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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카노 Mar 27. 2020

아이와 워킹맘 엄마 한집에 공존하기

Thrive in changes

회사에서 이젠 절대로 회사에 오지 말라고 합니다. 무조건 재택근무, 올꺼면 상사의 허락을 받고 오라는 지침입니다. 지난 몇년을 매일 같이 해오던 재택근무이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릅니다. 학교/어린이집에 갈수 없는 네살 아이가 함께 집에 있으니까요. 회사에 오려면 구구절절 허락받고 오라니 워킹맘 엄마는 막막해졌습니다.

엄마가 집에 있으면 함께 놀고 싶어 죽겠다는 네살딸래미와 함께 일할 수 있을까요? 1-2시간은 기다려주겠지만, 중요한 회의들이 줄줄이 잡혀있어 화장실 갈 틈도 없는 날에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함께 놀자는 아이의 요청을 하루 종일 모른척 외면하는 것이 너무나도 싫어 고민스러운 딸바보 엄마입니다. 혹시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중 아이가 함께 놀자며 방문을 두드리지는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 하기도 했지요. 아빠와 단둘이 있을 때에는 그렇게도 오순도순 살갑게 놀다가도, 엄마만 나타나면 어리광을 피워 아빠를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의 육아를 전담하는 프리랜서 아빠는 나보고 차라리 어디든 나가라고 했습니다. 일할 거라면 한 지붕 속에서 공존은 불가능해보였습니다.

그래, 차라리 나가자.. 집 근처 인적이 드문 카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동안 카페에 앉아 커피향을 즐기며 따스한 햇살에 광합성 해가며 일했던 것은 내가 좋아서 한 내 선택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취향에 따른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가끔 동료들이나 윗사람들은 내 속도 모른채 집에서 일하라는데 왜 구지 회사에 나와 있냐? 바이러스 위험한데 왜 나와있냐 합니다. (누군들 집에 편안히 앉아 일 하기 싫어 구지 여기까지 나왔겠니?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 말을 눌러담습니다)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는, 음악소리, 커피 내리는 소리 등등 내 통제 밖의 잔잔한 배경 소음들이 신경쓰였습니다. 평소같으면 회사로 들어가서 했을 회의입니다.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자칫 돌발상황 (금방 끝나지 않는 스무디 가는 믹서 소리 등..) 으로 회의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내 전문성과 이미지에 타격을 줄지도 모릅니다.

상황이 장기화 될것이 자명한데, 이대로 카페를 전전하며 매일 회의할 적당한 장소를 찾아 해맬수는 없다고, 이렇게는 더이상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Thrive in changes란 문구가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더군요.


일하는 엄마의 삶과 엄마의 육아는 "공간적으로 분리"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이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 나와 너를 한 공간에 공존시켜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커리어우먼이자 엄마로서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그저 survive 살아남는 것이 아닌 Thrive 해 흥해보자.

- Jay의 머릿속 -


그날 이후 우리는 공존을 시작했습니다.

#1. 보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기대수준을 맞추었습니다. 하루종일 장시간 줄줄이 이어지는 미팅은 참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 낮시간 + 밤 시간을 적절히 유연하게 활용해 내가 해야할 일들을 차질없니 해나가겠다고 말이지요.

#2. 딸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엄마가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동안에는 엄마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끝나는 시간을 말하고 기다려달라고 설명했습니다. 두시간을 기다려주면 우리는 함께 재미있게 책을 볼 수 있을거야 라고.

처음에는 엄마가 있는 방문 근처를 계속 서성이고 왔다갔다 아쉬워하며 나를 찾았지만 일단 첫 며칠을 큰 위기 없이 성공적였습니다..

#3. 양육자인 아빠에게 하루의 일정을 미리 브리핑합니다. 중요한 회의 때에는 아이를 데리고 함께 자전거를 타러 산책을 나간다든지,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준다든지, 함께 팬케익을 만드는 쿠킹을 한다든지 우리 만의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일이 정해진 시간보다 길어지면 밖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 너무나도 행복해집니다.


"엄마가 안나오네~ 늦게 끝나네~"


처음에는 두려웠고 시작하기가 어려웠지만, 우리는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 너와 나의 양립불가능할 것 같던 삶을 섞어나가고 있습니다.

주변의 많은 워킹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비슷한 고민입니다. 어떤이는 화장실에서 일한다고 하고, 어떤 이는 회의 내내 아이가 밖에서 큰 소리로 울어 대서 진땀을 흘렸다고도 합니다. 어떤 이는 우아하게 식탁에 다같이 앉아 엄마는 일을 하고 아이는 책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부럽..)


우리 각자 처해진 상황에서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지속가능한 집콕 공존을 해가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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