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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an 14. 2022

직장, 한때는 자아실현의 장이었다는 놀라운 사실

'지금의 직장은 자아불안의 장이 되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직장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아실현의 장'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2021년 직장생활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100점 만점에 평균 57.6점이었다. 30대가 54.9점으로 가장 낮았다. 소수의 설문조사 결과와 인터넷 기사가 직장인 모두를 대변할 수 없다. 그렇지만 궁금했다. 젊은 세대에게 직장은 어떤 의미일지. 왜 그렇게 만족도가 낮은지. 과거에서 신기한 유물을 발견했다.  


놀라운 제목의 기사다. 제목이 <젊은이들, 자아실현의 장으로 직장생활>이었다. 신세대의 직장관을 다룬 1990년 6월 20일 기사다. 32년 전 직장인 마음이 정말 이랬을까. 한 기업에서 대리급 이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자아실현을 꿈꾸던 이들은 현재 대략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정도일 것이다. 대부분 직장에서는 물러났을 나이다. 세월을 따지다 보니 머릿속에서 뭔가 번쩍인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주인의식, 책임의식이 없을까?"라고 외쳤던 (자아실현의 장에 머물던) 낡은 상사의 메아리였다.


우리나라의 직장인들 중 대리급 이하 젊은 층 직장인들은 직장생활을 생계의 수단으로써 보다는 자아실현의 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OO그룹이 그룹 내 대리급 이하 1백 명의 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세대의 직장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의 의미를 '자아실현의 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계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보다 많았으며 회사 선택 시 우선순위도 '봉급'보다는 '자기계발의 가능성'을 훨씬 중요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항목별 응답 내용을 살펴보면 「당신이 생각하는 직장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아실현의 장'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고 '생계수단'이 2위, '제2의 가정'이 3위였다.(중략)


물론 소수의 의견이다. 그래도 의미는 있다. 3위도 놀랍다. 제2의 가정이라니. 21세기의 직장인은 어떨까. <부업이 대세?! '직장인 3명 중 1명 부업 중>이라는 기사만 봐도 시대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30대 직장인 부업이 약 42%로 가장 높았다. 젊은 세대 직장인일수록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새로운 경험에도 적극적이라 관심 분야나 취미·특기를 살려 부업에 나서는 직장인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다.


직장인과 부업, 30여 년 전 1위부터 3위까지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자아실현의 장'과는 거리가 상당하다. 굳이 요즘 젊은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내 마음하고 별반 다르지 않다. 십수 년 직장생활을 한 나도 직장을 자아실현의 장이라고 여겨본 적 없다. 생계수단이자 언젠가 탈출해 '자아실현 달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버티는 경력 공장일뿐이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아닐까.


직장에서의 자아실현은 1세기 전 일이다. 지금의 직장은 자아실현은커녕 자아불안의 장이 되었다.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오래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세상이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회사를 박차고 나가는 젊은이 많다. 참 역설적인 현실이다. 기업에서는 퇴사 이유를 '개인 만족이 훨씬 중요한 세대라서', '이전 세대보다 참을성이 부족해서'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앞선 기사에서처럼 1990년 초반만 해도 직장인들은 회사에 애착을 가졌다. 열정적으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성실하게 일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회사가 도산하고 위기에 직면해 유례없는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다.


이제 '자아실현의 장'은 역사 속에나 존재한다. 세상이 변했다. 직장인의 로열티도 사라지고 있다. 그 누구도 직장인에게 주인의식, 책임의식을 강요할 수 없다. 돈보다 여가를 먼저 생각하고, 결혼과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삶의 자유, 워라벨을 선호하는 요즘 세대 비난할 일도 아니다.


"우리 전무님은 매번 요즘애들 주인의식 없다고 혀를 차요."


후배의 푸념이다. 함부로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시대가 다르니 보고 자란 환경도 다르다. 일명 '요즘 애들'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에 결혼해 가정을 꾸렸던 1990년대 직장인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월급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음은 분명해졌고, 집을 구할 엄두가 나지 않아 결혼을 미룬다. 맞벌이를 해야 버틸 수 있는 삶, 아이를 낳아도 키우기 벅찬 현실이 명백한 시대다. 회사에서 무작정 버틴다고 삶이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자아실현을 위한 희생이 아닌 삶의 균형이 중요하고, 나 자신중요한 이유다.


이런 세상에서 주인의식만을 강요하는 자체가 어불성설 아닐까. 아직도 "내 회사다라고 생각하면서 혼신을 다해 일해야지 성공하는 거지. 욕심들이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실존한다. 자아실현의 장에서 꿈을 펼쳤던 자신의 경험을 노력 없이도 먹는 나이로 포장해 강요해서는 안 된다. 잘 나가던 과거는 개인의 영광일 뿐 권력도 아무것도 아니다. 젊은 세대는 지금 시대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으며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중이다. 향후 30여 년 후 이들의 삶이 어떻게 평가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최근 조사에서는 직장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연령대를 불문하고 '급여(40.4%)'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자아실현의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행복에 이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어디에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분명한 목표와 매 순간의 꾸준한 노력이 핵심일 것이다. 오늘도 행복을 향한 여러분의 자아실현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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