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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May 09. 2016

말로만 퇴사하는 직장인의 시커먼 속마음 5가지

"확고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벌써 다 나갔다"


세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단어는 ‘나중’이고,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단어는 ‘지금’이다. 힘들고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은 ‘내일’ 하겠다고 말하는 반면, 성공하고 행복한 사람들은 ‘지금’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내일과 나중은 패자들의 단어이고, 오늘과 지금은 승자들의 단어이다.  - 이민규 교수 -



매년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장기근속자를 시상한다. 10년, 20년, 30년 근속자들은 시상대에 서서 각각 금 열 돈, 스무 돈, 서른 돈과 표창장과 해외여행권을 받는다. 이 시상의 의미는 장기간 잘 버텨준 인내심과 애사심에 대한 보상이겠지?


나 역시 어느덧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내년이면 10년 근속 상을 받는다. 근 10여 년 간 선후배들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만족과 고마움보다는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꼭 빠지지 않는 "관둘 거야"라는 말. 그런데 정작 그만두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 꼭 이런 사람들이 어느새 창립기념일 시상대에 서 있다. 


이렇게 관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정작 관두지 않는 직장인들의 아이러니컬한 심리는 무얼까? 평소 불평불만이 많고, 여전히 이직을 염두(관두고 싶어 하는) 해 두고 있는 6~10년 차 동료들에게 물어봤다.


"당신이 회사를 그만두지(옮기지) 않는 이유는?"

 

대동소이한 답변들이 날아왔다. 비슷한 내용을 묶어서 정리해 봤다. 


▶ 관습추구형

 편안함, 익숙함, 가끔 만족, 현실에 안일한 자세, 정도껏 요령 피우며 일하는 스킬 습득, 관두고 싶다가도 다시 괜찮아지는 일상의 반복


▶ 귀차니즘형

게으름, 구직활동에 대한 귀찮음(이력서 작성, 면접), 지구력 부족(꾸준히 이직활동을 못함), 바쁨(바쁜 척도 귀찮음의 한 종류~), 순간적인 감정


▶ 만성걱정형

새로운 환경(동료, 상사 등)에 대한 두려움, 아까운 경력, 정든 동료들과 회사, 더 좋은 회사 못 갈 것 같음, 후회할 것 같음


뭔가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뻔했다. 항상 퇴직과 이직을 외치지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심리를 좀 더 디테일하게 파악해 봤다. 


 

하나, 잡 사이트만 검색하면 다 되는 줄 안다


직장 내 부당한 대우, 상사의 폭언, 선배의 어이없음 등에 갑자기 열이 오르거나 폭풍 스트레스를 받으면 잡 사이트로 직행. 열 받음과 설렘이 혼재한 가슴을 안고 서치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긴박한 순간에 구미가 당기는 곳이 없다. 마우스 볼을 살살 굴리면서 "여기보다 좋아야 해!", "연봉도 많아야 해!", "집에서도 가까워야 해!", "직원들도 좋아야 해!"라는 생각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운명적인 회사를 발견. 순간 또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이력서는 왜 이렇게 까다롭지?', '경력기술서 정리는 언제 하지?', '웬 어학성적?' 복잡한 순간에 더 복잡한 어려움에 봉착. 일단 마감일까지 여유 있는 기한을 확인하고, 즐겨찾기 후 X박스를 누르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시간은 기약 없이 흘러 마감일은 지나가고,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느덧 10년 근속을 바라보고 있다. 



둘, 자기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는 줄 안다


최소 3년 정도의 경력이 되었을 때 이직하는 것이 좋다. 업무에 대한 적당한 감각을 익혔을 때다. 대리 말년 정도의 직급이면 이직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다. 겪어보면 알겠지만 이 시기쯤 헤드헌터의 연락도 많아진다. 또한 이때는 업무에 대한 열정도 충만할 때고 일도 웬만큼 능숙해질 시기라 떠안는 업무도 많아진다. 이러한 시기에 경력관리만 잘 한다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회사에 연봉도 올려서 이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좋은 시기이지만 회사에서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머릿속에 꽉 차있었던 '그만둬야지'라는 생각조차 깜빡할 만큼 정신이 없기도 하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업무에, 야근에...'그래,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이번 보고서만 잘 마무리 지으면...', '이번 워크숍만 끝나면...'이라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세월은 야속하기 그지없다.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놀랍지도 않다.



셋, 헤드헌터가 자기 비서인 줄 안다


너무 바쁜 직장생활 와중에 혼자 하는 이직활동은 참 어렵다. 잡 서치부터 이력서 작성, 경력기술서 작성, 포트폴리오 준비 등 모든 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헤드헌터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좋다. 헤드헌터 사이트 혹은 잡 사이트에 자신의 이력서를 올려놓는다. 물론 이 순간만큼은 정성을 다해 작성해 놔야 다음에 업데이트하기도 편리하고, 헤드헌터들의 눈에도 들 수 있다. 잡 사이트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이력서를 헤드헌터에게 무료로 발송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 이력서를 올려놓으면 서서히 입질이 시작된다. 특히 구인철에는 연락이 꽤 온다.


그렇지만 너는 '나보고 그 회사를 가라고?', '난 대기업을 가야 해', '연봉이 좀...', '그 업종은 좀 힘들지 않을까?'라는 까다로움과 '여기보다 훨씬 좋은 회사를 가야지, 당당하게 나갈 수 있어'라는 허황된 꿈속에 이직의 꿈은 그저 꿈이 되고 만다. 헤드헌터의 연락은 서서히 줄어들고 올려놓은 이력서는 서서히 퇴물이 된다. 결코 부지런하지 않은 너. 결국 10년 장기근속자가 되어 근로자의 날 행사 시상대에 올라 있다. 네가 이직하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회사는 까맣게 모르고 10년간의 공로를 백배치하하겠지. 이제 남은 건 충성을 다해 일하는 것뿐.



넷, 스펙 업, 이렇게 현실이 냉혹한 줄 몰랐다


이직을 하려는 직장인들은 당연히 더 좋은 자리를 원한다. 경력관리는 당연지사, 어학성적은 필요충분, 자격증은 금상첨화. 이처럼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필살기가 필요하다. 이직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스펙 관리를 잘 해온 사람들이 많다.


이렇듯 스펙은 생애 첫 입사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평생 필요하다. 불타는 열정으로 스펙 관리를 시작했지만, 천근만근 무거운 몸, 천근만근보다 더 무거운 눈꺼풀을 버티고 무언가를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하기에는 의지가 너무 약하다. 하루 이틀 학원을 빠지기 시작하고, 한 시간 두 시간 잠이 늘기 시작한다. 체력을 좀 단련하고 다시 시작하자는 자신과의 뻔한 약속은 이제 스스에게 부끄럽지도 않다. 체력단련도 미룬 너는 어느덧 시상대에 올라있다. 10년 근속 수상자로...



다섯, 내 인맥이 이렇게 화려한 줄 몰랐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인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부인할 수도 없다. 이러한 인맥을 하루아침에 놓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Out of sight, out of mind'. 기존 인맥은 유지한 채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경력직으로 입사해 새로운 인맥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회사에서의 두배 이상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들어찬 나이에 새로운 회사에서 처음 보는 상사를 모시고, 낯선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상만으로도 오싹하다. 아무리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적응 기간은 필요하다. 다행히 분위기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업무도 만족스럽다면 대성공.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직 직장인 절반 "직장 옮긴 것 후회"(http://fa.do/S6C4) 이러한 기사는 직장인들의 이직 활동에 찬 물을 끼얹기도 한다. 때문에 직장인들은 이직의 귀로에서 많은 갈등을 한다.'그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잔뜩 든 동료들과 어떻게 헤어져...', '그동안 잘 참아 왔는데, 이렇게 나갔다가 후회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숱한 생각들에 잠 못 이루다 다시 결정을 한다. '지금까지 버틴 시간이 아깝다. 조금만 더 참아 보자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다짐과 함께 이직은 깊은 마음 한 구석으로 안녕한다.


 

직딩H

이직. 정말로 능력 있고, 확고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묵묵히 준비해서 벌써 다 나갔다. 그리고 남은 사람이 너다. 어차피 10년 넘게 장기근속을 할 거라면 없어 보이게 '관둘 거야'라는 말은 쉽게 내뱉지 말고, 묵묵히 이직 준비를 하던지 아니면 열심히 직장생활을 해라. 진정으로 원한다면 입은 꾹 닫길 바란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둔다'라는 그 말을 아무도 경청하지 않는다. 정말 그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 잘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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