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새해, 연기 해보실까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매우 신나는 일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을 통해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반경이 넓어지는 것이니까요.
내가 있는 작은 세상을 떠나 다른 언어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일은 기분 좋은 경험입니다.
나는 한국어 이외에 영어와 일본어로 꾀 오랜 시간 일을 해 왔습니다.
그 외에 일할 실력까지는 안되지만 스페인어를 공부했었고, 현재는 아이를 위해 중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13억의 친구들아, 기다려라!)
대부분 어디로 여행을 가도 말 안 통할까 걱정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 나라 저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한국을 떠나, 영어를 기본으로 근무를 해온지는 1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정말 영어를 매우 잘하지 않으면 안되는 햇수가 된 것 같아 부담스럽습니다.
올해는, 회사의 시니어 리더들이 참석하는 화상회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고
프레젠테이션 해야할 기회가 특히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시작하기 전, 늘 스스로 최면을 겁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커리어우먼이 되어, 그녀의 억양과 그녀의 도도하고 자신감 있는 표정 및 제스처를 상상하고 흉내내봅니다.
자연스럽게 회의의 아젠다에 필요한 사람들이 모두 회의에 접속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유머와 함께 미팅의 오프닝을 알리고, 오늘의 아젠다와 배경 및 성취하고자 하는 바 등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말하는 도중, 화상회의 카메라에 비췬 내 모습이 조금 허술한 것 같아서 카메라 각도를 조절하다보니 발음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집중력을 잃은 사이, 오프닝으로 준비해 둔 중고급 영어 단어가 뭐였더라 잠시 버벅거리다가,
결국 비슷한 의미의 초딩 영어단어로 대충 마무리합니다.
영화 속 그녀의 모습이 아닌 것은 진작에 카메라를 보고 깨달았지만, 최면을 풀 수는 없습니다.
계속 나는 내 최선의 본토 발음 및 엑센트로, 연기 모드를 유지해야 합니다.
최면과 연기의 효과는 놀랍습니다. 나는 좀 버벅거렸다고 괴로웠지만, 자신감 있는 영어와 내용만 기억될 뿐입니다.
외국어는 연기가 반인 것 같습니다. 한국사람이 일본어 특유의 감탄사, 억양 등만 잘 따라해도 일본 사람이냐는 소리까지 듣습니다.
영어는 토종 한국인이다보니, 아무리 해도 그런 말까지는 듣기 힘듭니다.
내가 원하는 영화 속 그 주인공의 말투를 상상하며 아는 단어들을 연결해보세요. 외국어, 잘난척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잘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