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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pr 05. 2024

"다른 일을 시키지 말든지. 바빠죽겠는데"라고 하더군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드라마 ‘'직장의 신'


안 바쁜 직장인은 없습니다. 회의 시간마다 한숨짓는 이들도 많죠. 한숨의 의미는 ' 바쁘니까 제발 다른 일 시키지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팀장님, 저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하고 있고,  업무도 해야 해서 너무 바빠서요."

" 과장 담당 업무인데, 그럼 안 할 거예요?"


이내  과장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습니다. 우연히  과장이 "그럼 다른 일을 시키지 말든지. 바빠죽겠는데"라고 동료에게 투정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과장은 평소에도 자신은 일이 늘 많다는 것을 회의 때마다 수시로 얘기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상사의 생각은 달랐죠.


많은 직장인이 자신은 다른 사람보다 더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워비곤 호수 효과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자신이 평균보다 더 낫다고 과신하고 착각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관리자가 되면서 워비곤 호수에 빠진 직원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상사가 보기에는 아닌데, 자신의 업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원인을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만 찾게 되는 거죠.


최근 한 언론사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가짜노동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가짜노동의 종류는 쓸모없는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 일부러 일 만들기(눈치노동), 형식과 시스템에 맞추기 위한 일(허식노동)에 매진하기, 관성적으로 해왔지만 누구도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일하기(의례노동) 등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을 하느라 하루 약 2시간 30분을 낭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직장인들은 연차가 많이 쌓이기 전에 자신이 맡은 업무와 처리방식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 업무 과부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정도면 충분해!'라며 적당히 넘기던 일도 완성도 있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바쁘다', '최선을 다한다'는 착각일지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한 장면>


"그럼 그만둬, 그만두라고. 5분 안에 널 대신할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어. 그것도 간절히 원하는 사람으로. 넌 노력하지 않아. 넌 징징대는 거야. 정신 차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이 대사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주인공 앤디(앤 해서웨이)의 동료 나이젤(스탠리 투치)이 앤디에게 던진 조언입니다. 앤디는 자신이 죽을 만큼 노력했는데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가 알아주지 않는다며 서러움을 쏟아냈습니다. 나이젤이 보기에 앤디는 그저 많은 사람이 일하고 싶어 하는 곳에서 마지못해 일하며 징징거리는 동료일 뿐이었습니다.


앤디처럼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에 다니면서도 불평불만만 쏟아내는 후배를 많이 만났습니다. 나이젤의 조언은 제가 앞서 언급한  과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직장인들은 자신이 제일 바쁘고 힘들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주변에서 안 바쁜 직장인을 본 적이 없는 이유입니다. 과연 모든 직장인이  과장처럼 자신의 업무를 수시로 거부할 만큼 바쁠까요?


영화 속 앤디처럼 타성에 젖기 전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밀도 있게 일할 수 있습니다. 상사에게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징징거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 수 있겠죠.


회사에서는 아무리 개인이 '나 잘한다''열심히 한다'고 외쳐도 한번 고착된 상사 시선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직장인을 할 심산이라면 자신을 먼저 바꿔야 합니다. 희망이 보이는 미래를 위해 효율적인 업무 처리 방식을 터득하고 실행해 나가면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직장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번 붙은 꼬리표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동참해야


세상도 효율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워라밸 트렌드에 따라 기업들은 회의와 보고 문화 개선, 불필요한 일 줄이기, 집중 근무 시간 운영, 유연 근무제 등을 시행하며 알찬 시간 활용을 위해 노력합니다. 최근에는 주 4일제를 시행하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집중 근무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칼출근 칼퇴근을 추구하는 시대입니다. 더불어 직장도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ERRC 활동 캠페인입니다. ERRC는 제거해야 할 요소(Eliminate), 감소해야 할 요소(Reduce), 향상해야 할 요소(Raise), 새롭게 창조해야 할 요소(Create)를 뜻합니다.


구성원들은 불필요한 일을 축소하거나 제거해 확보한 시간을 핵심 업무와 역량 계발에 집중해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워크 다이어트는 출퇴근 시간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요즘 세대에게 꼭 필요한 업무 관리 방법입니다.


핵심은 '업무 생산성 향상'입니다. 기업마다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실행하는 만큼 개개인도 이러한 시류에 편승해 효율형 직장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부서 전체 업무 중 비중이 작거나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을 없애 직원들 부담을 최소화하고 능률도 올릴 수 있습니다. 팀원 다섯 명이 효율적이지 않은 일을 10%씩 멈추면 0.5인분의 일이 줄어들게 됩니다. 개인의 업무 효율화 및 회사의 효용성 증대를 위해 필요한 과정입니다.


기업이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는 이유는 직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입니다. 개개인에 맞는 공부 방식이 있듯 자신의 성향에 맞춰 업무에 적용하면서 개선해 나가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업무 능률 향상과 시간 절약으로 이어집니다.


직장인은 빼기를 잘해야

반올림하면 이십 년인 직장생활 동안 중요한 일을 맡는 것보다 불필요한 일을 쳐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배웠습니다.


"팀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솔선수범해서 이것저것 떠맡았는데,  뒤치다꺼리만 하는 거 같아요. 업무도 많아져서 힘든데, 팀장은 알아주지도 않고. 마음의 상처만 커졌어요. 이렇게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이에요."


한 후배가 사내 메신저로 푸념했습니다. 후배는 평소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다며 이일 저일 맡아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해 야근을 자주 하며 힘들어했죠.


상사들은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매달리는 직원을 인정해 주지도 기억하지도 않습니다.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후배이기에, 업무의 중요도를 먼저 파악하고 주요 업무에 에너지를 먼저 쓰라고 조언했습니다.


며칠 전 상무님이  과장에게 업무를 하나 지시했습니다.  과장은 다른 업무 때문에 바쁘니 하던 업무를 마치고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서운하게도 상무님은 "야! 그거 잡일 아니야? 중요한 걸 먼저 해야지!"라고 화를 냈습니다. 업무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는 것과 자질구레한 일을 많이 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한 짜증이었죠.


직장은 냉정한 곳입니다. 인사평가를 할 때도 중요하지 않은 일은 아무리 많이 했어도 평가 항목에서 배제됩니다. 인사평가 시즌에 상사와 갈등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효율적인 업무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소중한 하루의 질을 높이기 위해 누구나 할 수 있는 허드렛일을 줄여야 합니다.


칭기즈칸 후계자 오고타이가 몽골제국 초기 명재상이었던 야율초재에게 아버지가 이룩한 대제국을 개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묻자, 야율초재가 답했습니다.


"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한 가지 해로운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고 한 가지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한 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합니다."


근로 시간 단축과 워라밸이 중요한 시대에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반드시 직장인이 갖춰야 할 태도입니다. 직장인이 더하기보다 빼기를 잘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직장인은 급이 다른 전구가 되어야 

<KBS 드라마 ‘직장의 신’의 주인공 미스김은 계약직이지만 남들과 급이 다른 전구가 된다.>

"누구나 한때는 자기가 크리스마스트리인 줄 알 때가 있다. 하지만 곧 자신이 그 트리를 밝히던 수많은 전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머잖아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그 하찮은 전구에도 급이 있다는 것을."


KBS 드라마 <직장의 신>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직장인은 자신이 수많은 전구 중 하나라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닫고, 수많은 전구 중 특별하게 빛나는 필라멘트를 가진 전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눈에 띄기 위해,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바로 나의 직장생활이 편하기 위해서입니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습관, 급이 다른 직장인이 되는 지름길 중 하나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가짜 노동을 하면서 앤디처럼 투정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업무의 경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일하는 것은 아닌지, 워라밸 시대라는 명목하에 정시퇴근에만 사로잡혀 적당함을 두고 최선이라고 착각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은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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