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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Oct 28. 2019

불필요한 베풂은 독이 된다

'베풀다’라는 말 뒤에 숨은 진짜 마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베풀고 싶을 때가 있다. 자발적인 끌림으로 애인, 친구, 가족, 동료와 나누는 기쁨이자 행복이다. 누구에게든 마음이 동하면 조건 없이 베푸는 걸 좋아다. 그런데 내가 베푼 호의가 불편함이나 짜증, 더 나아가 울화로 돌아올 때가 종종 있다. 안타깝게도 베풂을 줄이는 계기가 됐다.


레저서비스 기업에 종사한다. 복리후생으로 리조트나 워터파크 이용 혜택이 주어진다. 주변에서 많은 부탁이 쇄도할 때가 있었다. 지금은 잠잠하다. 얼마 되지 않는 혜택을 타인에게 베풀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서다. 부탁을 들어 도 고맙다는 인사를 받 적이 별로 없다. 무소식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연락이 오면 '잘 다녀왔어. 그런데…'로 시작되는 컴플레인이 대부분이.


호의와 배려가 독이 되는 경우 꽤 있다. 친구가 객실 예약을 부탁했다. 어렵게 말 꺼내는 친구가 안쓰러워 가족을 위한 무료 객실을 양보하고, 워터파크 입장권도 내줬다. 나름의 큰 선심이자 베풂이었다. 친구는 잘 다녀왔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본론을 읊었다.


"1층에 묵었는데, 캐리어 끄는 소리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서 한숨도 못 잤어. 카펫을 깔든지 해야겠더라. 너희 회사를 위해서 얘기하는 거야. 프런트에 컴플레인 하긴 했는데..."


단체 관광객이 많은 시즌이었다. 친구는 늦게 체크인해 전망 좋은 방을 잡지 못했다. 상황을 설명하다가 짜증이 밀려들었다. '내가 왜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있지' 불쾌한 감정을 담아 농담처럼 진담인 듯 말했다.


"밤새도록 캐리어 끄는 사람이 어디 있냐? 조용하게 자려면 호텔로 야지. 공짜로 놀아 놓고 거참 말 많네. VOC에라도 올려라."


친구 역시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다신 부탁 안 할 테니까 생색 작작 내라고 했다. 한 친구는 퇴실할 때 전화해 "야, 공짜 아니었어?"라며 짜증을 냈다. 수시로 객실을 부탁하던 친척은 명절에 예약이 어렵다고 하자 화를 냈다. 엄마는 아들 부담스럽게 하지 말라고 을 나무랐다. 불필요한 욕을 먹고 가족 다툼까지 유발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베풂은 기술이다. 그러므로 연습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는다면 당신이 가진 물질적, 정서적 소유물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세계적인 동기부여 전문가 마크 샌번의 말이다. 아직 베풂에 대한 기술이 많이 모자라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게 안다. 나보다 부족한 사람,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일이 훨씬 더 가치 보람 있다는 사실을.


베풀고, 선심 쓰고 싶던 마음 이면에는 보답을 바라는 기대가,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착각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불쾌한 감정을 쉽게 느꼈던 거다. 사전에 불편한 부탁을 거절했다면 느끼지 않아도 될 감정이다. 부탁을 들어주고, 좋은 소리도 듣고 싶은 그럴싸한 집착이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보상은 바라지 않았지만 '괜찮은 사람' 인증을 바랐던 거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는 불쾌한 감정을 유발했고 인간관계를 훼손했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친구를 만났다.


"병원 오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부탁 많이 하는데, 나름대로 엄청 신경 쓰거든. 그런데도 도와준 거는 기억도 못 해. 근데 못마땅한 일 생기면 나만 완전 나쁜 사람 만들잖아."


누군가에게 베푸는 건 마음이 동해서다. 하지만 돌아오는 메아리가 불편하고 씁쓸할 때가 있다. 그래서 독毒이 되는 베풂을 줄이고, 덕德이 되는 베풂을 늘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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