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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Oct 14. 2019

집착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왜 그렇게 집착에 집착을 거듭할까?'


집착하는 삶에 집착하며 살고 있다. 치열한 삶 속, 보람과 행복보다는 고단한 집착과 미련만 가득하다. 부모가, 학교가, 사회가, 세상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누구나 거치는 처절한 몸부림일 뿐일까.


집착.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


병원에 4주 동안 입원한 엄마를 돌보면서 깨달았다. 우리가 움켜쥔 집착이 한순간에 재처럼 흩어질 수 있다는 걸. 엄마의 건강에 대한 무리한 집착이 오히려 몸을 망가뜨렸다. 그럴싸한 집착이 만든 그럴듯한 착각이었다. 


현대인은 건강을 비롯해 돈, 자식, 직장, 친구, 연인, 사랑, 불안, 행복, 허세, 정답, 평범, 성공 등에 얽매여 산다. 아이러니하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스스로를 혹독하게 다그치면서 잡히지도 않는 것을 향해 무작정 내달리는 모습. 제우스의 형벌로 커다란 바위를 끊임없이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의 모습이 떠오른다.


성인의 삶을 오래 살아 보니 차츰 젊은 세대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왜 그렇게 많은 걸 포기하고, 버리고, 취할 것만 조촐하게 탐닉하면서 사는지. 나 같은 X, Y세대가 성장할 때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하나라도 더 갖추기 위해 희망 없는 고문을 품고 살았다. 불필요함을 눈치챈 현명한 이들이 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영화 '셰임' 스틸 컷>


젊은이들의 현명한 결정을 보면서 내가 움켜쥔 많은 집착이 떠올랐다. 그럴싸해 보였던 집착이 그럴듯한 착각이라는 현실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괜한 착각과 집착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 자발적으로 스트레스를 양산하며 살았던 내 삶을 청산하고 싶다. 이 글은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이고, 내가 잃은 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한 지적이다.


엑스맨의 매그니토로 유명한 마이클 패스벤더 주연의 영화 <셰임>은 섹스에 집착하는 남자 이야기다. 주인공은 의식이 있는 동안 섹스만 떠올린다. 자위, 원나잇, 매춘부, 음란 채팅, 포르노 등 자극적인 행위에 집착한다. 심지어는 남자까지 탐한다.


이는 혼자 남겨졌을 때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메우기 위한 찰나의 방편일 뿐이었다. 과한 집착이 성욕감퇴로 이어지는 아이러니함으로 종결된다. 지켜보기 괴로운 기분을 선사하는 작품. 집착이 내면을 파괴하는 과정을 통해 허무한 공허함을 전해준다.


집착은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허무한 몸부림이다. 그래서 가끔은 자신을 곧이곧대로 지켜보는 게 괴롭다. 집착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이룰 수도, 얻을 수도 없다는 강요가 만연한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집착하며 살아도 별거 없다고. 집착이라는 착각을 걷어차야 덜 불행할 수 있다는 진실을.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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