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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카노 Jun 03. 2020

도쿄촌놈이 오사카 다녀온 이야기

도쿄에 살면서 오사카 여행을 가게 되었던 때의 일이다. 도쿄와 오사카는 언어도 문화도 정말 다르다고 이야기 하는 회사 동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 오사카에서 며칠을 지내보니 나름  "문화충격" 이 왔다는.... 추억을 기록해볼까 한다.


꼭 100%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일본친구들의 평가에 의하자면... 도쿄 사람들을 다소 차갑고 예의를 매우 중시하고 계산적인 이미지 라고 한다면, 오사카 사람들은 인정 많고 유머가 넘치지만 잘 정돈되지 않은 듯한 이미지라고 할까나. 우리 나라에도 서울 사람, 부산 사람 , 제주 사람, 경상도 사람, 전라도 사람 등등 맞건 틀리건 존재하는 이미지가 있듯이 일본에도 그렇구나 싶었다.


오사카의 첫인상은 호텔로 가는 택시에서부터 달랐다. 기사님이 반가운 듯 말을 걸며 개인적인 질문들을 마구 쏟아 내는 것이 아닌가. 도쿄에서 수년간 살면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다쟁이 택시기사님를 오사카에서 만났다. 일본의 택시기사님들은 유니폼을 단정히 차려입고 친절하지만 매우 과묵한 줄만 알았는데, 도쿄의 지역색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우리는 오사카 성을 중심으로 전철(電車)로 오사카 시내도 구경하고 맛집도 찾아다니고 했는데, 도쿄나 오사카나 복잡하고 붐비는 전철 풍경은 마찬가지였다. 전철/지하철 역안은 도쿄의 그것처럼 깨끗했다. 도쿄의 여느 지하철 풍경을 기대하며 익숙한 자세로 탑승. 나름 도쿄에서 5년 이상 살다온 베테랑이거든요 하는 포스로 말이다.


오사카의 지하철 안의 풍경은 특별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강물 위를 달리는 평온한 전철 안, 이어폰도 없이 스마트폰의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 심지어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들까지.... 각종 소음이 가득했다. 여기가 내가 아는 일본이 맞나 싶었다. 오랜 기간 도쿄에 살면서 가끔 한국에 들어가곤 했는데, 그 때 느꼈던 충격과 비슷했다고 할 수 있다.


도쿄에서는 전철을 타고 가다가 전화가 오면, 대부분 사람들이 지금 전철 안이니까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하거나, 전화를 받기 위해 황급히 다음 역에서 전철을 내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나도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했지만, 나 역시도 전화가 오면 받지 않거나, 어디선가 누군가 전화 통화하는 소리만 들려도 거슬리게 된 도쿄 사람이 다 되어 있었다.


과연 오사카는 좀 더 사람 냄새 나는 곳이었다. 사람 사는 곳이 어떻게 그렇게도 완벽하고 조용하고 깨끗할 수 있겠는가. 도쿄가 비정상이었지만 이미 나는 그 통제된 비정상에 길들여진 노예가 된 듯 하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벗어난 세상을 마주치면 정상적인 사람 사는 모습에 불편해져버리고 만다. 그 때 이후로 이따금씩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의 모습들이 꼭 정상은 아닐 수도 있다고 돌아보고 의심하곤 한다.


바이러스로 통제가 강화되는 상황 속에 살게 될지고 모른다. 사람 사는 곳인데 완벽한 바이러스 프리가 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매번 체온을 측정하고 가는 곳마다 위치를 등록하고... 이러한 통제된 상황이 정상(노멀) 이 되는 뉴노멀 시대가 왔다. 그런데 그게 꼭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상, 오사카에서의 추억을 쓰다가 뉴노멀까지 와버린 삼천포 글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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