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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ingmom B May 03. 2022

출근/회사 #6. 육아에 서툰 엄마

적당히 좋은 엄마
Good enough mother



 흔한 워킹맘들처럼 적당히 좋은 엄마도 못되는 것 같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는 한다. 아이 어린이집 갈 준비와 하원은 할머니가 시켜주시니 평일의 엄마는 퇴근 후 어쩌다가 목욕이나 시켜주고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다. 주말의 엄마는 평일 회사에서 에너지를 다 탕진하고 아이에게 에너지를 최대치로 써주지 못한다. 아이는 예민하고 엄마는 더 예민하다. 예민한 아이의 요구사항은 계속 이어지고 더 예민한 엄마는 사랑으로 아이를 다 보듬어주지 못하고 감정을 소비 시키며 에너지를 소모한다.



 아이는 미운 네 살. 싫다는 말을 숨쉬 듯 한다. 자지 않겠다고 울고 또 운다. 그리고 속타는 엄마 마음은 모른체 할머니에게만 매달린다. 그럴 때마다 더 약해진 나는 아이의 조그마한 투정에도 무너진다. 아이가 계속 이러면 나는 아이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두려워진다. 두려움에 아이를 다그치면 아이는 당황스러우니 더 울고 만다. 그러면 나는 또 아이와 한발짝 멀어진 것 같아서 서글퍼진다. 아이의 감정에 휘둘리고마는 서투른 엄마라 쉽게 마음의 진폭이 더 커져 버린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승차하고 혼란스럽고 어지러워한다.


 그래서 아이가 예민하다는 핑계를 대며 아이를 원망했다. 그리고 또 아이를 원망하는 나를 야단쳤다. 너는 왜 엄마인데 견디지 못하냐고 왜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고. 마침 이럴 때 진행하게 된 아이 어린이집의 학부모 상담에서 아이가 예민하다고 하니 내 마음이 더 아려온다. 예민한 아이는 한동안 가지 않은 어린이집에서 바뀐 선생님과 친구들에 적응하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아이가 관심을 받고 싶어서 아프다, 피곤하다고 선생님께 계속 이야기 한다고. 선생님이 어쩔 수 없이 따뜻한 무관심을 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찬찬히 설명해주셨다. 엄마는 그 걸 모른체 왜 넌 무난하지 않냐고 아이를 계속 탓했다. 아이의 기질이 그저 그런 것인데 아이를 자꾸 교정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마음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했다.




 늘 약간은 별나다는 소리를 듣던 나는 종종 외로웠다. 그런 별나다는 소리가 스스로 잘못된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저 생각이 조금 더 많고 예민할 뿐이었는데 말이다. 내가 날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면을 쓴 채로 예민하지 않은 사람인 양 연기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삶이 힘들었던 것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가면이 감당이 되었으나 아이가 태어난 삶에서 가면은 너무 쉽게 벗겨져 버렸다. 


아이가 울 때마다, 어려운 요구사항을 쏟아낼 때마다 가면 벗겨진 나를 마주한 것 같아서, 두려웠다. 

아이의 삶이 나처럼 힘이 들까봐 봐, 불안했다.


 난 육아에 서툰 엄마이면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잘못된 엄마였다. 예민한 것은 그저 기질일뿐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의 기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이의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되 삶의 질서를 알려주는 것이 엄마의 몫인 것을. 다만 다른 친구들보다 엄마로서 조금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 도움이 절실하다.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에 격한 공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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