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작가의 브런치 글 댓글 창이 닫혀 있었다. 친구 이야기를 쓴 글에 달린 악플 때문이었다. 댓글 박스 아래 달린 열쇠 표시에 시선이 멈췄다. 문득 오래전 일들이 떠올랐다.
티스토리에서 아내와 한창 블로그 경쟁을 벌인적 있다. 부부 블로거로 방송 출연 요청을 받을 만큼 열정적으로 활동을 했다. 모든 일상이 글이 되었고 과거의 모든 이야기가 좋은 글감이었다.
어느 날 엄마 집에서 아내가 중고등학교 때 받은 내 연애편지를 발견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받은 모든 편지를 소중히 간직한 판도라의 상자였다. 질투는커녕 파워 블로거 아내의 좋은 포스팅 거리가 되었다.
나 역시 오랜만에 빛바랜 편지를 감상했다. 어린 시절인 만큼 내용은 귀여웠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글도 순수함의 결정체로 느껴졌다. 아내도 자신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는지 남편 편지에 십분 공감하며 즐거워했다.
아내는 모양새가 특이한 편지 몇 장을 찍어 블로그에 올렸다. 유머 코드를 살짝 가미해 남편의 학창 시절에 대한 깃털처럼 가벼운 글을 완성했다. 편지의 내용보다는 독특한 형태가 소재였다.
글은 다음 메인에 올라 방문자가 급증했다. 많은 댓글이 달렸다. 이웃 블로거의 반가운 댓글들 사이로 악플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분은 나빴지만 맞는 말이었다.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다.
'내가 공개한 편지 장본인이면 정말 기분 나쁠 듯'
'지금은 저 사람들도 누군가의 부인이나 엄마가 되었을 텐데, 생각이 없네'
'애 키우면서 별 짓 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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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한번은 친구 부부의 교육열에 대한 글을 썼다. 친구 동생이 우연히 다음 메인 화면에 걸린 글을 읽고 친구 부부까지 알게 되었다. 친구네 가족 모두 기분이 상했다. 친구의 요청대로 글을 내렸다.
나 역시 블로그를 운영할 때 여사친을 주제로 적은 글에 약 400여 개의 악플 폭탄을 맞은 적 있다.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내용도 많았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늘 주관이 적당히 담긴 객관적인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모두가 만족하는 글을 쓸 수는 없지만,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하는 글은 쓰지 말자는 다짐이다. 지나친 감정이입을 자제하자는 다짐이기도 하다.
'타인을 이용해
날 위한 글을 쓰는 건 아닌지'
수시로 점검한다.
이러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글 때문에, 책 때문에 누군가와의 불편한 경험은 끊이지 않는다.
책에 담긴 내용 때문에 아내와도 심하게 다툰 적 있다. 누나가 자신과 매형 얘기를 블로그에서 내려달라고도 했다. 친구가 브런치를 보고 "이거 내 얘기 아니야? 짜증 나네"라고 한 적도 있다. 한 후배가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선배, 이 얘기 책 같은데 쓰면 안 돼요!"라는 당부를 반복하기도 했다.
머리가 찌릿해진 사건들이자 큰 깨달음을 얻은 경험이다.
타인을 이용해 날 위한 글을 쓰는 건 아닌지 수시로 점검한다. 타인의 이야기에 열심히 귀 기울인 후, 글을 쓸 때는 자신의 목소리에도 신중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걸 배웠다.
내 글이 가식적이지는 않은지, 편협하진 않은지, 누군가를 비난하려고 쓰는 건 아닌지, 내 마음이 진심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래야 타인에게 부정적인 기운이 흐르지 않는다.
누구나 저마다의 크고 작은 가치를 남기기 위해 글을 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오랜 시간 뒤 읽어 보았을 때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