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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ingmom B Apr 21. 2022

출근/회사 #5.엄마의 우울증 두번째 이야기

  무너진 자율신경계와 상관없이 나의 사회신경계는 지나치게 활성화 되어 스스로 얼마나 망가진 줄 모르고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폐를 끼치지 않는 인간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깊은 골짜기에서 항상 불면의 밤에 다다랐다. 깊은 밤 잠은 자지 않고 스스로를 자꾸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세워두며 불안해했다.


 우울증의 반댓말은 행복함이 아니다. 우울증은 흥미와 재미, 감사의 반댓말이다. 삶의 흥미와 재미, 감사를 잃어버린 삶은 그냥 아무 것도 없다. 텅 비어버린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이 점은 오랜 죄책감이 되었다. 엄마라면 아이로 구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착각 때문이었다. 아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엄마 개인의 세계가 더 견고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엄마의 구원도 결국 아이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일 뿐이다.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

 회사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꾸준히 참가하고 내 발로 정신의학과를 찾았다. 에너지가 다 고갈 되어서 찾은 곳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기서 이런 말을 들었다.

 "B씨는 참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네요."

 맞다. 나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었지.

 누군가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듣는다는 것과 마흔이 가까워 오는 나이에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모른다는 부끄러움. 그럼에도 나는 아이에게 세상 사는 법을 잘 가르쳐야 한다는 것, 또 너 자신을 잘 알라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 삶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회사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참여하며 소감문을 부탁 받아 썼는데 글이 참 마음에 들어 브런치에도 적어본다.


<OO정원 상담을 마치며>


평일에는 시어머님이 00개월 아이를 봐주시고, 주말이면 포항과 부산을 오가는 신랑과 시어머님이 배턴 터치 하는 주말 부부 0년차.

기혼자라면 듣기만 해도 숨막히는 제 스펙은 결국 마음의 큰 짐이 되어 자연스럽게 마음정원을 찾았습니다.


희생하며 사는 인생을 당연하게 여기신 시어머님과 종종 생기는 저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저는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랑은 물리적 거리로 인해 제 평일 생활을 이해하지 못했고 점점 더 고립되어 갔습니다.

아이를 위해 희생은 당연하다는 어머님의 무언의 강요를 당연하게 여기며 스스로 그 틀에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어머님께는 늘 부족한 며느리였고,

사회에서는 뒤쳐지기 시작하는 직장인이 된 듯 한 불안감에 늘 발이 땅에서 한 뼘은 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언제쯤 땅을 제대로 밟을 수 있는 것인지 힘든 마음이 저를 지배하는 그때 찾았던 OO정원상담소.

그곳에서의 시간 만큼은 김과장, 누구의 엄마가 아닌 제 개인으로서 스스로를 돌보며 점검할 수 있었습니다.

남초회사를 다니며 만난 적 없었던 워킹맘 멘토 이OO 선생님을 만나 처음으로 저의 사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해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저 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제 마음의 구름은 많이 걷혔고 선생님께서 주시는 조언들은 제 삶에 녹아 땅에 뿌리 내리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올 여름 회사와의 계약이 끝나 앞으로 선생님을 못 뵌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에 스산한 바람이 붑니다.

꼭 다시 뵐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라며 많은 분들께서 삶이 힘들 때 OO정원 한 바퀴 꼭 둘러 보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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