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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Mar 25. 2019

보이지 않는 인생 답이 숨겨진 보물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

<이미지 출처 : https://pixabay.com>


어머니 생신날 가족이 모여 점심을 먹었습니다. 계산하는데 누나가 보태라며 100달러 지폐 한 장을 내밀었어요. 당장 사용할 일이 없어 화장대 유리 밑에 끼워 놓았죠. 그날 저녁 초등학교 3학년 딸내미가 지폐를 들여다보며 "저 이 사람 아는 거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어떻게 알아?" 물으니 "책에서 봤어요. 벤자민 프랭클린 아니에요?" 찾아보니 지폐 속 인물은 제게는 생소한 미국의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이었습니다.


  러시아 월드컵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출신 리오넬 메시가 뛰고 있었어요. 축구를 보던 아내가 "메시는 나이도 많을 텐데 아직도 뛰네"라는 말을 했습니다. 딸내미가 끼어들었어요. "메시? 키 170cm인 축구 선수요?"라며 "어릴 적 성장 호르몬 결핍증에 걸려서 성장 호르몬 주사 맞고 저만큼 큰 거래요"라는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역시 책에서 봤다고.


  딸내미가 긴 생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서 틈만 나면 "이상하지 않아요?"라고 물었어요. 농담 삼아 "응, 영구 같아"라고 놀리듯 말했죠.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서 보여 주려고 했는데, "심형래요?"라면서 Who?라는 책 '유재석'편에 심형래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책이라는 징검다리. 이를 통해 딸내미와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책이 준 선물.


  영국 서섹스대학교 인지심경심리학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 해소법 1위는 독서. 책은 왕복 3시간 출퇴근  제 친구입니다. 다양한 정보를 주고,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주죠. 물론 말랑말랑한 뇌를 지닌 어린 시절처럼 무한 지식 확장에는 한계를 느낍니다. 의도적으로 반복하지 않으면 뇌에서 쏙쏙 빨아들이지 못하니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새로운 정보 습득과 사고의 확장을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 독서만 한 게 없죠.  


  학창 시절 책만 읽고 공부를 참 안 했던 친구는 난이도와 상관없이 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은 늘 만점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막말이라고 여겼던 친구의 조언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문이랑 문제에 답이 다 있는데 왜 못 맞추는지 모르겠네."


  책에는 시험 문제의 답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인생 난제에 대한 해답이 숨어 있다는 말 아니었을까요. 독서광 친구를 떠올리고, 책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는 딸을 보면서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지 않은 후회가 밀려들었습니다. 물론 불혹이 넘은 지금도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참 많습니다. 접하지 못한 분야를 이해할 수 있고, 나와 다른 타인의 삶이나 생각을 수용하는 넓은 아량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요한 부분은 표시해 두었다가 다시 읽고, SNS에도 올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의미 있죠.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말입니다. 좋은 책은 자신의 생각에 자극을 주어, 생각에 또 다른 생각을 입줍니다. 독서는 제한적이었던 생각을 풍부하게 만들어 깨달음을 더해 준다는 점에서 가장 쉽고 가치 있는 자기계발 방법입니다. 대학원에 다닐 때 교수님이 말씀하셨어요. '책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건졌다면 성공적인 독서다'라고.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건져 올린 양을 떠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설레고 가치 있는 세상 공부입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도록 집에서 더더욱 모범을 보여야겠습니다.


  문득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고 새겨진 돌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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