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두 번 정도 만난 사람이 결혼을 했다. 결혼 이후 친구 입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남편을 불러냈다. 나를 만나는 걸 숨길 수 없다며 남편과 자신 사이에 나를 끌어들였다. 고해성사하는 분위기였다. 남편은 몹시 화를 내며그대로 돌아섰다. 나는몹시 당황했고 어이가 없어 입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이후 카페에서 우연히 중학교 때 친구의 누나를 만났는데 나를 째려보며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 난데없이 이게 무슨 일. '뭐지? 엉뚱한 소문이라도 난거야?'
잠시 뒤 회사 친구 차에 탔다. 친구는 남편 몰래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해.이건 또 뭐야.'
최근 브런치 글을 많이 읽었다.'요즘 뜨는 브런치북'을 순위대로 쭈욱 훑었다.그러다 브런치북 하나에 푹 빠져 통째로 읽고 새벽에 잠들었다.
'요즘 뜨는 브런치북' Top 10 중 8개가 이혼이야기다. 전에도 인기가 있었는데 브런치 앱을 개편하면서 순위가드러난 건지 글쓰기 트렌드인지 모르겠다. 평소이혼 이야기는 잘 안 읽는데 상위권 글이 많아 관심이 갔고 보증된 만큼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 컷
배우자의 외도로 이혼에까지 다다랐다는 내용의브런치북 한 권을순식간에 끝까지 읽었다. 그래서 그런지 비슷한 내용이 꿈까지 이어졌다. 뒤죽박죽 난해한 도입부는꿈 내용이다.
이혼, 타인의 아픈 이야기다.슬쩍 관심은 가지만 대놓고 들여다보기 쉽지 않은 사생활이다. 결혼하고 17년째. 두 번 정도 이혼 이야기가 오간 듯하다. 내일이 없는 듯이 싸우다가도 이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두려웠다. 젊어서 싸울 때는 늘큰소리를 쳤지만, 이혼 이야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헤어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이제는 90초 법칙을 활용해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
최근 회사 후배들을 만났다. 네 살 아이를 키우는 한 후배는 벌써부터 졸혼 얘기를 꺼냈다.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졸혼을 하겠다고. 나도 맞장구를 쳤다.
"그럼 난 우리막내 기준으로 6년 남았네."
"정해 놓고 살 거면 왜 결혼을 해요. 왜들 저래?"
미혼 후배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결혼도 이혼도쉽지 않은 일이고, 농담으로 입에 담기도 편치 않은 말이다. 그래서 자신의 용기와 아픔을 글로 풀어내는 사람이 많은 게 아닐까.마음과 상황을 정리하고 싶고, 공감과 위로도필요할 테니까.
편치 않은 퇴사 이야기를 적는 이들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직장생활이 힘들 때 동병상련의 직장인 이야기를 블로그에 미친 듯이 쓰면서 위로받고 용기를 얻었다.
이혼과 퇴사, 비슷한 면이 있다. 모질게 돌아서면서멀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사랑을 맹세했던 님이 남이 되고, 충성을 다짐했던 팀장이 사장이 회장이 그저 아저씨가 되는 놀라우면서도 허무한 사건.
2016년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는 직장생활 이야기가 가득했다. 특히 퇴사 이야기가 판을 쳤다. 2016년에 불어닥친 욜로 열풍 때문이다.
'퇴사해라!떠나라. 하고 싶은 것을 해라!'
당시 '퇴사학교'라는 타이틀의 브런치북이 공모전 대상을 받았고 비슷한 글들이 쏟아졌다.
퇴사하고 훌훌 떠나고 싶지 않은 직장인이 있을까. 하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현실은 매우 묵직하다. 남들이 다 떠나라고 외칠 때 '떠나지 못할 거라면 그 안에서 탈출구를 찾자'는 다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꿈은 불만에서 생겨난다. 만족하는 사람은 꿈을 꾸지 않는다. 사람은 어느 곳에서 꿈을 꾸는가? 배고프고 추운 곳이나 병원 또는 감옥에서 사람은 꿈을 꾼다."
프랑스 극작가 앙리 드 몽테를랑의 말에 감명받아 불만을 자양분으로 꿈을 키우리라 마음먹었다. 불평불만을 꿈에 다가가는 과정으로 여기고, 글의 소재로도 삼으며 오랜 시간을 버텼다. 이 과정에서 큰 꿈이자 버킷리스트였던 '책 쓰기' 목표도 이뤘다.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는 것이 아닐까.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차별화다. 과거 남들이 다 회사를 떠나라고 외칠 때 떠나지 않겠다는 글을 썼다. 호기로운 가제는 <사표 내지 않을 용기>였다. 첫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서 지독하게 버티겠다는 내 글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최근 이혼하는 과정을 다룬브런치북을 읽으며 새삼 한 가지를 깨달았다.섣부른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화에 충실한 글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 다는 사실을. 더더욱 커다란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사실도.
할 수 있는 게 직장인 밖에 없어서 2010년부터 블로그에, 2016년부터는 브런치에서 글을 남기고 있다. 내가 누군가의 이별 이야기에 심취해꿈夢을 꾸었듯 '누군가도 내 글을 읽고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도움이 되는 꿈夢을 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도 해본다.
차별되게 진솔하게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글쓰기가 필요하다.인기 만점 브런치 글을 읽은 거창한 듯 소박한 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