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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괜찮은 사람으로 사는 연습
by The한이 Nov 09. 2018

섬뜩한 개(犬)를 키우는 사람

' 존중받는 사람과 욕먹는 사람의 한 끗 차이'

  


말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면전에서 들을 때는 상대의 표정이나 눈빛 제스처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의도가 파악됩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통해 전해 듣는 말은 괜스레 의심부터 들고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특히 나에 대해 잘 모르는 대상이 말의 근원지라면 불편한 감정은 곧 불쾌함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근거도 뭣도 없는 좋지 않은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었을 때 말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 없이 이런저런 말을 호기롭게 내뱉는 이들이 있어요. 프로불편러들이죠. 이런 상황은 당사자 모르게 자연스러운 척, 은밀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혼자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 걔는 원래 좀 놀았을 거 같고!"


  직장 선배가 저를 두고 내뱉은 말을 우연히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어요. 선배와는 식사 한번 한 적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서로 잘 모르는 사이입니다. 그런 저에 대해 단호박 같은 평가를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단편적인 소문의 조각들을 퍼즐처럼 끼워 맞춰 주관적인 결론을 내린 거죠. A형은 성격이 소심하고, AB형은 무조건 똘아이라는 근거 없는 혈액형 논리를 일반화하는 것처럼요.


  선배뿐만 아니라 다른 팀 팀장과 처음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도 '너 잘 논다며?'라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잘 논다'라든지 '좀 놀았을 거 같다'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다양할 테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된 이유를 대강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 회사에 댄스 동우회가 생겼습니다. 갑작스레 발족한 특별한 동우회에 인원이 차지 않자 멤버들의 지인 섭외 작전이 펼쳐졌어요. 친한 선배의 간곡한 회유에 고민을 거듭하다 가입하고 말았습니다. 머릿수나 채우는 잉여 회원이라고나 할까요.


  멤버들은 6개월 넘게 틈틈이 모여 연습을 했고, 회 축제 무대 등에서 공연하는 가슴 벅찬 순간을 몇 차례 만끽했습니다. 덕분에 저를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 저는 회사에서 춤추는, 다시 말해 소위 좀 놀았을 것 같은 이미지로 비친 거죠. 꼰대 같은 생각 같지만, 우리 세대에서 '춤'이라는 단어는 적어도 그랬습니다. 하물며 저보다 더 위 세대들에게 선입견은 더욱더 강했을 것입니다.



  수십 년을 거슬러 올라 초등학생 시절 모래요정 바람돌이와 클레멘타인으로 율동 시험을 볼 때, 끼 넘치는 여자아이들은 Joy의 <Touch By Touch>와 New Kids On The Block의 <Step By Step>에 맞춰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였습니다. 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이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그 친구들이 너무 멋있었거든요. 그동안 용기가 없어 도전하지 못했던 활동을 동우회라는 공식적인 모임을 통해 접게 된 거죠. 이 기회를 놓치면 분명 후회할 것 같아, 나이와 뻣뻣한 몸보다는 열정을 믿고 결단 내렸던 거예요.


  쉽지 않았습니다. 동료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기 위해 단체 연습 시간 외에도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 남모르게 수없이 동작을 반복하면서 익혔습니다. 덕분에 나름 곧잘 따라 하는 회원으로 거듭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보이지 않는 노력의 과정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원래 놀았던 사람이 돼버린 거예요. 직장생활의 고단함과 무료함을 동우회 활동으로 극복하려는 동료들의 열정과 노력은 보지 않는 거죠. 아니, 보려고 하지도 않는 거죠.


  사실 '춤을 추네 마네, 놀았네, 안 놀았네'라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키득거리며 누군가에 대한 선입견을 양산하는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저 하나만 두고 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원래 좀 놀았을 거 같다'는 말속에 동우회원들에 대한 삐딱한 마음도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도청도설道聽塗說이라고 했습니다. 길에서 듣고 길에서 말한다는 뜻으로, 길거리에 퍼져 떠도는 뜬소문을 일컬어요. 길에서 주고받는 말은 근거 없고 허황한 말이 많으니 함부로 남에 대해 떠들면서 자신의 선입견을 남에게 전파해서는 안 됩니다.


  소문만 듣고 편견이 있던 선배와 한 팀이 된 후 전해 들었던 말과 너무 다른 모습에 놀랐던 경험도 있고, 도도하고 네 가지 없다고 들었던 여직원의 털털함과 순진함에 당황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찌라시가 급속도로 확산되듯 누군가의 흠이 가미된 헛소문은 반가운 즐길 거리가 되고 가지각색 편견을 양산해 냅니다. 남 얘기에 유독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정체 모를 소식을 쉽게 외면하지 못하고 퍼 나르며 부풀리기에 여념 없습니다.


  '존경받는 인격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에 대한 누군가의 물음에 윈스턴 처칠은 "상대방을 미소 짓게 하려면 먼저 미소를 지으십시오. 관심을 끌고 싶으면 그들에게 먼저 관심을 보이십시오. 칭찬을 듣고 싶으면 먼저 칭찬하십시오. 그들을 화나게 만들고 싶으면 당신이 먼저 화를 내십시오. 그들에게 욕을 먹고 싶으면 먼저 욕을 하십시오. 그들에게 맞고 싶으면 먼저 때리십시오."라고 답했습니다.


  누군가를 향해 악의 있는 듯, 없는 듯 독침을 내뱉는 이들을 그저 대접받기 싫은 사람으로 여기면 됩니다. 울컥하는 마음으로 분노하며 괜한 에너지 소모할 필요 없습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모략과 오해는 결국 속 시원하게 해결되잖아요. 막장이면 막장일 수록 그 짜릿함은 더더욱 극에 달하고요. 영화나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우리 인생도 드라마틱함을 부인할 수 없기에 긍정적인 짜릿함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요?  


  섣부른 말과 행동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과 신념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선입견을 가지고 밀어내기보다는 그들을 이해하고 차이를 존중할 줄 아는 마음 씀씀이를 키워야 합니다. 직장에서는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볼 줄 알아야 괜한 오해로 인한 관계 형성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편견(犬)이라는 개(犬)를 내면에 들이지 말자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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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The 괜찮은 사람으로 사는 연습
소속 직업출간작가
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13년 차 직장인, 나이 먹는 만큼 꿈도 커지는 아빠 직장인, 에세이스트가 되고 싶어 매 순간을 글로 남기는 낭만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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