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넘어섬 20화

스물

내 가장 무책임하게 찬란했던 순간과의 작별인사

by wordsfromulsan

스물, 이십, 20

처음 쓸 때는 이걸 이때까지 이어나갈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꾸준하게 써나가는 걸 목표로 시작하긴 했지만 워낙 뭘 하던 빨리 질리는 성향이라 중간에 분명 그만둘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감정을 배설하는 데 있어서 즐거움을 느꼈고, 매주 일요일마다 시원하게 싸지를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오롯이 내 솔직한 마음들을 쏟아내고 싶었던 거라 조회수나 좋아요 개수를 신경 쓰려고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라이킷'이라는 표현의 알림이 뜰 때는 기분이 좋았다. 너무나 감사하다.

스물, 나이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나에겐 의미 있는 숫자이다. 어리숙한 성인이 되어 멍청한 짓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가장 즐거웠던 나이가 아니었을까.

10대의 학창 시절은 내게 그다지 좋은 시절이 아니었다. 학교라는 곳 자체가 내가 적응하기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으며 그 다수의 아이들과 몇 년을 함께 관계를 맺고 성장해 나가는 데 있어서 나는 미숙한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매번 아이들과 대화를 할 때 '얘가 내게 진심으로 얘기하는 게 맞을까?'라는 의심을 버릴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인간관계가 많이 허술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질이 좋지 않은 친구와 어울리기도 했고 그래서 더 혼란스러운 인간관계를 맺어가기도 했다. 이 모든 상황이 내가 싫었던 이유는 회피와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 같다. 내가 잘못했건 쟤가 잘못했건 나는 그들을 매일 봐야 했고 적당히 대충 넘어가면 매일이 힘들었다. 사실 별 일이 아님에도 그들의 세상은 학교라는 굉장히 좁은 공간이었고 매일을 전투하듯 행동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스물의 나이가 되고 성인이 되었을 땐 오히려 조금 편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학교라는 전장에서 병사로서 거칠게 싸우던 학생들이 1월 1일이 지났다고 성인으로서 거들먹거리고 어른인 척하는 게 오히려 편했다. 연기를 하는 것일지라도 그들은 여유로운 척, 관용이 가득한 척했고 학생이었다면 일주일을 서로를 씹어대며 시시콜콜한 뒷담화를 쏟아냈을 일들 또한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겼다. 대충 넘어가는 것이 허용됐다.

거기다 학생 때는 활용할 수 없었던 새로운 비상구도 생겼다. 술이었다. 우리는 성인이었고, 술을 합법적으로 마실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더욱 어른인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큰 잘못을 해도 술 먹었는데 그럴 수 있지라는 기준으로 넘어가는 게 가능해졌다. 어쩌면 그래서 술이 좋았는지 모르겠다. 어떤 병신 같은 짓거리도 어떤 광대 같은 짓거리도 모두 용인되었다. 술을 먹었으니까.

그래서 내 스물은 술로 가득했다. 거의 매일같이 먹었다. 술독에 빠져 살았다. 그러면 현실을 잊을 수 있었고, 어떤 멍청한 짓을 해도 다 용인되었다. 심지어 대학 구조 상 중고등학교처럼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고 한 시간 정도는 푹 자다 일어나도 주변에 도움받을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내가 들은 걸 친구한테 알려주기도, 친구가 들은 걸 나한테 알려주기도 하니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관계이기도 했고 이 과정 또한 전 날 술을 마셨다는 이유가 굉장히 적절하게 자리 잡았다. 그렇게 하루의 수업을 모두 끝내고 나면 다시 눈 마주치는 친구들과 손 붙잡고 다시 술집으로 향했고 또 밤 새 술을 먹고 그러다 다음 날도 비슷하게 보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세월을 참 무의미하게 허비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때부터 토익과 각종 자격증을 준비했다면 더 좋은 스펙을 갖고 있었을 것이고, 학교 수업에도 집중했다면 학점도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가장 자유로운 나이였다. 이제 갓 입학했으니 취업도 뭔가 멀어 보였고, 그 사이에 준비해야 하는 것도 군대 갔다 와서 하면 될 것 같았다. 동시에 술을 먹어야 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았고 그러다 보면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떠날 수 있었다. 가장 청춘이었고 가장 찬란했다. 그래서 가끔 그때가 그립다. 멍청하고 병신 같아도 괜찮았던 그때를 자주 그리워한다. 하지만 이제는 놓아줘야겠지. 나이가 몇인데.

그래도 20화라고 내 스물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삶에 시련이 탄생할 때마다 그때를 그리워하곤 하는데 이제는 보내줘야 할 것 같아 글로써 기록했다. 사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알겠지만 오히려 그 때야 말로 모든 게 용서받을 수 있고 회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던 게 아닌가. 이젠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새기기 위해 그 모든 걸 날려 보낸다. 잘 가라 내 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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