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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pr 19. 2019

당신이 욱할 때 누군가는 억한다

'극복 못 한 분노 표출은 후회만 남길뿐'


퇴근 무렵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직원 두 명을 만났습니다. 오다가다 몇 번 마주친 얼굴이었어요.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같은 층에서 퇴근길에 마주쳤으면 분명 같은 회사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험한 대화를 이어 갔습니다.


"이 노무 회사 때려치우든 해야지!"


  묵직한 말이 순간 저를 민망하게 만들었습니다. 힐끗 쳐다봤습니다. 제발 더는 민망하게 만들지 말아 달라는 작은 기척이었죠.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말이 이어졌습니다.


"아 진짜 왜 저래. 들이받아 버릴까."


  팀 선배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짧은 순간 회사에 대한, 팀 선배, 팀장에 대한 못마땅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민망함을 넘어 화가 났지만, 영향력 없는 눈빛을 보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검은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어요. 이어폰을 찾아 귀를 막았습니다. 띄엄띄엄 들리는 목소리에 짙은 못마땅함이 엘리베이터에 가득 찼습니다.


<이미지 출처 : 영화 '회사원' 스틸 컷>


  회사 근처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회사 욕, 상사 욕을 한바탕 하고 난 후 주변을 두리번거리곤 합니다. 불평불만을 털어 낸 대가로 가슴에 남겨진 찝찝한 찌꺼기 때문이겠죠. 목소리 줄이라는 동료의 말에 "누가 듣건 말건 난 상관 안 해"라며 쿨하게 응수하는 동기. 그 쿨함은 순간적인 감정일 뿐입니다. 혼자만의 감정에 심취해 있을 때니까요.


  불평불만 없는 직장인 없습니다. 누구나 회사 욕을 하고, 상사나 선배 흉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냅니다. 물론 회사 밖 사적인 공간에서. 그런데 아무리 화가 나도 시커먼 속마음을 회사 안 공공장소에서 대 놓고 드러내는 후배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당당하다고 하기엔 너무 삐딱한 태도죠. 아무리 몸부림치며 못마땅함을 표출해도 주변에서 보기엔 치기 어린 '욱!'일뿐입니다.


  팀장님이 만원 엘리베이터에서 욕설로 대화하는 직원들 때문에 난처했던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보는 눈이 많을수록 주의해야 합니다. '난 쿨해', '난 남들 신경 쓰지 않아'라는 마음은 기본 매너보다 아래에 있어야 마땅합니다. 회사에서 받은 상처가 있다면 분노로 표출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상처를 어르고 달래야 합니다. 한 템포 쉬어 가는 단계죠. 그래야 섣부른 실수로 후회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잠깐을 참으면 후회를 피할 수 있습니다. 한 시간을 참으면 마음에 평온을 얻습니다. 하루를 참으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덤으로 한발 뒤로 물러나 상황을 바라보는 여유도 주어집니다.


  무조건 스트레스를 눌러 담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잠깐만 참으면 될 일인데, 순간적인 감정에 밀려 저지르는 실수를 말하는 것입니다. 후배들 화가 풀렸을 때, 엘리베이터에 두 명의 회사 선배가 있었다는 게 떠올라 찝찝하지는 않았을까요.


  상처는 아물면서 더욱더 보드라운 살이 차오릅니다. 위기를 자연스럽게 극복하는 과정이죠. 극복했다는 건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상처를 어루만지지 못하고 자꾸 후벼 파기만 한다면 남는 건 보기 싫은 흉터와 후회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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