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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pr 05. 2019

불행에 집착하는 친구에게 건네는 위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할 수 없어 미안'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걸까요? 많은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경제적 여유로움을 기반으로 한 행복일 것입니다. 하지만 행복은 쫓기듯 사는 삶에서는 절대 발견할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 아닐까요. 마음에 여유가 드리워졌을 때 비로소 행복을 상징하는 세 잎 클로버가 눈에 들어올 테니까요.


  항상 웃음이 넘치는 비타민 같은 고교시절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들과 실없이 웃고 떠들기 바빴던 시절을 뒤로한 지금은 19년 차 전문직 직장인입니다. 결혼도 하고 아이 둘을 키우는 멋진 워킹맘이죠. 가정을 꾸리면서 각자도생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원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늦둥이를 둔 친구 아들 돌잔치에서 수년 만에 상봉해 다시 연락하게 됐어요. 오랜 친구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역시 어릴 때 만난 친구들이라 어제 본 것처럼 친근했어요. 모두 예전과 똑같은 분위기와 저만의 향기를 풍겼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 친구만 전과 사뭇 다른 색으로 바뀌어 있었어요. 바로 종합비타민 같았던 친구.


"빚 얼마 있어?"

"집 있어? 전세 얼마야?"

"얼마 모아놨어?"

"남들은 맨날 해외 나가고 부럽더라."

"아무리 노력해도 못 오를 나무도 있는 거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젊은 시절 추억 팔이에 여념 없는데, 유독 이 친구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를 제대로 실감하고 있었어요.


  '지금 남편 나이가 XX 살이니까, 애들 대학교까지 졸업시키려면 얼마를 모아야 하고, 그 뒤에 전원주택에서 여유롭게 살려면 재테크도 열심히...'


<이미지 출처 : pixabay>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며 에너지 쏟는 친구에게 불편함과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마치 불행을 찾아 몰두하는 것 같았어요.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타인의 풍족함에 애끓는 모습. 재개발 아파트에 투자하느라 끌어 쓴 대출 이자에 초조해하고, 집값이 올랐다며 안심하면서도 불안한 모습. 욕심이 만드는 불행 때문에 힘겨워했습니다.


  "불행한 사람은 갖지 못한 것을 사모하고 행복한 사람은 갖고 있는 것을 사랑한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 말입니다. 빠듯한 사회생활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힘든 와중에 친구들과 서로 위로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위안을 얻는 거죠. 이런 꿀 같은 여유조차 누리지 못하는 친구가, 그런 현실이 야속했습니다. 물론 친구들과의 수다가, 추억 소환이 우리가 원하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굳이 주어진 현실 반대편에 진을 친 그림자만 바라보며 삶이 어둡다고, 힘겹다고 소리칠 필요 있을까요. 그림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면의 밝은 태양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사실을요.



  친구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할 수 없어 미안하다고. 그리고 한마디 더 덧붙이고 싶어요.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다고. 초조함은 내려놓고 예전의 화통했던 웃음 먼저 되찾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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