고 약속한 날짜에 함께 가서 과일을 하나 들어주셨다. 여자들이 남자보다 힘이 다소 덜하긴 해도 복숭아12개짜리 한박스 정도는 들수있다. 하지만 아는 여성지인에게, 아무리 서로알아도 공짜는 없다는것도 서로 알정도의 연륜들인데 굳이 부탁을 한 이유는 대화자리 동석에 있다. 남자둘이 방안에 들어가면 서먹서먹하고 어색하고 분위기가 무겁고 별로 할말이 없기때문이다.
시집가고 애들도 둘씩이나 있는 지인이었지만 여전히 고운 미모에 상대말을 다소곳이 받아주고 호응해줄줄도 아는 매너까지 지닌 예쁘고 상냥한 여성이었기에 아마도 나혼자 갔으면 남자둘이 서먹서먹해서 10분만에 끝났을지 모를대화가 두시간가까이 이어졌다. 선배가 앞에 예쁜 여자가 있으니까 더 신이나서 말이 술술 나왔다. 남자에게는 역시나 여자가 필요한 것이었다. 하하호호 대화도하며 미팅이 아주 순조롭게 끝났다. 하지만 혹시나 예쁜미모를 보고 선배가 작업하는 실수를 하면 안되니 초반에 소개할때 가정이 있음을 인지시켰다. "요새 애들은 유학생활 잘하고 있나요? 어디 캐나다 갔다고 했었나요?" "아 큰애는 졸업했고 작은애가 아직 공부중이에요" 서로 존칭어를 쓰는가운데 예쁘긴해도 가정이있으니 작업하면 안된다는걸 알려준 것이다.
누나께 감사했다 그런데 미팅이끝나고부터 알바비를주고 헤어지기전까지 날씨같은 여자의 마음을 엿볼수 있는일이 있었다.
지인여성을 부르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며 하마터면 무지 어색할뻔했던 미팅이 순조롭게 끝난데대해 지인께 감사하며 다시 집근처에 내려주기전 경치좋은 카페에 가자고 내가 제안을 했다. 흔쾌히 받아들여서 1시간 안쪽거리에 있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찾아갔다. 카페는 정말 멋있었다. 해변도로에 있는 2층인가 3층카페앞 주차장에 내리기만 해도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가슴이 뚫리는것 같았다. 잠시 바다와 파도를 구경하고 사진도 몇장찍고 제법 잘 꾸며놓은 예쁜 카페출입구로 들어섰다. 직원분도 친절하게 손님을 환대하며 인사를 하고 있는데 이 누나가 갑자기 커피보단 식사가 하고싶다고 했다.
아까 분명히 카페가자는데 동의해서 열심히 찾아왔고 카페도 무척 아름답고 훌륭한 곳이었는데 그렇게 갑자기 마음이 바뀐 이유를 알수 없었다. 여자의 마음은 이처럼 갑작스럽게, 알 수 없는 이유로 변하는 예측이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변덕이 있긴해도 이런데서 안맞춰주면 다음에 다시 부탁을 해도 안들어줄수 있다. 조금 당황한 기색을 몇초안으로 순식간에 감추고 그럼 양식이 좋은지 한식이 좋은지 물어봤다. 한식이 좋다했다. 다시 차로 가서 출발전에 1분정도 주변 한식집을 검색했다. 적당한 한식집이 보이길래 여기가 어떻겠냐고 물어본뒤 좋다고 하자 다시 몇십분쯤 차를몰고 검색한 한식집으로 향했다.
도착한 한식집은 큰길 옆에있는데 앞쪽엔 주차공간이 꽉차있어서 차도 건너편 길가에 주차를 했다. 갑자기 비가 내렸다. 트렁크에 있는 하나밖에 없는 우산으로 지인을 잘 씌워서 100미터쯤 떨어진 횡단보도 돌아가느라 200미터쯤 걸어서 목적지인 한식집에 도착했다. 이런 사소한데서 잘해줘야지 나중에 부탁을 하더라도 또 들어준다. 영국여왕을 수행하는 비서처럼 지인이 비 안맞고 불편해하거나 어색해하지 않도록 우산을 잘 씌워주고 밝게 대화도하며 횡단보도를 건너 한식집으로 갔다. 이번엔 아까 카페보단 많이 낡고 로컬분위기가 나고 비좁았지만 의외로 마음에 들어하였다. 여자의 마음은 이렇게 예측이 어려운 것이었다.
한식으로 저녁식사를 하며 오늘 미팅 후기와 생활얘기 등 이것저것 가벼운 마음으로 수다를 떨다가 시계를 보니 가야할 시간이라 결국 커피는 못마시고 지인을 다시 집근처에 내려준뒤 돌아왔다.
미래는, 특히 거기에 여자가 관여되어있으면 날씨처럼 예측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었다.
기후나 날씨를 변화시키는건 내가볼때 불가능하다. 탄소저감정책이 온난화를 아마 1~2년정도 늦출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전세계의 전쟁에서 쏘아대는 미사일만으로도 아마 저감정책이상의 탄소를 공기중에 배출할 것이다. 우리가 할수있는건 운명처럼 일어나는 날씨같은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하는것 뿐인것이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있으면서 일어나는 흐름들에 적응하고 대응하려 애쓰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