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이드id Mar 29. 2019

거짓 인생 산다는 친구의 일침

'보기 좋게 포장된 모습이 실제 나인 양 사는 우리'


한순간에 십 년 젊어지는 방법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카메라 앱. 과한 뽀샤시 효과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현대판 디지털 불로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죠. SNS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만 보고 소개팅에 나가면 주선자가 사람을 바꿔 치기 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현대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앱의 기술도 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번 사진 보정의 늪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하는 이유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제일 친한 일명 절친. 강산이 세 번은 변했을 30년 넘는 우정을 자랑하지만, 바쁜 일상 덕에 일 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합니다. 그래도 소통은 꾸준히 이어 가고 있죠. 주로 카카오톡이나 SNS를 활용하죠. SNS에는 셀카가 빠질 수 없는 관문. 나이가 들었지만 불로초 앱으로 세월의 흐름을 망각하며 지냈습니다. 가끔 타인의 정직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숨김 없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하지만. 불혹을 넘기니 급격하게 늘어나는 주름과 얼굴 그늘이 낯설어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가끔 나름 잘 나왔다고 생각되는 사진이 생기면 근황 용으로 SNS에 올리곤 할 뿐. 물론 마법의 카메라 앱으로 찍은 사진이죠.


  찬바람이 쌀쌀맞게도 불던 어느 날, 30년 지기 친구와 거의 2년 만에 만났습니다. 수십 년을 붙어 다녔지만 못 보고 산 세월이 오래라 낯선 기분으로 약속 장소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반가운 기분도 잠시. 날씨처럼 쌀쌀한 친구의 막말이 쏟아졌습니다.


"와~ 사기네."

"어쩐지 왜 너만 안 늙나 했다."

"완전 거짓 인생 아니야?"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얼굴이 아니라는 말이었습니다. 뜨끔도 잠시. 맞는 말이라 한참 웃었습니다. 정직한 카메라만 고집하는 친구에게 보정의 세계는 낯선 곳이었죠.


  명절에 오신 어머니 스마트폰을 정리하다 셀카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70년 넘는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얼굴. 어머니께 10년 젊어지는 선물을 드리고 싶어 뽀샤시 카메라 앱을 깔아드렸습니다.



  "앞으로는 이걸로 사진 찍어요. 그럼 이 사진보다 10년은 젊게 나올거예요"

 "그럼 그게 다른 사람이지 나냐?"


  알고 보니 어머니 셀카에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전화 통화로 늙었다고 우울해하는 절친에게 "나도 이렇게 늙었다."며 화장을 다 지우고 보내 준 쌩얼 사진이었어요. "너도 늙었구나."라는 친구의 친근한 답이 왔다고 합니다.


  "나이 먹으면 늙지 안 늙어. 그냥 즐겁게 살다 가는 거지"


  덤덤하고 씩씩하게 세월을 받아들이는 엄마를 보며 나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을 보이기 꺼립니다. 언제 어디에서든 실제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 보이고 싶어 하죠. 그리고 잘 포장된 선물 상자처럼 보기 좋은 모습을 실제 나인 듯 우기며 살아갑니다. 턱을 갸름하게, 눈을 크게, 주름을 지워 정성스럽게 가공한 그 모습을 말입니다.



  학력을 속이고, 경력을 속이고, 성적을 속이고, 외모를 속이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생.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나조차 꺼리는데, 누가 나를 인정해 줄 수 있을까요. 어머니 말씀 그리고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던진 거짓 인생이라는 말에는 심오한 인생 철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전 20화 점심시간에 본 후배들 두 얼굴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착각은 자유지만 혼자 즐기세요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