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가장 처음 다루는 키워드는 '분초사회'입니다. 바야흐로 '시성비'(시간의 가성비)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과거에는 돈이 시간보다 중요했지만, 요즘에는 할 일은 많고 시간이 부족한 시대라 돈만큼 시간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죠.
"1차 회식이 끝나고 경영진들이 먼저 갈 사람은 가라고 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든 사원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상사들 표정에서 서운함을 읽었다. 1차 회식이 끝나고 집에 간 사람을 전부 해고하고 새로 뽑는다고 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사원급 누구를 뽑든 빨리 집에 가서 회식 때문에 못한 일을 처리하고 싶어 하는 똑같은 세대가 입사할 테니까. N잡과 취미 등 자신만의 계획을 확실하게 세우는 요즘 세대에게 시간은 충분하지 않은 재화이기 때문이다."
한 신입사원이 온라인 플랫폼에 올린 글의 일부입니다. 요즘 세대는 시간을 재화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만큼 빠듯하고 각박하게 사는 시대에서 시성비를 따지며 시간을 소중히 여겨 지키고 있습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본업을 유지한 채 개인의 성장과 즐거움에 도움이 되는 활동)나 N잡러가 화두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시간을 밀도 있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업무에서부터 시성비가 필요합니다. 주 5일 근무는 당연, 주 4일, 4.5일 근무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은 코로나19 덕분에 재택근무, 유연근무제라는 보다 자율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시간 절약의 맛을 보았고, 이에 따른 능률과 효율을 직접 경험하였습니다.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 관리가 관건입니다. 세상 모든 직장인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지만,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과 습관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니까요.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 듯, 자투리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직장인이 위너 아닐까요.
출근 전이나 퇴근 후 개인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직장인의 저녁 시간은 개개인의 상황과 전략에 따라 반차나 반반차, 반반반차 등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저녁 있는 삶이 소중한 만큼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쪼개서 사용하기 위해서죠.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은 절대 거창하지 않습니다
<영화 '인타임'의 한 장면>
"시간이 없다. 왜 이렇게 됐는지 걱정하는 시간조차 내게는 사치일 뿐. 유전자가 조작돼 25살에 노화가 멈춘다. 이후 우리에게는 단 1년이 주어지고 시간을 못 벌면 죽는다. 시간이 곧 화폐다. 시간을 벌고 시간을 쓴다."
미래 사회를 다룬 영화 <인타임>의 도입부에 나오는 내레이션입니다. 사람들은 시간을 벌지 못하고 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심장마비로 사망합니다. 시간에 쪼들리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 매 순간 뛰어다니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빠듯한 생활을 이어갑니다.
최근 트렌드인 '분초사회'와 '시성비'를 접하며 이 영화가 떠올라 다시 감상했습니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해야 할 일은 많은 요즘이죠. 멀티태스킹은 기본이고 재빠른 환승을 위해 지하철 승강장 번호를 수시로 확인합니다. OTT를 1.25 또는 1.5배속으로 즐기거나 요약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절약하기도 하죠. 앞서 언급한 신입사원처럼 많은 이가 시간을 돈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에게는 시간이 더더욱 부족합니다. 한번 사는 인생, 일에만 올인할 수 없기에 시간을 더욱 소중히 다루어야 합니다. 업무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장과 연계한 자기계발에도 시성비를 적용해야 합니다.
직장인들은 습관적으로 ‘바빠 죽겠어!’를 머리에 각인하고 입에도 달고 살아갑니다. '바쁜데 뭘 배울 시간이 어디 있어?', '운동할 시간이 안 나', '자기계발이 뭐임? 쉴 시간도 없는데?' 라면서요.
저 역시 시간이 재화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쪼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이러한 시간을 ‘나를 키우는 명료한 30분’이라고 부릅니다.
3년 전, 15년 만의 첫 이직은 저에게 상당히 큰 변화였습니다. 꺼져가던 의욕과 열정이 되살아난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소멸한 줄 알았던 배움의 불씨가 조금씩 살아났으니까요. 이직한 회사의 교육 사이트가 굉장히 알차게 구성돼 있었습니다. 업무에서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메꾸고 싶어 회사 교육 사이트를 들락거리다 선택한 첫 과목이 재무회계 온라인 교육입니다.
한 업무만 15년을 하다 보면 다른 분야에 소홀해 무지한 분야가 늘어갑니다. 특히 숫자, 재무회계 분야에 취약하다는 걸 진작에 알았지만, 외면해 왔어요. 바쁘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어렵다는 이유, 더 중요한 일이 있고, 내일부터 하면 된다 등의 변명을 만들면서 시간을 탕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직 후 처음 들은 강의가 재무회계 강의입니다. 처음에는 하루 딱 30분 정도 투자했습니다. 17시간을 퇴근 시간만 활용해 약 한 달 만에 수료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주식 공부, 초단편 소설 쓰기, 뇌과학으로 알아보는 자기계발 등 업무에 도움이 되거나 일상에 활력을 주는 강의를 퇴근 시간에 들었습니다. 요즘은 퇴근 시간에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 2024 프리미엄 클래스>를 들으며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 지하철에서만 하루 2시간 40여 분 머물고 있습니다. 개인 루틴을 만드니 하루가 풍성해졌습니다. 출근할 때는 약 30~40분 동안은 책을 읽고 나머지 시간은 OTT, 유튜브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자유롭게 보냅니다. 퇴근 시간에는 약 30분 동안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짧은 직장인은 30~40분 이른 출근이나 퇴근 후 30분 정도의 시간 활용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혼자 그 시간을 오롯이 활용할 수 없고, 잔무나 야근이 많거나, 사무실에 사람이 많아 누군가의 일을 떠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 사무실 외의 공간이 좋습니다.
빈 회의실이나 휴게실 또는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의 자기계발도 의미 있게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예전 회사에서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하던 신입사원은 근처 커피숍에 들러 관심 분야의 인강을 듣다가 출근 시간에 맞춰 사무실에 들어왔습니다.
미래의 생산성 높이는 가치 있는 예습 아닐까요?
<드라마 '꼰대인턴'의 한 장면>
"배우면 금방 될 줄 알았다. 아니. 배워도 못 따라갈까 봐. 사실은 무서웠다. 한마디 던지면 귀신처럼 알아서 갖다 바치던 놈들도 다 사라지고..."
드라마 <꼰대인턴>에서 부장 시절 직원들에게 갑질만 일삼던 이만식 부장(김응수)은 회사에서 잘리고 경쟁사에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합니다. 그곳에서 자신이 과거 신나게 갈구던 인턴을 상사로 만나 무시와 갈굼을 당합니다. 문서 작성하나 하지 못하는 이만식은 자신의 취약한 부분인 파워포인트를 배우러 주말마다 학원에 갑니다. 얄미운 캐릭터지만 제2의 인생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짠했습니다.
인턴이든 부장이든 시니어 인턴이든, 직장인에게 시간은 언제나 넉넉하지 않습니다. 또 끊임없이 배움을 이어가야 이만식 인턴처럼 조금이라도 더 직장생활을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자기계발에 정답은 없습니다. 독서, 어학 공부, 업무 관련 온라인 수업, 깨달음이나 영감을 위한 TED 영상 시청 등 하루 약 30분의 투자는 미래의 생산성을 높이는 가치 있는 예습이 되어줄 것입니다.
바쁘디 바쁜 직장인이 남보다 한발 앞서는 방법은 남들이 버리는 자투리 시간을 꼭꼭 씹어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요. 자기계발은 회사가 원하는 좀 더 부가가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일 테니까요.
특히 업무와 연계한 자기계발은 장기적으로 보면 가치 제고를 위한 연습입니다. 30분이 스무 번만 모여도 10시간이 됩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습득할 만한 시간입니다. 기왕 하는 직장생활에서 작은 투자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