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정의>
이미 지나간 때
<언어프로듀서의 재정의>
현재가 비어 있을 때 자꾸 꺼내 보이는 시간
최근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저녁을 먹었다. 두 시간 내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때 잘 나가던 시절, 회사에서 인정받고 후배들이 따르던 시절. 이야기는 줄곧 그 언저리를 맴돌았다. 헤어질 무렵이 되어서야 알았다. 지금 그가 무엇에 집중하며 사는지, 끝내 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과거를 자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과거는 현재가 희미해질수록 더 또렷해진다. 지금이 충분히 단단하지 않을 때, 사람은 가장 빛났던 시절로 돌아간다. 그것이 자랑이어서가 아니라, 그 시절이 자신을 설명해 주는 가장 익숙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그랬다. 일상이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가 버린 날이면,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6급까지 승진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과거는 위안이 되고, 때로는 방패가 된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내고 있을 때 과거는 조금 다른 자리에 놓인다. 내세울 훈장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디딤돌이 된다. 어제가 아무리 찬란했더라도 그 빛은 오늘을 살아가는 연료가 될 때만 의미를 지닌다. 오늘이 단단할수록 과거는 굳이 자주 꺼내 보이지 않아도 된다.
결국 과거를 얼마나 자주 꺼내는지는
지금을 얼마나 살아내고 있는지와 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