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만든 한 가족의 재택근무 일상
이번주는 정말 바빴어요. COVID 19 상황이 점점 안좋아지고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본사의 COVID19 task force team으로부터 이것저것 요청이 많았었거든요. 나는 내가 담당하고 있는 나라들의 Business Continuity Plan Task force 팀의 lead로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상황 보고 뿐만 아니라 지역 내 가이던스를 만드는 일들을 서둘러서 해야 하는 중입니다.
온가족이 함께 집에서 지내며 재택근무하는 것은 마치…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무언가 하고 있는 바쁜 느낌이에요. 아침 저녁으로 일을 하거나, 잠깐 미팅이 없을 때는 방에서 나와 아이와 놀아야 하고, 널부러진 집안을 정리하고 식사를 준비 하고 쉴새 없이 움직여야 하거든요…. 몇년 이상 해온 재택근무이지만, 이렇게 일과 일상의 분리가 안된다는 말을 이제서야 제대로 체험하게 되는 듯 합니다. 아이의 식사를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결국 우리 부부의 끼니는 대충 해결하거나 거르게 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록다운 기간 중..
재택근무하는 회사원 엄마의 하루 일과
아침 8-9시부터 회의가 시작되며 중간중간 밀린 이메일을 체크하고 처리할 일 (action items)들을 해결하고.... 이르면 2-3시쯤 1차 퇴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규칙을 정해놓지 않으면 결국 하루 종일 일만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늦은 오후 미팅이 있을 때에는 더 늦기도 하지만, 규칙을 의식하며 회의를 잡고 업무를 계획하려고 합니다.
1차 퇴근 후, 미국/유럽/중동 팀과의 텔레컨퍼런스 미팅에 참여하기 위해 밤 8-9시 쯤 다시 업무에 복귀해 (2차 출근이죠) 10-11시 쯤에야 진짜 퇴근을 하는 패턴을 가지게 되었어요. 1차 퇴근과 2차 출근 사이의 시간 동안, 애엄마는 결코 여유롭게 책을 보거나 멍때리며 커피 한잔 마시며 쉴 수 없기에… 그닥 쉬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1차 퇴근이나마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가끔 저녁 회의나 밀린 업무가 없는 날은 2차 출퇴근 없이 쭉 쉬기도 하는 즐거움도 있으니까요.
엄마의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주는 딸아이에게 고마워서, 나는 재택근무 중간 중간 그녀의 취향대로 열심히 놀아주려 합니다. 내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방법은 잠을 줄이고 아이가 잠든 틈에 내 맘대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며 노는 것뿐이었지만, 수면부족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이라기에 이제 나는 그 시간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록다운 기간 중..
재택근무하는 프리랜서 아빠의 하루 일과
이른 회의에 들어가는 엄마를 대신해 딸의 아침식사를 챙겨주고, 엄마가 나올 때까지 아이와 실컷 놀아줍니다. 이 곳 도시가 록다운 되기 전, 몇달이 될지 모르는 집콕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최대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할 수 있는 놀이감(?)을 생각해보자 하며.. 세발자전거, 스쿠터 (씽씽이?), 수영장, 캐치볼, 농구대 등 실내에서 또는 발코니나 단지 내에서 활용 가능한 유아 스포츠 용품을 구비해두었어요. 엄마가 일하는 동안, 아이와 함께 아빠는 발코니에 수영장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자전거를 조립해 페달을 밟아 운전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엄마의 1차 퇴근 후에야 우리는 함께 간단한 점심을 챙겨먹을 수 있어요.
엄마가 2차 출근을 하기 전 짬나는 시간을 이용해, 아빠는 자신의 작업을 합니다. 가끔은 가족을 대표해 신선한 생선과 고기를 구매하러 장을 보러 가기도 하고요. 아이가 잠드는 8-9시 이후에야, 아빠는 자신의 작업실로 들어가 일을 시작합니다.
업무유연성 있는 직업이 있기에 감사..
이렇게 가족의 일상은 흘러갑니다. 그나마 우리 부부는 양쪽 다 어느 정도 업무유연성이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큰 스트레스 없이 버텨내고 있습니다. 마당에 앉아.. 푸르른 녹음, 높고 청명한 하늘, 반짝반짝 빛나는 물결을 보고 있자면… 지금 바이러스가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을 위협하는 이 현실이 아직도 이해가 안가곤 합니다.
담장 너머에는.... 병상에 누워 고통받는 환자들과 긴장 속에 한시도 쉬지 못하는 의료진들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있습니다…. 슈퍼마켓과 식당을 제외한 모든 자영업자들의 생계수단은 끊겼으며…. 바이러스의 위험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여전히 사람들과 섞여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 속에 처한 사람들도 허다합니다…. 국가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나라에서는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채 죽어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우리가 집안에서 답답하다고, 육아와 재택근무를 병행하기는 힘들다며 불평할 때가 아닌 것이 분명한 듯합니다.
끄적끄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