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퇴근 후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의 시작은 13개월 먼저 블로그를 시작한 아내의 권유때문이었다.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우울감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아내였기에 '나도 한번 해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동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블로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글 쓰는 게 즐거웠다. 이웃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소통하는 일상이 재미있었다. 생활 패턴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긍정적인 습관이 14년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내는 남편에게 "글쓰기가 사람 만들었지"라고 말하곤 했다.
글쓰기에 푹 빠져 지낼 때는 하루에 글을한편씩 쓰는 게 목표였다. 글을 써야 한다는 열정에 불타 귀가를 서둘렀다. 회사 동료들과 자주 어울렸는데,글 쓸 시간을 잡아먹는 술자리를 조금씩 외면했다. 결국 술자리 보다 글 쓰는 내 자리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회식 등 어쩔 수 없는 술자리에서도 '아, 집에 가서 글 써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을 지경이었다. 집에 일찍 귀가하니 아내도 참 좋아했다. 블로그가 남편을 사람 만들었다며.
긍정적인 변화가 또 있다.글을 쓰면서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요즘 개인 인스타그램올리는 게시물 90%는 책리뷰다. 누가 보면 독서광인 줄 알겠지만 아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일 년에 책을 대여섯 권 읽을까 말까였다.그나마도 반은 회사 독서통신용 과제였다.
글을 쓰면서 책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직장생활 관련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직장인 자기 계발서를 열 권이상 정독했다. 독서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잠을 자지 않고책을 읽었다. 직장생활에 대한 소재와 팁을 얻기 위해 수시로 책을 접했다.
TV를 보는 대신 책을 달고 살 정도로 독서광이었던 아내는 "블로그가 사람 만들었네?"라며 놀라곤 했다. 이때만 해도 2달에 책 3권을 읽었다며 자랑했는데, 지금은 한 달에 3권 정도 책을 읽는다.
아내는 남편에게 글을 쓰면서 착해졌다는 말도 한다. 구체적으로는 말 안 했지만, 아마 화내는 횟수가 줄어서가 아닐까 싶다. 무슨 용기였는지는 기분 내키는 대로 화를 내곤 했다. 삐치면 말을 안 하기도 하고.
글을 쓰면서 감정조절을 배웠다. 회사에서 집에서 겪은 상황을 객관화하는 연습 덕분에 화가 줄었다. 글을 쓰면서 동시에 나이를 먹은 덕에 많이 차분해졌다.
며칠 전 딸내미가 "아빠는 화나면 눈 동그랗게 뜨고 논리적으로 따질 거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아빠가 화내 걸 못 보지는 않았을 텐데, 오래돼 기억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자식들 앞에서는 불필요한 화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흐뭇한 결과다.
화나는 일은 물론 많다. 화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에는 상대와의 대면을 피한다. 그리고 시간을 두고 해야 할 말을 글로 정리한다. 요점만 정리해 대화를시도하는 편이다. 마법 같은 글쓰기 효과다. 아이들을 혼낼때도 메모한다. 잔소리가 길어지면 귀담아듣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감정을 가라앉히고 핵심사항 3~4가지만 메모해 말하고 끝낸다.
글쓰기에 빠져 술자리에서 빠졌고, 독서를 시작했다. 심지어 글을 쓰면서 착해졌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 덕분에 인생이 더욱더 긍정적이고 풍성해졌다.
이러한 원동력이 14년 간 글쓰기를 이어올 수 있는 에너지가 되었다. 앞으로도 글쓰기를 끊을 수 없는 충분한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