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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Dec 17. 2020

타인의 불행이 주는 뜻밖의 선물

'완벽한 인생은 없다는 심심치 않은 위로'


완벽한 인생은 없다는
심심치 않은 위로


누구의 삶이든 인생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내 인생 역시 순탄하지 않다.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 시종일관 평탄한 삶만 누리는 이는 없다고 믿는다. 믿고 싶다. 가뜩이나 힘든 인생, 코로나19 덕에 더더욱 반전에 휩싸인 요즘이다. 절친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톡방에서 휴직 중인 남편 심각하게 싸웠다며 몇 날 며칠을 하소연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각해 보였다.


"포기했어. 계속 같이 살아야 되는지 고민이야."

"꼴도 보기 싫어. 사는 게 지옥이야."


평소 문제없던 부부였다. 친구들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예측 못한 돌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래 묵은 감정이었다. 갑작스러운 일에 친구들 조언이 넘쳤다. 놀라움이 먼저였고, 위로도 간간히 보였다. 종단에는 극단적인 상황을 부추기는 도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친구 SNS에 여느 때처럼 행복한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남편이 줬다는 선물도 있었다. 한 친구가 물었다.


"화해함?"

"미쳤냐?"




영화 <나를 찾아줘>가 떠올랐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부부 닉과 에이미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산다. 어느 날 에이미가 실종된다. 세상은 어린이 동화 시리즈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여주인공 에이미의 실종으로 떠들썩해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편 닉이 살인범으로 지목된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숨겨왔던 부부의 속사정이 훤하게 밝혀진다.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흥미진진하다. 아름다운 남녀 간 로맨스를 보여주고, 누구나 겪을법한 무료한 부부 사이, 외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극적인 서스펜스와 반전을 위한 음모를 적절하게 뒤섞는다. 하지만 영화는 반전이 연출한 씁쓸함으로 막을 내린다.


당신은 솔직한 삶을
살고 있는가?

영화를 보면서 수시로 내 모습, 내가 담긴 현실이 오버랩됐다. 본모습을 숨기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이었다. 남들 앞에서만 행복하고, 집에서는 말 한마디 섞지 않는 가면 부부 이야기는 흔하디 흔하다. 하지만 방송이나 드라마를 제외한 주변에서는 별로 보지 못했다. 잉꼬부부로 소문난 연예인 커플의 갑작스러운 이혼 그리고 밝혀지는 폭언, 폭행, 외도 등의 속사정도 베일을 벗어야 밝혀진다. 곪을 대로 곪았음에도 현실이 아닌 삶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이다.


영화는 한마디 묵직한 질문을 남겼다.


"당신은 솔직한 삶을 살고 있는가?"


주인공 에이미는 어린 시절부터 사생활이 공개된 삶을 살았다. 진정한 인생이 아니었다. 부모의 연출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삶에 익숙한 그녀 가족은 남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삶의 철칙이었다. 남편 또한 완벽한 파트너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은 실되지 않은 삶지쳐갔다. 에이미는 불만이 쌓였다. 그러던 중 남편 외도를 눈치챈다. 사건의 발단은 자신의 빈틈없는 삶을 망치는 남편에 대한 복수심이었다.


타인의 불행이라는
뜻밖의 선물


<나를 찾아줘>는 보여주는 삶을 인생 최고의 낙으로 여기는 가족이 만든 불행한 연극이다. 결말을 바라보는 느낌은 애매모호했다. 이미 나도 그런 삶 속에 들어가 있어서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다. 주인공 부부에겐 더할 수 없는 비극이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대중에게는 해피엔딩이었다. 불행한 이들에게 완벽한 삶은 없다는 심심한 위로를 건넸기 때문이다. 그들의 완벽함이 거짓이라는 통쾌함이다. 굳이 애써 불행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가 주는 희망이 아니었을까.


보이는 삶과 이면의 삶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특히 부부의 모습이 가장 흔하지 않을까. 독신주의를 선언한 친구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을 주변에서 못 봤어!"라고 호기롭게 말한다. 아닌 사람도 많기에 완벽하게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부인하지도 않았다.


자식 때문에, 부모님 때문에 그냥저냥 산다는 부부가 다. 그러면서도 남들에게 그리 비치는 것은 싫어 대외적으로는 아닌 척다. 그래서인지 오랜 세월을 살면서도 살갑게 서로를 챙기는 부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하기 때문에 품는 비겁한 의심이라는 걸 잘 안다.


찌릿함이 밀려왔다. 불행을 티 내지 못하고 사는 것도 인간에게는 커다란 괴로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강타했다. 친구가 SNS에 남편이 주지도 않은 선물을 올리는 것도 불행을 티 내고 싶지 않은 비슷한 심리 아니었을까. 영화에서처럼 남들이 자신의 불행을 보면서 행복해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은 아니었을까.


굳이 애쓰면서 자신의 불행을 감추는 것이 삶을 더 괴롭히는 일이다. 불행에 기죽지 않겠다고, 굴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씩씩하게 살다 보면 꾸미지 않아도 행복한 날이 꼭 찾아올 거라고 믿는다.


Everybody Will B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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