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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Dec 19. 2016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송년회 후유증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연말이다. 시국은 어수선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술자리로 인해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나 역시 대한민국 일개 직장인으로서 나름 바쁜 시간을 보내며 2017년을 향해 열심히 달리는 중이다. 


  요지는 매년 이맘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는 것. 몇 년 전 겪었던 잊고 싶은 일, 하지만 결코 잊히지 않는 그런 에피소드랄까.


  불금이었다. 회사 동호회 망년회를 했다. 7시부터 회사 앞에 모여 고기를 먹고 2차로 맥주 집을 갔다. 새로운 동호회 회장과 총무를 선출하며 분위기가 더욱더 무르익을 무렵이었다. 다른 팀 팀장님 두 분을 우연히 만나 자연스럽게 합석하게 됐다. 도합 25명이 3차로 노래방을 갔다.


  팀장님 두 분은 젊은 친구들 노는데 껴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이후의 비용을 모조리 계산해 주셨다. 어찌 보면 전략적인 방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신나게 놀다 새벽 무렵 모든 자리가 무사히 끝났다.


  친한 동료 몇 명과 간단하게 한 잔을 하러 가려는 찰나, 한동네 사시는 팀장님이 가방을 ‘휙’ 던지며 “가자!”라고 외쳤다.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얼큰하게 취한 팀장님을 두고 그냥 갈 수 없어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콜택시 부르겠습니다"라는 말에 " 돈 많냐?라는 말로 화답을 하시어,


  버스를 타러 광화문으로 향했다.  새벽 1시가 좀 넘은 시간, 마침 일산행 버스가 있었다.  조금 기다리니 막차가 왔다.


  팀장님은 

  "자지 말고, 고양경찰서에서 깨워라."

   라는 말을 남기고 바로 곯아떨어졌다.

  나도 핸드폰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버스는 목적지를 한참 지나 한적한 도로를 청승맞게도 달리고 있었다.


  "팀장님! 내리셔야 됩니다!"

  라는 비명과 함께 부랴부랴 버스에서 내렸다.

  팀장님은 "여기가 어디야?"라며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술이 확 깼다.

  "글쎄요, 저도 처음 와보는 곳이라… 택시 타야겠어요."

  "이 자식아! 내가 자지 말라 그랬잖아!"


  광화문에서 8번째 정류장에서 내려야 했는데, 달콤하게 자다 보니 어느덧 16번째 정류장이었다. 거의 종점. 게다가 난생처음 와보는 외진 곳.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콜택시에 전화를 했는데, 위치를 모르니 서로 답답해만 하 결국 배차를 받지 못했다.


  다행히 15분쯤 기다리니 택시 한 대가 나타났다.

 

  팀장님이 기사분께 "여기가 어딥니까?"라고 물으니, "일산 제일 끝이에요. 조금 더 가면 파주입니다."

  

팀장님의 매서운 눈초리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팀장님은 내리기 직전 앞자리에서 부스럭부스럭 거리시더니 18,000원을 주시며,

"니도 귀책사유가 있으니까~ 나머지는 네가 내라~"

  라는 말을 남기고 비틀비틀 사라졌다.


  집 앞에 도착하니 요금은 19,000원. 종로에서 집까지 심야 택시를 타도 17,000원인데, 괜히 버스 타고 헤매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진이 쏙 빠졌다.


  택시에서 내리는 찰나,

  "손님, 상품권을 주시면 어떻게 합니까?"

  엥?살펴보니 해피머니 1만 원, 5천 원, 천 원 4장. 다시 받아 들고 카드로 계산을 하려니 마침 카드 기계가 안 됐다.

  "요즘 카드 안 되는 택시가 어디 있어요!!?!"

  울분을 토하며 편의점으로 갔다. 편의점에서 현금을 찾아내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3시. 무슨 지방 여행도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 와이프에게 해피머니 상품권을 주니 책 산다고 좋아한다. 남편이 얼마나 힘들게 벌어온 해피머니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데 팀장님은 해피머니 상품권이 없어진 걸 아실까? 일부러 그러신 걸까?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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