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Apr 12. 2019

하차감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삶

'나에게 잘나 보이겠다는 생각을 품는 건 어떨까'


택시에서 불편한 라디오 뉴스를 들었습니다. 내용은 외제 차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요지는 자동차 고르는 기준이 '승차감'에서 '하차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하차감은 차에서 내릴 때 느끼는 타인의 시선을 의미합니다. 부러운 눈길이 집중될 때 느끼는 일종의 희열이죠. 다시 말해 하차감은 나의 만족을 넘어 남들 만족까지 충족시킬 때 완성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성적인 사람이 되라는 말을 들으면서 살고 있고, 그렇게 사는 게 합리적인 삶이란 걸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허세적인 삶에 익숙해졌고, 승차감보다는 하차감을 선택하는 현실을 살아 갑니다.   


  큰마음 먹고 명품 백을 샀는데, 주위에서 별로라고 하면 괜스레 시무룩해집니다. 내가 좋아서 결정하고 큰돈을 지불했음에도 타인을 만족시키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꼴이죠. 소득에 비해 비싼 외제 차를 타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카푸어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에게 무시당하기 싫어서', '주변인들 신경 쓰여서'라는 인터뷰 내용이 씁쓸함을 남깁니다.


<이미지 출처 : 이토렌트>


  어머니 친구는 강남 모 백화점에서 일명 '국회의원 사모님'으로 불렸습니다. 회사원이었던 남편과 사별한 지 오래고, 오피스텔에서 혼자 사셨는데 말이죠. 수시로 백화점에 나가 명품백과 갖가지 옷, 고급 모피 코트, 백만 원이 넘는 안경을 사고, 좁은 공간에 고급 대리석 식탁을 들여놓았어요. 나중에는 집도 팔고, 저희 어머니에게 돈을 빌려 쇼핑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동창회에서는 명품을 뽐내며 친구들 시선을 즐겼어요. 동창인 엄마는 모임에서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습니다.


  어머니 친구분이 갑작스레 돌아가신 후 어머니께서 친구 오피스텔을 정리했어요. 라벨이 그대로 붙은 새 옷이 대형 봉투로 10개가 나왔습니다. 쇼핑 중독이었던 거죠. 결국 이 무의미한 쇼핑은 본 만족도, 가 만족도 아닌 타인의 만족을 위한 결과물일 뿐이었습니다.



  한 달 월급넘는 명품 백을 들고 외제 차에서 내리는 하차감이 주는 행복의 유통기한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진정한 행복일까요? 타고나지 않은 부유함을 억지로 쫓다 보면 결국 공허함만 남지 않을까요? SNS에 허세 인증 남기느라 자신의 삶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의문에 의문만 남습니다.


  물질적으로 가진 게 없는 어머니가 친구보다 훨씬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배웠습니다. 어린 시절 멋쟁이 아줌마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 한 적 있습니다. 저 또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거겠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보다 잘 보이고 싶은 허황한 내숭이 만연한 세상입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꿔 타인에게 잘나 보이기 위함이 아닌, 스스로에게 잘나 보이겠다는 생각을 품어 보는 건 어떨까요." 작은 실천이 남들 의식하는 삶을 나를 사랑하는 삶으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요.



이전 22화 불행에 집착하는 친구에게 건네는 위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