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달력은 늘 빼곡했다.
아침마다 필사 사진을 찍어 올렸고, 출근 전 블로그 발행 버튼을 눌렀다. 퇴근 후에는 독서 프로그램 과제를 열어보고 마감 시간을 다시 체크했다. 한 달에 열 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동시에 돌렸다. 월요일엔 고전 모임, 화요일엔 글쓰기 챌린지, 수요일엔 서평 마감. 주말에도 빠짐없이 과제가 있었다.
몸은 고됐지만 4년 동안 하루도 정해진 루틴을 빠뜨리지 않았다. 작은 성취와 성과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방대한 독서 덕분에 문해력이 눈에 띄게 올라갔고, 일주일 꼬박 고생해서 작성하던 기획서와 보고서도 하루면 작성해 낼 수 있게 됐다. 또 일기 한 줄 쓰지 않던 사람이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럼에도 작년 한 해는 유독 방향 감각이 흐릿했다.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은 강했지만,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어느 일요일 밤, 모든 마감을 끝내고 침대에 누웠다.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일주일 내내 마감은 지켰지만,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읽고 쓰는 루틴이 몸에 완전히 배어 있었다. 하루라도 빠지면 불안했고,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럴수록 더 많은 걸 붙잡았다. 하지만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불안해서 붙잡은 반복이 더 이상은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 주지 않는다는 걸. 이제 필요한 건 더 많은 양이 아니라, 더 깊은 한 가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 방황 속에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연재를 시작했다. 인증을 위해서도 아니고, 프로그램 과제를 위해서도 아닌, 진짜 내 이야기를 쓰는 시간이었다. 반응이 없으면 좌절했고, 작은 댓글 하나에도 다시 힘이 났다. 독자의 마음에 닿는 글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이후 프로그램과 챌린지를 대폭 줄였다. 모든 걸 잘 해내는 대신, 브런치 한 가지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였다.
요즘의 일상은 훨씬 단순해졌다.
대단한 목표가 생긴 건 아니다. 다만, 작가로 성장하고 싶다는 방향이 조금 선명해졌을 뿐이다.
이것저것 채워 넣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
한 가지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충분히 말해주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