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은 끝내 적응되지 않는다

by 언어프로듀서


출근

<사전적 정의>
일터로 근무하러 나가거나 나옴
<언어프로듀서의 재정의>
좀처럼 적응되지 않지만 당당히 머무는 자리


매일 아침 눈을 떠 출근 준비를 한 지 16년이 되었다. 씻고, 옷을 챙겨 입고, 가방을 들고 문을 나선다. 이 순서는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16년을 반복했는데도 출근은 여전히 낯설다.


무언가를 오래 반복하면 몸에 배기 마련이다. 뿌리 깊게 박혀 그저 한 몸처럼 편해져야 한다. 실제로 씻고 옷을 입는 행위는 이미 무의식이 대신한다.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출근 그 자체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어디론가 반드시 가야 한다는 구속감이 가슴을 먼저 압박한다.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적응이란 걸 끝내 모르는 것이 출근이다.


그렇다고 출근이 반가울 때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딱 두 번 있다.

남편과 크게 싸웠을 때,

그리고 시어머니가 집에 와 계실 때.

그럴 때만큼은 출근이 구원처럼 느껴진다. 나갈 곳이 있다는 것, 가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동료가 있다는 것. 그 당연한 사실이 그렇게 든든할 수 없다.


출근은 집은 아니지만, 당당히 머물 수 있는 자리다.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감각,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필요해질 때 비로소 보이는 자리다.


16년째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채, 나는 오늘도 집을 나선다.

억지로이지만, 완전히 싫지는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