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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ingmom B Jan 20. 2022

임신 #3. 신체편 :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야

워킹맘의 조금 불편한 이야기

 임신 9개월까지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는데 막달 5kg이 한꺼번에 찌면서 몸이 많이 무거워졌다. 그 때부터 생활에서 크고 작은 불편들이 달라붙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기 힘들다거나, 발톱을 깎기가 힘들어진다거나, 양치를 하다가 흘리면 발등으로 떨어지던 치약이 배에 묻는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이런 소소한 일들은 견딜 수 있었는데 몹시 창피하거나 수치심을 느끼는 변화들도 있었다.


 나의 출산예정일은 7월 초, 여름의 초입이었다. 막달부터는 자궁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에 매주 검진을 가는데 그 첫 검진이었다. 그 해 여름은 유독 6월부터 더웠다. 태양이 작렬했다. 평소에 잘 입지 않던 벙벙한 크기의 베이지색 셔츠를 입고 산부인과 방문을 하려고 나섰다. 그날따라 유난히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겨터파크가 개장을 했다. 하필 베이지색 셔츠를 입어 더 티가 났다. 대체 왜 그날 따라 버스에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지 팔을 번쩍 들어야 잡을 수 있는 손잡이만 남아 있었다. 아이가 배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그 손잡이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왜 만삭인데 아무도 비켜주지 않았을까. 그럼 팔을 붙이고 좀 덜 창피할 수도 있었는데. 도착한 산부인과에서는 내진을 해본다고 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진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나는 편안하게 누워있었다. 갑자기 아래로 들어오는 손. 

"불편합니다. 힘 빼시고 편안하게 계세요."

 거기에 손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힘 배고 편안하게 있냐구요, 선생님. 매주 올 때마다 내진을 해볼거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병원을 다시 가기가 두려워졌다.


 선생님은 임신 막달이 되었으니 빨리 아이를 낳고 싶으면 많이 걸으라고 하셨다. 그래야 아이도 잘 내려오고 순산할 수 있다고. 하지만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다니는 것은 힘들었다. 누워있는 걸 제일 좋아했다. 물론 그건 지금도 그렇지만. 움직이기 싫어하는 나를 채찍질 하는 건 늘 나랑 같이 사는 남자였다. 의사 말이라면 법전처럼 여기는 그가 날 또 일으켜 세웠다. 출산을 앞두고 있어 엄마도 마침 와계셨다. 우리 셋은 산책을 나갔다. 저녁 공기가 꽤 괜찮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딱 완벽한 여름밤. 갑자기 아래에서 물기가 세어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소변을 조금 지린 것인가 하며 화장실을 찾기 시작했다. 

 "여보 화장실 좀 찾아주라."

 늘 신랑이 다니던 산책로라 신랑은 그쪽 지리에 익숙했다.

 "조금만 가면 화장실 나올거야. 저기 다리 보이지? 저쪽에 화장실 하나 있어."

 꾹 참고 그 다리까지 걸어갔는데 화장실은 없.었.다! 겉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 물기는 양수인가 싶기도 했다. 처음 겪어보는 일에 당황한 나는 더 당황한 신랑에게 화를 냈다.

 "여기 화장실 있다면서! 빨리 화장실 좀 찾아봐!"

 결국 근처 주유소에서 시원하게 볼 일을 보고 나와서는 알았다. 양수가 터진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건 그냥 소변에 세어나온 거라는 것을. 신체 조절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고 엄마가 되는 일이 그냥 꽃길만은 아님을 실감했다.


 회사에서 출산예정일 2주전까지 근무를 했는데 막달 2주는 트림과 방귀 참기의 연속이었다. 트림을 참으면 방귀가 나올 거 같았고, 방귀를 참으면 트림이 나올 것 같았다. 어쩌다 실수로 방출이 될 때는 내가 아닌 척 평소처럼 일하는 척 했지만, 주변 동료들은 범인이 누군지 알았을 것이다. 눈감아 준 동료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아이를 낳고도 신체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느낌이다. 방귀도 트림도 수시로 나온다. 트림은 삼킬 수 있는데 방귀는 정말 방법이 없다. 화장실로 뛰어갈 때가 많다. 


 이제 나는 이렇게 늙어가는 것일까? 출산의 문제인지, 노화 문제인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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