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는 이야기1

by 까마귀의발

"All I need is a cup of coffee"

(나에게 필요한 것은 한잔의 커피뿐이다)


아침에 커피마시면서 쓰면 좋을것 같은 내용이지만 밤중인 지금 생각이나서 자기전에 지금 적어본다.


커피의 세계-


인생, 음악, 문학, 예술, 철학, 자연, 심리, 들꽃 등 깊이 빠져들만한 모든것들과 마찬가지로 커피도 두글자 안에 하나의 세계가 있다. 커피에 대한 나의 관심과 애정도 나로하여금 매일 커피를 마시게 하는 수준이다. '커피가 맛없을 100가지 조건'이란 책인가 글이 있다던데 그건 생활의 구성요소를 100가지정도로 생각해서 그런거고 사실은 숫자를 500이나 1000으로 늘릴수도 있다. 역시나 책을 한권쯤 써도 모자랄정도로 커피에도 그 나름의 세계가 있는 것이다. 원두가 어디서와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로스팅했고 드립하는 사람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기구로 어떤물로 어떻게 드립하느냐에따라 커피맛이 크게 달라질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얼하며 혹은 무엇을 들으며 무슨생각하며 마시느냐도 커피맛을 다르게할수 있다.

그리고 맛이란건 보통 주관적이고 가변적이고 상대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칭송받는 명품커피도 있다.

내가 감동받은 커피는 10여년전에 한번 마셔본 블루마운틴 피베리원두였는데 '블루마운틴'이란 단어가 이해가될 정도로 깊고 슬픈 감미로운 맛이었고 원두자체가 전체원두의 0.1인가 0.2프로인가밖에 되지않아 마셔본 사람이 얼마없다. (점점더 희소해지는 것이 아쉬움.)

수백만원짜리 산삼을 먹는거나 한봉지에 백만원씩 주고라도 이런커피를 마시는거나 매트릭스 영화에서 주인공 반대편의 여자가 '그녀에게 키스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한번만 키스해주면 문을 열어주겠다'말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그 바다와 바람의 고요함과 깊음을 머금은 명품적 감미로움과 그 감미로움을 받아들이고 느낄수 있는 상태에서 그 감미로움을 잘 살려내서 드립해서 두어잔 커피로 만들어 잔에 따라 마시는 일.

늘상있는 일은 아니고 어쩌다 있을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런 상황이 언제 어디서 올지, 인생은 늘 예상밖의 일들로 가득하므로 나도 차에 커피 드립기구와 물포트를 싣고 다닌다. 커피를 마실만한 상황과 사람들이 보이는 경우 나의 공간, 혹은 홀의 콘센트옆 등 적당한 공간을 찾아 거의 혼자, 그리고 가끔은 둘이나 여럿이서 커피를 마시고는 하는 것이다.

심지어 나는 어느 음악회 공간에서도 커피를 마셨다. 어느 음악가분께 공연 초대를 받아 나중에 음악회가끝나고 싸인받으러 초대장을 보여준뒤 미팅실?로 들어갔을때 그녀에게 내가 직접 로스팅해서 드립하여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를 따라주며 나도 한잔 같이 띠라서 마신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때 내린커피는 별로였다. 어쩐지 커피를 마시는 그녀의 표정이 무뚝뚝해보였다. 내가 마시기에도 비록 내가 로스팅해서 드립한거긴 했지만 어딘가 연기냄새가 너무 강하게나고 깔끔하지 않고 미흡했다. 사실은 그것이 내가 커피를 처음으로 로스팅한 처녀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비록 정성을 들이고 처녀작이란 의미가 있었지만 세상은 나의 상황을 모르고 알아주지않고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이건 연기맛 반 커피맛 반인 연기맛 커피다!

아무튼 커피 로스팅이 쉽지않은 작업이란걸 알게되어 장비와 시간이 필요함을 깨닫고 그 이후로는 커피로스팅하는데서 사다먹는게 가성비가 좋다는걸 알게됐다. 가성비를 따지는걸 보면 커피에대한 열정은 선을 넘지않은 수준이라 할수있다. 요새는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있다.

내일 아침엔 혼자 아프리카 에디오피아에서 온 커피를 마실것 같다.


근현대문명의 발전과 함께해온 커피를 나도 이렇게 그럭저럭 마시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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