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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ingmom B Mar 16. 2022

신랑의 생일을 잊었다

 분명 3월 14일까지는 기억했다. 내일은 중요한 날이라고. 3월 15일 당일 무슨 날인지 까맣게 잊어버렸다. 나랑 함께 사는 남자의 생일을.

 

 주말에만 집에 오는 이 남자는 매일 아침 내게 카톡을 보낸다.

 "잘 잤나요?"

 "컨디션 어때?"

 어제도 똑같은 카톡이 왔다. 나는 그렇게 안부인사를 받아 챙겼다.

 그러다가 카톡으로 선물을 받았다며 주소를 집으로 한다고 한순간 심장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맞다! 오늘 당신 생일이었지. 분명 전날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내 무심함에 소스라치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는 대체 나는 무얼 하는 사람인가 생각했다.

 

 내가 해야할 기본도 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너무 나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


 저녁에 잠깐 짬이나서 통화를 했다.

 "자기 사실 내 생일 까먹었지?"

 라고 물어보는 남자에게 이실직고 했다.

 "응. 미안해. 분명 어제까지는 기억했거든."

 "괜찮아. 나는 그런 거 신경 안 써"


 괜찮다고 섭섭하지 않다고 말하는 세상 무난한 이 남자가 세상 무심한 나란 여자랑 산다.


 하루 늦었지만,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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