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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Oct 15. 2021

직장인에게 주식은 도박이다?

주식에 진심인 직장인들을 위한 조언 (1)

    주식 때문에 울고 웃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며 먹고사니즘에 대한 고단함이 늘어난 요즘, 근로소득만으로는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많은 직장인들이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2020년 초 팬더믹 쇼크로 국내 대표 주가 지수인 코스피가 반토막 났다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3천 포인트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주식 열풍이 불어닥친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 '오늘 ㅇㅇ전자가 엄청 올랐더라', 'ㅇㅇ테크가 폭락했더라'라는 직장인들의 대화를 쉽게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 '20.3월 이후 급등하다가 최근 주춤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


    사실 과거에는 '주식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통용되는 시절도 있었다. 1995년과 2000년 사이에 정보통신 산업이 각광받으면서 IT 벤처기업들이 태동했고, 관련 주가가 급등하면서 주식 시장에 그야말로 광풍이 불었다. 외환위기 당시의 주가 최저점과 비교하자면 코스피가 288p → 1,059p('20. 1월)로, 코스닥은 60p → 281p('20. 3월)로 4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주목받은 몇몇 IT 테마주들은 무려 수 백배 오르는 등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보이기도 했다.


    이 현상이 바로 많은 이들에게 주식 대박, 인생 역전을 꿈꾸게 한 닷컴 버블또는 ‘IT 버블이다. 하지만 버블이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듯, 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토록 뜨거웠던 2000년의 마지막 날에는 코스피가 절반인 504p로 내려앉고 코스닥은 5분의 1토막인 52p로 마감했기 때문이. 이후 코스피는 5년이 더 흐른 2005년에야 1,000p를 돌파하고 코스닥은 무려 21년이 지나서야 전고점을 회복했으니 정말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이들이 많았으리라 짐작된다.


    이런 주식의 초고평가 시기의 주요 투자자들이 누구였겠는가? 그렇다, 바로 우리 부모님 세대였다. 그들은 고공행진을 하던 버블장의 붕괴와 폭락을 지켜봐야 했고, 일부는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손실을 감내했을 것이다. 그 트라우마 때문인인지 주식 투자에 대한 깊은 부정적 인식이 현재까지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주식 투자를 경마나 카지노에서의 겜블링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주식은 정말 도박일까? 아니라면, 도박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 주식이란 무엇일까?


     우선 주식(株式)이 왜 생겨나는지부터 알아보자. 기업은 사업을 시작할 때나 새로운 투자를 할 때 자금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때 은행으로부터 '부채' 형식으로 빌리기도 하지만,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의 '자본'을 공유하는 형태로 주식을 발행하기도 한다. 투자자, 즉 주주들에게 기업의 소유권을 나눠줌으로써 이자를 내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바로 주식 발행이다. 그래서 투자자 입장에서 주식 매입은 기업에 대한 일부 소유권을 점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가 특정 주식을 샀는데 기업이 설비 투자 등을 통해 장차 더 많은 돈을 벌여들이고 성장한다면 기업의 가치가 커지고 주가(Stock price)도 역시 상승하기 마련이다. 결국 주가는 사람들이 평가하는 기업의 가치를 나타내고, '주식 시장'(Stock market)은 이러한 기업들 가치의 합이 된다.


    실생활에서 비슷한 예를 찾아보자. A 씨는 치킨집을 차리고 싶은데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때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방법과 동업 투자자를 구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매월 나갈 은행 이자를 생각하면 대출을 해서 사업을 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 때마침 A 씨의 친형인 B 씨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직장인인 B 씨는 사회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이 제법 있는데 어딘가 투자해 불리고 싶던 찰나였다. 결국 상의 끝에 B 씨는 A 씨가 치킨집을 차리는데 들어가는 투자비의 50%를 보태고 치킨집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받기로 한다. 

 

    이렇게 극적인 투자 유치를 통해 시작된 사업. A 씨가 사업을 준비하며 오랜 레시피 연구 끝에 야심 차게 출시한 '왕갈비맛 통닭'이 불티나게 팔리게 되어 치킨집은 대박이 났다! 직접적인 경영에 참여하지 않지만 투자자인 B 씨는 치킨 집 이익금의 일부를 꼬박꼬박 받게 되니 흐뭇하다. 뿐만 아니라 사업이 번창하자 B 씨 주위에서 치킨집에 대한 50% 소유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겠다는 이도 나타난다. 


*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기업으로 빗대어 보자면 결국 A 씨가 기업의 50% 지분 주식으로 발행하여 B 씨에게 권리를 판 것이고, 투자자인 B 씨는 이익에 대한 배당금을 받을 뿐 아니라 권리의 가치(주가)가 올라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게 된 셈이다. 한마디로 '투자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물론 반대로 치킨집이 파리만 날리고 망해버렸다면 이익에 대한 배당은커녕 아무도 그 권리를 되사 주지 않아, 투자금을 영영 회수할 수 없게 되는 위험도 존재한다. 결국 주식이란 기업의 소유 지분에 대한 증서이며, 주식 매입은 사업의 미래 가치를 예측해 투자하는 행위인 것이다.


▶ 주식과 도박의 차이


     "하지만 결국 기업의 가치가 미래에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니 주식도 일종의 도박 아닌가요?" 어떤 이는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다. '알 수 없다'라는 불확실성 측면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주식 투자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도박(Gambling)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첫 번째, 주식은 본질가치, 또는 내재가치(Intrinsic value)를 가진 자산이다. 기업은 보유한 자산이 있고 이익을 창출하는 경제 주체이다. 주식은 기업의 자산(Asset)과 이익(Profit)이라는 실체적인 가치와 맞물려 있으며 개인이 원하는 시점에 시장에서 인정받는 가치(Market price)로 언제든 현금화시킬 수 있다. 또한 주식을 소유하면 배당(Dividend)을 통해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하다. 우량한 기업은 벌어들이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한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유수의 기업들도 분기마다 배당을 시행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우량주의 배당 이익률이 저축 금리보다 높은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매력도가 높아진다. 한편 카지노에서 룰렛을 하거나 경마에 베팅하는 것은 어떠한 경제적 실체를 담보하지 않는다. 룰렛 게임에 참여한다고 해서 카지노의 룰렛 테이블 자산의 일부를 점유하는 것은 아니고, 경마에 베팅한다고 해서 말의 소유권을 갖게 되는 것도 아니다. 도박은 플레이들 간에 불확실한 개별 사건에 대한 Win or Lose의 확률 싸움을 벌이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도박은 단순한 독립 변수에 베팅하고, 주식은 자산과 이익이라는 가치(Value)에 베팅하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두 번째, 도박은 누군가가 돈을 잃으면 누군가는 돈을 버는 전형적인 제로섬(Zero sum) 게임이지만 주식은 그렇지 않다. 도박은 결국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리는 잔인한 각축장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오징어 게임>과 같이 참여자 간 승패만을 가르는 무대는 아니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이익과 성장에 대한 공정한 과실을 반영하며, 주가가 상승할수록 소유하고 있는 주주들 모두의 수익금은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 팬더믹과 같은 외부 충격이 있을 때는 시장이 폭락하며 그 누구에게도 좋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짧은 시련 뒤 주식 시장이 급등하며 대다수 사람들이 돈을 버는 시기가 찾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살껄!이라고 외쳐대는 '껄무새'가 대거 등장하는 때이다.)


* '~~ 할껄'이라고 한탄하는 투자자들을 풍자하는 짤방 (출처 : 하락장에 부는 신조어 바람…"'돔황챠' 말 안듣다 '껄무새' 됐네" - 뉴스토마토)


    세 번째, 도박은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말도 있듯, 운 좋게 돈을 따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장기적으로) 잃을 확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예컨대, 카지노가 설치해놓은 슬롯머신들은 게임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플레이어가 확률적으로 돈을 잃게 설계되어있다. 기계야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언뜻 반반 확률의 룰렛 게임 역시도 카지노가 이길 확률은 51.3%, 유저가 이길 확률은 48.7%이다. 룰렛은 0~36까지의 번호에 절반인 18개는 빨간색, 나머지 18개는 검은색이기 때문에 50:50 확률로 생각할 수 있지만 구슬이 0으로 들어갔을 때는 꽝이 되므로 애초에 유저가 불리한 게임이다.


    블랙잭이나 포커 같은 게임도 숙련된 카지노 딜러들과의 대결 횟수가 늘어날수록 패배 확률이 높아지게 되며, 스포츠 토 역시 주체 기관이 승률과 배당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유리하게 설계해둔다. (이 같은 마진을 '하우스 엣지'라고 부른다)



    하지만 주식은 도박과 같이 처음에는 운으로 돈을 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잃을 확률이 높아지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가 점차 윤택해짐에 따라 주가가 결국 우상향 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기 때문이다. 


    아래는 미국의 대표적인 나스닥 종합지수 차트이다. 비록 단기적인 굴곡은 여러 차례 있지만 결과적으로 1981년 대비해서 현재는 무려 +7,522%p가 상승했다.('21.10/8일 자) 1981년에 당신이 나스닥 종합지수에 10억 원을 투자했다면 현재 그 가치는 7,522억이 되어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당신에게 7,522억 원이라는 막대한 초기 자금이 주어졌다고 치자. 이 돈으로 1981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도박을 했다면 어떨까. 아마 21세기가 도래하기도 전에 진작 빈털터리가 되고 빚더미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 1981년~2021년 나스닥 종합지수 추이 (Google)





주식 시장에는 '도박꾼'도 있고 '사업 파트너'도 있다


    결국 냉철하게 따져보면 앞서 언급했던 주식 투자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은 주식 투자 도박의 본질적인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기인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식 시장에도 '도박꾼'들이 존재하는 것은 현실이다.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지 않은 채 단기 매매에 치중하여 오늘내일 '오르고 내리는 확률'에만 의존하는 주식 투자 방식은 도박의 메커니즘과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의 신(神)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조차도 '나는 단기 주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라고 말하며 며칠 사이의 주가를 예측하는 이들을 신뢰하지 않음을 밝혔다. 결국 주식을 도박이 아닌 투자로 만들려면 기업의 가치를 철저히 분석하고 주가가 가치에 수렴하는 시간을 기다리는 인내심과 끈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결국에 주식은 '투자 방식과 마음가짐'에 따라 도박이 될 수도 있고, 훌륭한 투자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롭지 않은가?




    나는 주식이 결국 개인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소중한 자금을 보태 기업의 결실을 함께 누리거나, 때론 사업이 잘 되지 않았을 때는 돈을 잃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주식 투자는 창업보다 현실성이나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한 번쯤 자기만의 사업을 해보는 것을 꿈꾸겠지만, 막상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에 있어 큰 위험 부담을 느낀다. 실제로 직장을 나와 본격적으로 창업을 한 많은 이들이 사업 실패로 고통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본업을 그만두지 않고 자기만의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시간 제약상 어렵다.


* 출처 : 창업 기업 5년 차가 고비다... 10년간 생존률 조사 (한경 비즈니스, 2019.05.08)


    하지만 주식투자는 어떤가? 한 사업의 지분에 투자하는 주식 투자는 본업 외에 부업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결국 본질적으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주식 투자를 단기 매매보다는 기업의 미래 성장에 대한 지분을 점유하는 '사업 파트너십'으로 접근한다면 직장인들도 본업과 더불어 자신만의 사업을 병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록 변동성은 있을 수 있지만 애플이나 구글, 삼성전자와 같은 위대한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은 살 얼음판 같은 개인 창업보다 마음이 편한 선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주식 투자에 성공하려면 '좋은 기업'과 사업 파트너십을 체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사실 그뿐 아니라 좋은 기업을 '매력적인 가격'에 투자하는 것이 돈을 벌 수 있는 지름길이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이라 한들, 값어치보다 비싸게 샀다면 결국 바가지를 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위대한 글로벌 기업이지만, 올해 초 급등에 올라타면서 '10만 전자'를 노렸다면 현재까지는 손실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결국 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여러 좋은 기업들 중에서 저평가된 기업들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가치를 비교하는 가치평가 지표(PER, PBR, EPS 등)에 대한 이해 또한 필수적이다. 앞으로 '직장인 자본주의 생존기'에서 좋은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다양한 투자 지식과 기업 분석법에 대해 함께 공부해보자.


※ '직장인 자본주의 생존기' 이전 글


- 내가 주식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

- 월급은 오르는데 왜 더 가난해지는 거 같지?

- 공매도 재개해도 주식 시장 안 망하는 이유      

- 부자가 되려면 계속 직장에 다녀야 하는 이유

- '코인, 살까 말까' 고민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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