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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Nov 02. 2018

가훈으로 남기고 싶은 상사의 한마디

'가슴에 박히는 말, 가슴에 남는 말'


나이 들어도 유치하고 연약한 감성은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별 뜻 없어 보이는 상대의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받을 때가 많거든요. 나이만큼 제 마음이 아직 덜 성숙했기 때문이겠죠. 덕분에 불혹을 넘긴 지금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는 저의 직장생활과 출퇴근길 심경에 상당한 영향을 주곤 합니다. 그래서 늘 생각해요. '말은 소리로 드러내는 인격이자, 상대에게 던지는 무기'라고.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많은 불화와 불행이 입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이 뽑은 상처받는 손님의 말 1, 2위는 신경질 섞인 '빨리 좀 해주세요.'와 '알바 이것 좀 해.'라는 등의 반말이었어요. 가장 힘이 되는 말 1위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였습니다.


  잠시 스쳐 가는 갑질 손님이 아닌, 가족 다음으로 오랜 시간 동고동락하는 직장동료나 상사가 내뱉는 가시 돋친 말은 어떨까요? 다시 안 보면 그만인 누군가가 쏟아내는 막말보다, 똑같은 직장에서 같은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동지가 남긴 상처가 더 오래 지워지지 않을 거예요.


  반대로 손님들의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라는 말처럼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가 깊은 감동을 주기도 하죠. 한 동료가 "우리 팀장님은 '수고했'라는 말을 절대 안 . 그 말 한마디면 충분한데…"라며 서운한 마음을 털어놓은 적 있어요. 실제로 한 기업 설문 조사에서 후배가 선배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수고했어. 잘했어.'였습니다. 그리고 선배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배울 게 많은 사람입니다.'였어요. 이처럼 작은 감사의 말이 큰 감동을 남길 수 있다는 걸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참 많.


  입사하고 6년 정도 됐을 때 갑자기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 이전 팀으로 돌아왔는데, 저를 다시 맞이한 팀장이 주변 사람에게 자랑하듯 던졌던 말을 평생 잊을 수 없어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듣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라는 말에도 힘이 나는데, 직속 상사에게 이런 커다란 말을 들으니 집안 가훈으로 삼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았습니다. 물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그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라는 말이었겠죠. 하지만 '더 열심히 해.'라는 평범한 말과는 분명 다른 의미로 가슴에 남았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 더할 나위 없었다. YES!'라는 문구가 적힌 오 차장의 카드를 받은 장그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요? 제 인생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상사의 잊지 못할 명언입니다. 물론 이 말을 거듭 곱씹으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이렇듯 말은 타인의 감정에 희망의 불을 지피기도 합니다. 따라서 말 한마디가 직장생활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언제나 믿을만해.', '실력이 그새 많이 늘었네.'라는 상사의 한마디에 종일 기분이 들뜨고, '이것도 몰라? 왜 그렇게 무식해. 생각 좀 해.'라는 선배의 퉁명스러운 말에 온종일 풀이 죽기도 합니다. 가시 달린 말은 상대 가슴에 박힐 뿐 그 안에 담은 의미는 사라져 버립니다. 반면 조심스레 배려하고 응원하는 말은 상대 마음에 감사의 꽃이 싹트게 만들죠. 무슨 말을 어떻게 내뱉느냐에 따라 상대와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고, 좋아질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생각이 맑고 고요하면 말도 맑고 고요하게 나온다. 생각이 야비하거나 거칠면 말 또한 야비하고 거칠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그가 하는 말로써 그의 인품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말을 존재의 집이라 한다."라고 법정 스님이 귀띔해 주었습니다.


  세 치 혀로 동료를 조금씩 밀어낼 수도, 든든한 아군으로 곁에 머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생각의 한 끗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걸 반드시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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