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외국계기업 취준 코칭 서비스)
회사의 이름도, 내 현재 타이틀도, 학벌도 아무것도 없이 stand alone 해보자며 시작했던 부업. 나름 15년이상의 외국계기업에서의 실제 hiring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계기업 취업 코칭 서비스를 지난 8-9개월 간 운영해왔다. 나름 내 인생의 첫 사업 experiment (실험) 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실제 마케팅 및 전략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취업을 위해 인터뷰를 당해보기도 했고, 팀원이나 매트릭스 조직 내 직원을 뽑기 위해 많은 인터뷰를 진행해본 노하우와 인사이트 (insight)을 가지고, 취준생 또는 이직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첨삭 및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나름 성공적이었다.
Resume/interview 준비를 위한 초안을 첨삭해주는 방식이었는데, 단지 영문 레쥬메 및 인터뷰 준비 스크립트 초안을 단순 교정해주는 것이 아닌, 지원자의 현재 경험 및 지원하는 포지션에서 원하는 역량을 matching해서 어떠한 capability를 강조해야 하는지 등등을 전략적으로 코칭해주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방식의 코칭 서비스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특히나, 졸업예정자 및 사회초년생 분들의 경우, 외국계기업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기에 정말 기본적인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서 성심성의껏 내가 아는 바 의견을 공유해주었다. 때때로, 많은 분들이 자신의 역량을 과소평가하고 무조건 하향지원(?)하려고 하기도 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그저 사실을 나열하는 것에 치우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럴 때 나의 역할은 객관적으로 장점을 볼 수 있게 해주고, 회사에서 찾고 있는 역량의 key word와 연결시켜서 자신감을 가지고 그 부분을 강조하고 어필할 수 있게 도와주곤 했다.
제대로 멘토링을 시작한 것은 지난 6개월 즈음이다. 단순 전자책 판매도 포함 ~30건 정도의 의뢰를 소화했다. 실제로 그때 그때 바쁘거나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의뢰일 경우 거절한 적도 있으므로 실제 제대로 본업으로 한다면 절대적인 구매량은 더 높아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건수보다 내가 눈여겨 보는 것은, 내 서비스의 상품가치이다. 지금까지 100% 의 구매자분들이 높은 만족도/후기를 적어주셨다. 실질적인 큰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워하실 때면 큰 보람이 되기도 하였다. 어차피 돈을 벌자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특히, 지금까지 줄곧 국내 기업 전형에서 서류합격을 하지 못해 한번도 인터뷰기회 조차 받지 못했던 분이 외국계 대기업의 최종 면접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2-3년간 휴직을 하셨다가 새로운 회사에 재취업에 성공하신 적도 있고, 전혀 다른 분야(industry)로의 career trajectory change를 위해 resume를 어떻게 써야할지, 인터뷰는 어떻게 준비 해야할지 방향성을 잡아드렸을 때 자신감을 얻게 되신 분들도 계셨다. 기억에 남는 다양한 케이스들이 많다. 지금도 가끔 연락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구매자분들도 계시고, 나 역시 돈에 구애받지 않고 한번 맺은 인연, 가능한 모든 조언을 그때 그때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별한 첨삭 및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 말이다)
이렇게 좋았던 기억들을 나열하는 이유는... 이제 1년 남짓의 이 experiment를 그만두려는 중대한 결단을 하고자 해서이다.
- 서비스의 상품성 및 구매자들의 만족도에 대한 확인
- 가격을 낮은 수준에서 시작해서 높게 계속 올리면서 이러한 서비스에 있어서 가격-수요의 상관관계 확인
- 내 시간이 투입되는 것 이외에는, 크몽과 같은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 이외에는 큰 원가/비용이 들지 않아서 수익성도 양호
- 나름 가치가 있는 사명감 있는 직업으로 느껴짐
나무랄 것이 없는 experiment였다고 본다. 다만, 한계에 부딪힌 부분은 이렇다.
계속해서 키워갈 사업이라면 scale up 확장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회사를 그만두기 위한 조건으로, 내가 정해둔 한달 2천만원 (적어도 천만원) 이상의 수입이 되려면, 건당 5만원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단가로는, 하루에 20건 이상을 처리해야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한달에 백만원이라면, 하루에 한건씩. 회사를 다니면서 부업으로서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숫자이기도 했다. 한건한건 케이스를 이해하는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필요하기도 하고, 그렇게 매일매일 의뢰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역시 하루에 한건나 한사람의 지식 및 경험에 지극히 의존된 이 서비스는 내가 계속해서 매달려서 온 마음을 다 부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돈나무로서, 시스템을 갖추려면 내 지식을 전수하여 인력을 고용하는 등의 방법도 있겠지만, 사실 quality control이 거의 불가능하리라고 보고 새로운 비용이 추가 되므로 수익구조에 부담이 되리라고 보여졌다. 최근 회사 일도 무척 바빠지면서 개인적으로 육아 및 자기계발에 사용될 시간들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비지니스 모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말이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것이 (대단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아깝다는 생각에, 현재 생각으로는 완전히 접기 보다는 방향전환을 해서 첨삭은 하지 않고, 이전에 정리해둔 관련 전자책과 함께 의견 제안 또는 코칭/상담만 하면 어떨까 생각도 하고 있다. 내가 처음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던 16년 전의 그 때를 생각해보면, 영문 레쥬메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고 인터뷰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 하고 나오고.. 이랬던 내가 어떻게 취업을 했을까 정말 기적같이 느껴진다. 외국계 기업 또는 영어권 문화에서 사용하는 핵심역량에 대한 용어라든가, 찾고 있는 인재상 등 특별히 공부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들어와서 경험하고 배운 외국계 기업은, 단순히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서 되는 그러한 수준이 아니었다. 웅변 및 자기 의견을 남들앞에서 설득하고 어필하는 연습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식 교육에 길들여진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그냥 처음부터 새롭게 배우고 의식적으로 스토리를 다듬고 그들이 이해하는 키워드를 사용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들이었다. 이런 부분들을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제안하는 thinking partner로 계속 남고 싶기도 하면서도, 사업의 미래 확장성 및 내가 추구하는 사업 형태와의alignment 측면에서 계속 고민이 되는 중에 있다.
2주간 일단 휴가를 신청하여 신규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 안에 새롭게 서비스를 리뉴얼하여 리론치하거나, 접거나... 2020년 재택근무로 너무나도 바쁘고 힘들었던 이 한해, experiment를 꾸준히 해냈고, 상품 가치를 확인하고 사업적 교훈(lesson)을 얻었음에 기쁘고 뿌듯한 마음도 잊지 말고 기록해두자.
https://m.blog.naver.com/glitteringkim/221756567526
함께 읽으면 좋을 작가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