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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pr 26. 2019

평범한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의 문장

'아빠를 공부하게 만드는 딸아이 능력'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라 아직은 수학이나 영어 공부를 봐 줄만 합니다. 고학년이 되니 바로 답할 수 없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긴 하지만요. 특히 수학. 처음에는 모른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만!'을 외치고 앞장으로 넘겨 해당 단원 이론을 초피드로 공부합니다. 어렵지 않게 학생 때 기억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설명해 주면 5학년 딸아이는 참 좋아합니다.


  "한 번 보고 아빠는 어떻게 다 알아요?"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말입니다. 제가 집에 있을 때 딸내미는 엄마보다 저를 먼저 찾습니다. 모르는 문제를 풀어주고 최대한 쉽게 설명해 줍니다. "아빠 천재 아니에요"라는 묘한 감언이설에 요즘에는 자꾸 뭔가 물어봐 주길 기대하는 지경입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칭찬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잘 아니까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입 때는 사소한 일에도 자주 칭찬을 받았습니다. 칭찬 해줄 선배도 많았지요. 직급이 오르고 나이를 먹으니 칭찬 받을 일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작은 칭찬에 쉽게 반응하나 봐요.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어린 시절 칭찬에 능숙한 선생님을 만나면 공부를 열심히 했잖아요. 누군가 나를 알아준다는 그 기분을 어릴 때도 느꼈을 테니까.


  한 때 아내가 칭찬을 참 많이 해줬습니다. 작은 칭찬도 유난히 좋아라 하는 남편이란 걸 진작에 눈치챘죠. 세월이 약이긴 한데, 독약일 때도 있네요. 그 칭찬은 다 아이들에게 옮겨 갔고 그나마 딸내미가 조금씩 나눠줍니다. 

   아이들이 훌쩍 크기 전에 육아에 도움이 되고 싶어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면에는 아내를 돕겠다는 의지도 포함돼 있었죠. 어느 날 분노한 아들 행동에 대처하는 방법을 책에서 읽은 대로 아내에게 알려줬습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아, 됐네요. 이제 읽기 시작해놓고선 뭘 안다고!"


  서럽네요. 집에서 조차 칭찬은 헛된 기대일 뿐. 딸아이가 네이버에서 영어 문장을 찾아 들려주고 저는 해석하는 게임을 했습니다. 초중학교 수준의 문장이었어요. 딸내미는 "아빠 생각보다 영어 잘하네요."라며 제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아들과 함께 축구한 날 "아빠는 드리블이 약한 거 같아요."라고 하면 기운이 좀 빠집니다. 엄청 열심히 뛰었거든요. "아빠 오늘 슛 진짜 잘 쐈어요!"라고 엄마한테 자랑하는 날에는 기분 참 좋습니다.


<이미지 출처 : 영화 해리포터 스틸 컷>


  마음속에 요동치는 이런 모든 감정들. 아빠의 심정이라기보다 보통 사람도 다 느끼는 보통의 감정이 아닐까요. 칭찬 가뭄 속에 살다 보니 자식들 칭찬에 힘을 내며 살아갑니다. 어른인 저도 아이들의 소소한 칭찬에 뛸 듯이 기쁜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평소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과한 칭찬은 아이들을 버릇없게 만들 수 있다는 과한 걱정에 인색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이내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칭찬받고 싶어 한 말인 걸 뻔히 알면서도 살짝 비껴간 대꾸를 했던 때가 떠올랐거든요.


  "칭찬은 평범한 사람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드는 마법의 문장이다."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 말입니다. 독이 되는 칭찬을 가려서 하는 게 부모에게 주어진 과제겠죠. 진정한 칭찬은 단순히 어떤 결과를 두고 잘했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동기와 과정 자체를 인정할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합니다. 궁극적으로 아이 스스로가 자신을 존중하도록 돕는 과정이겠죠. 뒤늦게 칭찬에 맛 들린 아빠는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칭찬에는 생각 이상의 강력한 힘이 있다는 걸. 딸내미 칭찬이 고 3 때 수포자였던 아빠를 다시 공부하게 만들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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