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Jun 24. 2021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 않는 방법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지?'를 깨달은 날


“놓치지 마세요. 그대의 열정.
세월 속에 늘어난 주름도
당신의 열정을 가리진 못합니다.
어릴 적 품었던 뜨거운 열정 잊지 마세요.”


2개월 전 이직한 후배를 지난주에 만났다. 후배는 10여 년의 경력을 잘 살려 작은 팀을 이끌고 있다. 잘 지내냐는 물음 기다렸다는 듯 마음밀린 이야기를 쏟아냈다.


"솔직히 이직하고 후회했어요. 너무 바빠요. 일이 너무 많아요. 눈치 보여서 제대로 쉬지도 못해요.  제일 불편해요."


"바빠야 좋지. 일도 빨리 배우고…"


"한 2주 됐을 때 그만둘뻔했어요. 아니 그만두고 싶었어요. 팀장이 처음이라 실수도 많이 하고, 모르는 것도 많고, 팀원들한테 쪽 팔리고, 민망하고 나 자신이 너무 무능력하고 한심한 거예요. 경력은 많은데 그동안 정말 뭐하면서 살았나 싶고…"


'무능력'과 '뭐하면서 살았나'라는 말이 귀와 가슴을 파고들었다. 팀장도 아니고 뭣도 아니지만 요즘 내가 늘 하는 생각이다. 후배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나 자신을 열심히 가리켰다. 입사 후 한 회사에서 거의 한 업무만 했다. 전히- 항상 - 임없이 부족함을 느낀다. 팀장이나 상사가 빈틈을 파고들 때, 후배가 내가 놓친 것을 찾아낼 때 내 경력 연륜은 빛을 잃는다.


연차가 높다고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일을 잘하는 것도, 잘해야만 하는 것 아니다. 후배의 말에서 도출한 핵심은 열정이었다.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 도전이나 노력까지 못한다면? 이마저 멈춰버린다면? 열정이 사라진다면? 정말 쓸모없는 사람으로 접어드는 시작이 아닐까. 


낡은 직장인에게 도전이나 노력은 열정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도서 <누가 회사에서 인정받는가>에서는 인정받는 사람이 반드시 챙기는 세 가지를 역량, 열정, 소통과 협업이라고 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사람은 조직 내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직업적 성공을 이 수 있다고 말한다.


열정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늘 되새긴다. '열정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열정을 사랑한다면 결코 늙지 않는다'라고.


"놓치지 마세요. 그대의 열정. 세월 속에 늘어난 주름도 당신의 열정을 가리진 못합니다. 어릴 적 품었던 뜨거운 열정 잊지 마세요." <제목: 영원한 열정>


십여 년 전 회사 55주년 기념 사보 이벤트에 응모해 실렸55음절의  글이다. 나이가 드는 것과 열정의 소진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현대인은 나이와 경력이라는 숫자에 빠져 허우적거리곤 한다. 험난한 취업시장을 관통해 회사에 입사했을 때의 초심을 잃은 지 오래다. 열정은 메말랐고 월급의 노예가 된 나 자신이 부끄럽다. 어쩌면 많은 이가 무언의 수순쯤으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후배의 속사포 같은 말속에서 '무능력'과 '뭐하면서 살았나'라는 진주를 건졌다. 부지불식간에 잠든 열정을 흔들어 깨워 본다. 게을러진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나이 먹고 부족한 게 민망한 게 아니라 부족한 걸 알면서 노력을 안 하는 게 더욱 창피한 일이란 걸 곱씹어 본다.


이직 후 갑자기 열 일하는 후배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새로운 곳에서 재시작으로 열정이 충된 듯보였다. 행복한 투정이라는 걸 알았다. 배 덕에 잃었던 열정이 꿈틀거리며 무기력한 뇌세포를 자극했다. 


오랫동안 나 자신에게 쓸모 있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헤아려본다. 더불어 그동안 세월에 지친 마음을 다독린다.



이전 06화 3년만 일할 건데 '주인의식' 이라니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