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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an 18. 2023

섣부른 분노 자동 대방출 90초의 기적

"후회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집에서 회사에서 길에서 지하철에서 어디에서든 화나는 일은 수시로 발생한다. '이걸 터뜨려 말아'를 수도 없이 고민지만, 대부분은 표출하지 고 안으로 삼킨다. 간혹 순간의 분를 참지 못 터뜨리면, 그게 단 한 번일지라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앞뒤 사정보다는 단편적인 행동만을 보고 쉽게 사람을 재단하기도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섣부른 화는 참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속로 삼키더라도 수시로 떠오르거나 몇 날 며칠 소회되지 않 감정 찌꺼기가 남 때도 있다. 평소 좋지도 않은 머리는 쓸데없는 일, 후딱 지우고 싶은 일을 소 되새김질 하듯이 계속해서 끄집어낸다. 주말까지 시달린다면 스트레스도 이런 스트레스 없다. 도무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불편한 화 때문에 주말 내내 잠 속으로 피신할 때도 있다.  


최근에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뇌출혈로 뇌 수술을 받은 뇌과학자(저자)가 8년 동안의 재활을 거쳐 회복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 왜 그렇게 분노에 분노가 꼬리를 물고 날 괴롭히나 했더니 좌뇌 때문이었다.


어떤 고통스러운 생각을 하더라도 내가 자발적으로 그 감정 회로에 접속했다는 것을 알기만 하면 괜찮아진다. 결국 그 생각을 멈출 의식적인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좌뇌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세포는 극소수라고 한다. 저자는 이를 훼방꾼으로 칭했고 우리는 이 훼방꾼에 감정을 점령당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녀훼방꾼의 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순간순간 사람의 화를 돋우는 것은 좌뇌의 조잘거림(죄뇌의 부정적인 두뇌활동)이라는 말이다.


반면 우뇌는 공감의 마음, 감정이입과 몰입 기능, 평화로움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박사는 "마음의 평화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평화를 이루려면 지배적인 좌뇌의 목소리를 잠재우기만 하면 된다"라고 전한다.


우뇌 활성화를 위해 수시로 연습하고 노력하면 화를 줄일 수 있다는 희망찬 소식이기도 하다. 긍정적인 삶을 위해 의식적인 우뇌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90초만 잘 넘기면 분노를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분노라는 감정은 자동으로 유발되도록 설계된 반응이다. 어떤 계기로 인해 뇌가 분비한 화학물질이 몸에 차오르고, 우리는 생리적 반응을 겪게 된다. 최초의 자극이 있고 90초 안에 분노를 구성하는 화학 성분이 혈류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면, 우리의 자동 반응은 끝이 난다. 그런데 90초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화가 나 있다면, 그것은 그 회로가 계속해서 돌도록 스스로 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분노를 유지하려는 노력 때문에 화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를 내면서 자신의 화에 자극받아 더욱 분노에 분노를 더하던 선배가 있었다. 과학자의 말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화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90초씩 계속 연장해 화를 유지하려고 무지하게 노력했던 듯하다.


엎어치나 메어치나 언제 잘릴지 모르는 똑같은 직장인 입장에서 남들 때문에 소중한 내 감정을 소모할 필요 없다. 일단은 순간의 분노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의식을 하고 신속하게 감정을 접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90초가 짧다면 5분에서 10분 정도만 시간을 늘려도 집 나간 이성理性이 돌아온다. 후회를 대폭 줄이고 객관적인 눈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단 화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의식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시시할지도 모르겠지만, '90초 분노 자동 대방출'은 나에게 희소식이었다. 이 책을 읽고 생긴 마음 가짐 하나만으로 집에서, 회사에서 의식적으로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경험을 했다. 이미 내 결론은 '화내지 않기'이기 때문에 상대를 무감하게 대할 수 있다. 


흉유성죽胸有成竹이라는 말이 있다. 가슴속에 대나무가 이루어져 있다는 말로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마음속에 성숙된 주장이나 해결방법이 진작 있음'을 일컫는.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겉으로는 갈팡질팡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결과를 정해 놓는 경우가 많다. 섣부른 분노도 마찬가지 아닐까. '쉽게 내 감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론 하나만으로도 큰 분노의 산을 넘을 수 있다. 


각양각색의 섣부른 화火가 넘치는 세상이다. 나 하나라도 '좌뇌의 조종에 굴복하지 말자'를 수시로 외치며 우뇌의 평화스러움을 자주 소환해 보는 건 어떨까. 나를 위해 내 짧은 직장생활의 질質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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