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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ingmom B Jan 28. 2022

번외편 #2. 그녀들의 아침

 그녀는 새벽 5시반이면 눈을 뜬다. 딸과 시어머님과 함께 자던 방에서 나와 간단하게 양치를 하고 양말을 챙겨신는다. 층간 소음 때문에 깔아둔 거실 매트가 맨발에 붙으면 쩍쩍 붙어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유산균을 한 알 챙겨먹는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어제 잘못 잤나. 목과 어깨가 꽤 찌뿌둥하다. 목을 몇 번 더 돌리며 하품을 한다. 그리고 거실에 널려 있던 빨래를 정리하거나 어젯밤 미쳐 정리하지 못했던 아이 장난감을 치운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세상에 방해받지 않는 새벽. 그녀는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아직 밝아오지 않은 어슴푸레한 새벽녘 창가를 바라본다. 시어머님께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빌려온 하루를 쓴다는 것. 그런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일도, 글도 허투루 할 수가 없다. 이런 긴장이 말도 안되게 사람을 각성시키는 줄 알면서도 그녀는 다시 또 스스로를 달리라 한다. 아이가 네 살이 되어도 엄마라는 역할을 늘 새롭고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녀는 다시 또 조금 막막해지는 하루를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리라 생각한다.

 

 7시가 되면 출근 준비를 한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린다. 드라이어 소리에 딸이 깨지 않을까 최대한 빨리 말리려 노력한다. 머리를 다 말리고 욕실 문을 열어 좌우를 살펴본다. 딸이 일어났을까. 아직 조용한 것보니 일어나기 전이군. 잠깐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 SNS를 살펴보고 브런치를 살펴본다. 어제 방문자는 몇명이지? 10명이 안되다니! 그래도 꾸준히 해보자 생각하며 미리 써둔 글 하나를 업로드를 한다. 그러면 안방에서 막 일어난 딸이 엄마를 부른다.

 "엄마!"

 "응~ 딸! 엄마 여깄어."

 그녀는 기꺼이 딸에게 달려간다. 딸과 굿모닝 뽀뽀를 하고 시어머니께 간단히 잘 주무셨나 여쭤본다. 밤새 시어머님은 또 얼마나 깊은 밤을 보냈길래 훨씬 더 깊어진 얼굴이 안타깝다. 어머님의 가장 젊은 사회적 오늘을 나는 또 살아낸다.

 출근길 나서는 엄마에게

 "엄마, 좀 안아주고 가!"

 라고 말하는 사랑스러운 딸을 세상 다시 없을 것 같은 마음으로 가득 안아본다. 아이의 말이 가슴 가득 차오르고 벅차다. 우리 아기 많이 컸구나.



 


 한 편 한 집에 또 다른 그녀는 며느리가 방 밖으로 나가는 소리에 선잠에서 깨어난다. 다시 잠이 오진 않지만 조금 더 누워 있다가 손녀와 함께 몸을 일으킬 것이다. 그렇게 한 두시간이 흐르면 손녀가 잠에서 깨어난다.

 "할머나!(우리 딸은 할머니를 이렇게 부른다.) 좀 더 자고 싶어. 근데 엄마는? 엄마!"

 멀리서 며느리가 손녀의 외침에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쌀쌀해진 날씨 손녀가 감기에 들까 목수건을 해주고는 유산균을 물에 타서 권한다.

 "어머님, 다녀오겠습니다!"

 제법 씩씩한 목소리로 출근하는 며느리를 배웅한다. 그렇지만 안다. 어깨가 좀 쳐져 있는 듯한 며느리가 가엾다. 오늘 하루 무사히 잘 보내고 일찍 집에 와서 아이랑 놀 수 있으면 좋으련만.

 기저귀로 축축해진 손녀의 엉덩이를 씻어주고 손녀의 아침밥을 준비한다. 아이의 밥을 먹인다. 아이의 물 한 병과 식판을 챙기며 아이의 등원 가방을 싼다. 양치를 시키고 옷을 갈아입힌다. 아이 등원 후 빨래를 돌려놓거나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키고 운동을 하고 늦은 아침을 챙겨먹는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젊다는데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오늘만큼 늙어갈 나도 가엾다. 그래도 예쁜 손녀가 있으니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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